소액주주연대, 올해 배당금 1300원 책정에 “2417원까지 높여야”
“흑자 파운드리 4사보다 배당 성향 낮아···지분 25% 이상 모을 것”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이 10% 수준의 배당 성향에 반발하면서 올해 최소 16.6% 이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회사에 요구했다. 소액주주연대는 배당 확대와 회계사 출신 사외이사 선임, 소수 주주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회사에 제안한 데 이어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 이전까지 개인 주주·국민연금·기관·외국인 등 2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단 계획이다.
16일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다음달 정기 주총 때 이같은 내용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액주주연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올해 DB하이텍 주총에 소액주주들의 참여가 늘어날 전망이다. 회사도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통상 주총을 개최한 부천시 본사 회의실보다 더 넓은 공간인 대강당으로 장소를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목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지난해 9월까지 6~7% 수준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추정하고 있으며 현재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며 “3월 말까지 개인주주 10% 이상을 모으고 국민연금 8%와 기관·외국인 5% 등을 설득해 25% 이상을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반도체 설계 사업부 분사설에 반대 의사를 전하기 위해 지난해 7월 결성됐다. 회사는 팹리스 업무를 담당하는 브랜드 사업부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분사 등 다양한 전략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발표했다가 소액주주들이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등 완강하게 반대하자 2개월 만인 지난해 9월 이들의 요구를 들어 분사 검토를 중단했다.
소액주주연대는 이후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해 주총에서 주주환원 정책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회사는 지난 14일 1주당 배당금을 보통주 기준 1300원으로 책정했다. 지난해 450원보다 3배 가까이 늘었고,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 총액을 나눈 배당 성향은 6.2%에서 10%로 증가했다.
그러나 TSMC·UMC·PSMC·VIS 등 흑자 파운드리 4사의 최근 4년 평균 주주환원율 52.3%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라는 게 소액주주연대의 입장이다. 이들은 보통주 1주당 배당금으로 주주환원율 16.6%가 적용된 2417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DB하이텍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이란 점에서 배당 성향이 국제적 파운드리 기업인 4사 평균 50% 수준까지 확대돼야 한다는 게 소액주주연대의 주장이다. 연대에 따르면 4사의 최근 4년 평균 주주환원율은 TSMC 70.6%, VIS 66.5%, UMC 48.6%, PSMC 23.7%다. 이들은 세계 주요국 10년 평균 주주환원율이 미국 89%, 미국 제외 선진국 68%, 중국 31%, 우리나라 28%라는 점에 비춰볼 때도 DB하이텍 배당 성향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DB하이텍의 최근 3년 주주환원율은 10%였고 1주당 1300원이라는 배당금은 그대로 유지된 것이기 때문에 주주들은 인정하기 어렵다”며 “PSMC도 흑자전환 직후 주주환원율 23.7%를 달성했는데, 8년차 흑자기업인 DB하이텍이 주주들에게 10%만 돌려준다고 하면 어떤 주주들이 지지할지 모르겠다. 회사는 시장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소액주주연대는 DB하이텍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중 회계사가 없단 점에서 자격증을 보유한 한승엽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를 사외이사로 임명하고,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정관 조항 삭제도 요구 중이다. 단체는 지난 14일 이사회 실무 책임자인 임원과 면담하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전달했다.
이 대표는 “상무·수석 등과 직접 대화했을 때 ‘주주 제안 내용을 깊이 검토하겠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소액주주연대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변화여서 추후 진행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예정”이라며 “주주환원을 위한 자사주 매입과 소각도 정중하게 요청한다. DB하이텍의 미래를 위해 회사가 어떤 투자를 할 것인지 주주들에게 설명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DB하이텍 관계자는 “소액주주연대 요구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며 “주주권익 보호 차원에서 올해 배당금을 전년보다 대폭 확대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