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연대, 유상증자 설명 요구하는 내용증명 발송
DB하이텍 “시장 소문 중 하나···추진 중인 사항 없어”

DB하이텍 부천 공장 전경. /사진=DB하이텍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가 시장에 돌고 있는 유상증자 소문에 대한 설명을 회사에 요청했다. 지난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이 제안한 안건이 모두 부결되면서 1라운드는 회사 압승으로 끝났지만, 연대는 주주들을 다시 결집해 행동에 나서겠단 계획이다. 공방이 2라운드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21일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최근 회사에 내용증명을 보내고 유상증자의 시기, 규모, 목적, 절차 등 구체적인 계획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DB하이텍 경영진이 유상증자를 통해 대주주 경영권을 방어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어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소액주주연대는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기존 주주가치가 희석돼 주가에 악재가 될 수 있단 점에서 반대하고 있다. 또 신주 배정은 신기술 도입과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에서 실시돼야 하는데, 경영권 방어를 위한 유상증자는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란 입장이다.

소액주주들이 우려하는 DB하이텍 유상증자설(說)은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제기됐다. 앞서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행동주의펀드 KCGI는 지난달 DB하이텍 지분 7.05%(312만8300주)를 매수하면서 최대 주주인 DB아이엔씨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강성부 펀드는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권 영향’이라고 밝혀 주식 추가 매입시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단 관측이 나오고 있다.

DB하이텍 주주 구성. /자료=DB하이텍,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상목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강성부 펀드가 들어오면서 회사가 경영권을 방어하려면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유상증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해 파악 중”이라며 “유상증자에서 신주인수권은 기본적으로 일반 주주들에게 줘야 한다.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유상증자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DB하이텍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과 유동성 금융기관 예치금은 지난해 말 기준 9584억원이다. 회사 운영과 노후 장비 교체에 필요한 비용, 향후 투자 소요 등을 감안하면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설 수 있단 관측이다.

이에 대해 DB하이텍 관계자는 “유상증자는 시장에 돌아다니는 소문 중 하나일 것”이라며 “회사에서 추진 중인 사항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소액주주연대는 주주들을 규합한 뒤 단체 행동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달 기준 주주명부 열람을 회사에 요청한 상태다. 이달 중 주주명부를 열람하고 다른 소액주주들에게 연락을 시도해 세를 불릴 계획이다. 소액주주연대는 지난달 열린 주총에서 약 8%의 지분을 확보해 물적분할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이 대표는 “주주명부를 확인하고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소액주주, 기관 등과 연락한 뒤 구체적인 방향을 정할 예정”이라며 “소액주주연대는 DB하이텍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쪽으로 계속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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