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식 부회장 “신수종 사업 발전 목표···진출 시기는 미정”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이 29일 부천시 본사에서 열린 제70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DB하이텍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이 29일 부천시 본사에서 열린 제70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DB하이텍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DB하이텍이 12인치(300mm) 파운드리 시장에 뛰어든다. 국내 소자업계가 12인치 공정으로 전환하기 시작한 후 20여년만이다. 투자비로 2조5000억원 이상이 예상된다. DB하이텍은 그동안 투자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8인치(200mm) 공정에 주력해왔다.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은 29일 경기도 부천시 본사에서 열린 제70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신수종 사업 발전 목표를 위해 12인치 확장이 필요하다”며 “삼성전자나 TSMC가 미국에 짓고 있는 12인치 공장 비용은 2조5000억원보다 훨씬 많다. 이는 아주 적게 잡은 규모”라고 설명했다.

DB하이텍은 구형 공정인 8인치 파운드리 사업에 집중하며 투자비를 아껴왔다. 회사는 웨이퍼 기준 2만장 규모의 12인치 파운드리 사업을 위해 약 2조5000억원의 투자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최 부회장은 주총 종료 이후 취재진에게 “정확한 시장 진출 시기는 미정”이라면서도 “12인치 사업은 회사 가치 성장을 위해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업계는 이미 지난 2000년대 초부터 12인치 공정 전환을 시작해 이미 주류 기술로 자리잡았다. 8인치 대비 생산성이 2.5배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DB하이텍은 지난 2년(2021년~2022년)간 투자 자금으로 6001억원을 활용해 매출(2조8900억원) 대비 상당한 규모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6001억원 중 43%(2581억원)를 생산성 향상, 41%(2484억원)를 생산력 확대, 16%(936억원)를 신규공정 개발에 투입했다. 매출 대비 투자 비중은 21%로 파운드리 경쟁사(7%~33%) 평균 수준이다.

조기석 DB하이텍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대표이사)도 기자와 만나 “12인치 파운드리를 하고 싶지만, 삼성전자처럼 초미세 공정이 아니더라도 돈이 워낙 많이 필요하다”며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DB하이텍이 차세대 사업으로 육성 중인 화합물 기반 전력반도체 고도화에는 약 8000억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회사는 현금 창출 극대화와 수익성 강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최 부회장은 “투자액 중 약 40%를 증설에 활용해 웨이퍼 기준 생산력은 월 13만장에서 월 15만장으로 증가한다”며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후 장비 대체에는 43%를 썼다. 이 비용을 생산력 증대에 활용하면 매출이 더 늘어날 수 있지만, 저희 장비가 20년 이상 됐기 때문에 노후 장비를 대체하지 않으면 제품 생산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매출 20억 달러(약 2조60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작지만 강하고 실속 있는 수익률 넘버원 기업으로 계속 개선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