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 ‘세미콘 코리아 2023’ 기자간담회···최정동 박사 발표
“삼성전자, 마이크론 D램 개발 전략보다 뒤처지고 있단 느낌”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낮은 미국 마이크론과 중국 YMTC가 각각 D램과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율, 양산 경험, 제품 성능 측면에서는 마이크론·YMTC보다 한 세대 정도 우위에 있지만, 추격이 빨라 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단 분석이다.

최정동 테크인사이츠 박사는 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3’ 기자간담회에서 마이크론과 YMTC의 기술 진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정동 테크인사이츠 박사가 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3’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호길 기자

최 박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사가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D램 주력 제품은 아직까지 1z 기술로 15나노미터(nm)에서 14나노 수준”이라며 “요즘에는 삼성전자가 마이크론의 개발 전략보다 뒤처지고 있단 느낌을 받을 정도로 마이크론의 기술 개발 속도가 빠르다. 삼성전자도 개발 기간을 단축해 마이크론 추격에서 달아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2~3년 동안 3D D램 구조에서 설계자산(IP)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마이크론은 특허 확보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보다 2~3배 이상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향후 극자외선(EUV) 공정도 적용하겠지만, 마이크론은 3D D램으로 가려는 전략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D램 공정 미세화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문에서 적용되는 EUV 공정을 D램에 가장 빠르게 도입했고 SK하이닉스도 EUV 적용 범위를 늘렸지만, 마이크론은 기존 불화아르곤(ArF)을 활용한 기술로 대응해왔다. EUV 노광장비 가격이 대당 2000억원 이상으로 고가란 점에서 마이크론은 EUV 적용보다 셀을 쌓아 올리는 3D D램으로 성능 개선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최 박사는 낸드 시장 경쟁 구도에 대해 “삼성전자(236단)·SK하이닉스(238단)·마이크론(232단)의 200단 이상 낸드는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반면 YMTC의 232단 제품은 쉽게 살 수 있다. YMTC 기술력이 앞서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3D 낸드에서 후발주자인 YMTC는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기술 개발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예측이 많았는데, 이제는 시중에서 232단 제품을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제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낸드 원가 경쟁력은 삼성전자가 업계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생산력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YMTC를 앞서지만, 기술력만큼은 격차가 좁혀졌단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8세대 V낸드 제품. /사진=삼성전자

낸드 전문 기업인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합병과 관련해서는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관측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낸드 시장 점유율 2위인 키옥시아와 4위인 웨스턴디지털이 지난 2021년에 이어 합병 논의를 재개했다고 보도했는데, 양사가 합쳐질 경우 단순 점유율 합산상으로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시장 1위 업체가 된다.

최 박사는 “로드맵을 보면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개발 일정이 상당히 지연됐다”며 “낸드 개발이 1년 정도 지연됐고, 전략 수정도 이뤄지면서 굉장히 주춤한 상태”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 최대 주주인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에 속해 있는 만큼 인수에 뛰어들 수 있단 전망에 대해서도 “인텔 비즈니스(솔리다임 인수)가 2024년이나 2025년쯤 완료될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집중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마이크론 역시 생산력을 활용하면 충분히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며 “현재 전체적인 낸드 시장 구도는 지속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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