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 기능 갖춘 차세대 메모리···“ESG 시대에 꼭 필요한 기술”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산 기능을 갖춘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프로세싱 인 메모리(PIM)’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삼성전자는 기존 하드웨어 구조를 유지한 채 D램만 교체해 반도체 성능을 2배 이상 높인 방향으로 제품을 개발 중이고, SK하이닉스는 PIM 확산을 위해 주요 응용처인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와 협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양사는 PIM 확대 걸림돌인 높은 생산 비용 한계를 극복하려면 규모의 경제 달성과 기술 표준화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오픈 플랫폼 방식으로 PIM 개발 생태계 조성에도 나설 방침이다.
손교민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 설계팀 마스터와 전준현 SK하이닉스 솔루션 개발 부사장은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PIM인공지능반도체 전략기술 심포지엄’에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손 마스터는 ‘차세대 D램 솔루션과 PIM’, 전 부사장은 ‘PIM의 등장과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이란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삼성전자, 기존 제품에 D램만 바꾸면 구현 가능한 PIM 개발
PIM은 메모리 반도체 내부에 연산 작업에 필요한 프로세스 기능을 더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야에서 처리 능력을 높인 융합기술이다.
손 마스터는 “프로세서 처리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메모리가 받쳐주지 않으면 제 성능을 낼 수 없다. D램에서 데이터를 계속 가져와야 한다면 전력 소모량이 높아지고 데이터 처리도 늦어진다”며 “이런 구조의 한계를 극복할 필요가 있어서 PIM이라는 솔루션을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드롭 인 리플레이스먼트(Drop in Replacemetn)’라는 개념을 도입, 기존 제품에 차세대 D램만 적용해 PIM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중이다.
그는 “D램 인터페이스는 항상 정해진 시간에 데이터 입출력이 이뤄져야 하는데, 최근에 나온 제품들을 보면 프로세서 자체도 새로 개발하고 D램 포로토콜도 변경이 필요하다”며 “기존 환경에 D램만 바꿔서 동작할 수 있는 전략이 드롭 인 리플레이스먼트다. D램 스탠더드 프로토콜을 지키는 데 설계 주안점을 뒀다”고 부연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의 HBM-PIM은 기존 폼팩터를 바꾸지 않은 채 내부에 메모리 뱅크 4개를 쌓고, PIM 유닛을 올린 방식으로 생산된다. 삼성전자가 2018년에 양산한 HBM2 대비 시스템 성능은 2.5배 향상되고, CPU나 GPU로의 데이터 이동을 줄여 전력 소모량은 70% 이상 감소한다.
◇SK하이닉스 “협업 파트너와 노력···오픈 플랫폼으로 발전”
SK하이닉스는 PIM 사업화 관건인 높은 비용과 개발 환경 미비를 해결하기 위해 협업 시스템을 강화 중이다.
전 부사장은 “D램을 싸게 쓸 수 있는 이유가 글로벌 생산량이 1달에 10억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PIM도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며 “PIM은 기존 시스템 반도체보다 생태계와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협업 파트너와 노력을 하고 있고, 10년 정도는 더 지나야 사업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가 만들어질 것 같다. 그 전에는 핵심 기술을 계속 개발하고 축적하는 방향으로 준비 중”이라며 “SK하이닉스가 만든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공개해서 교수들과 함께 연구하고 있고, 오픈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더 많은 사용자들이 참여하면 집단 지성을 통해 더 많은 솔루션을 찾아내고 새로운 툴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PIM이 적용된 ‘GDDR6-AiM’ 샘플을 공개한 바 있다. 일반 D램 대신 이 제품을 CPU나 GPU에 탑재하면 연산 속도는 최대 16배 빨라지고, 에너지 소모는 약 80% 줄어든다.
삼성전자 역시 협업 강화를 위해 PIM 오픈 소스를 제공 중이다. 회사는 지난달 PIM 연구와 프로젝트를 여러 개발자와 공유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손 마스터는 “PIM에 대해 여러 업체와 데이터센터, 우리나라와 미국 정부 등 다양한 곳에서 관심이 많다”며 “PIM은 제품 퍼포먼스를 올릴 수도 있지만,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단 점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중요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