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분기 200단 이상 낸드 비중 전망치 11.1%
46%인 삼성전자와 4배 차이···투자 축소에 공정 전환 속도 ↓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SK하이닉스가 올해 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면서 낸드플래시 최신 공정 전환 속도가 느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올해 말 최고층 제품인 200단 이상 낸드 비중이 40%를 상회하지만, 올해 신규 장비 도입이 쉽지 않은 SK하이닉스는 10%대에 머물 것이란 관측이다.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원가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19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낸드 중 238단 공정을 활용한 제품 비중은 올해 1분기 1.1%, 2분기 2.4%, 3분기 5.4%, 4분기 11.1%로 예상됐다. 앞서 회사는 지난해 8월 238단 낸드 개발에 성공했으며 올해 상반기 중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낸드는 고용량의 저장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셀을 수직으로 쌓는 적층 기술이 중요한데, 238단은 SK하이닉스 제품 중 최고층이다. 단수가 증가하면서 이전 세대인 176단 대비 데이터 전송 속도는 50% 빠르고, 전력 소모량은 21% 줄어든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최고층 낸드는 각각 236단과 232단이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낸드 최신 공정 전환 속도는 SK하이닉스보다 빠를 전망이다. 삼성전자 낸드 중 236단 제품 비중은 올해 1분기 1.5%, 2분기 13.7%, 3분기 31%, 4분기 46%로 관측된다. 마이크론의 경우 1분기 7.1%인 232단 낸드 비중이 4분기에는 45.6%로 상승한단 예측이다. 양사의 200단 이상 낸드 비중 4분기 전망치는 SK하이닉스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업황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50% 줄이겠다고 발표한 만큼 낸드 공정 전환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단 분석이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업계의 재고 규모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예상돼 당사는 생산 증가를 위한 웨이퍼 생산량 투자를 최소화하고 공정 전환 투자도 일부 지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업계는 올해 SK하이닉스의 신규 장비 투자가 미미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위기였던 2008년과 2009년 수준으로 설비투자비를 절감한 가운데 지난해 발주한 장비가 올해로 이월돼 넘어오는 물량과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인프라 투자 등을 감안하면 신규 발주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낸드 최신 공정 비중 격차가 벌어지면서 SK하이닉스의 원가 경쟁력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수가 높은 낸드는 웨이퍼 단위 면적당 생산성이 개선돼 이전 세대 제품보다 수익성이 향상된다. SK하이닉스의 238단 제품은 176단 대비 생산성이 34% 높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200단 이상 낸드 비중이 옴디아 전망치처럼 높지 않을 수 있단 관측도 있다. 그러나 양사 모두 SK하이닉스보다는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76단 더블스택 공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236단에서는 양산성이 개선될 수 있다. 또 점유율 경쟁 의지가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신규 라인에서 제품을 많이 만들어야 원가 구조가 좋아진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의 200단 이상 낸드 양산 시점도 SK하이닉스보다 빠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1테라비트(Tb) 8세대 낸드 양산에 돌입했다고 발표했고, 마이크론은 지난해 7월부터 232단 제품을 출하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 가장 먼저 200단 고지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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