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업황 악화, 유례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수요 부진 심화
내년 설비투자액 10조원 이하 전망···수익성 낮은 제품 위주로 감산
중국 공장 운영도 불확실성↑···“비상 상황 오지 않고 팹 운영 희망”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전례 없는 시황 악화에 직면했다고 진단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설비투자를 지난 금융위기 수준으로 감축한다고 밝혔다. 또 웨이퍼 투자를 최소화하고 공정 전환을 지연하는 방법으로 수익성이 낮은 제품의 감산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내년 하반기에는 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26일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을 개최하고 시장 전망과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회사는 지난 3분기에 PC와 스마트폰, 서버 등 모든 제품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 평균판매가격(ASP)이 전 분기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 성장률)도 D램은 한 자릿수 중반, 낸드는 10% 중반으로 하락했으며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전례 없이 낮은 수요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 웨이퍼 투입량 줄이고 생산량 조절···재고 내년 1분기 ’정점’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만큼 SK하이닉스는 내년 설비투자액을 올해보다 50% 이상 감축한다.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10조원 후반대로 관측되는데, 내년에는 9조원 이하로 감소할 전망이다. 아울러 업계의 재고 규모가 높은 수준이어서 생산량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고성장이 예상되는 DDR5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최첨단 제품에 대한 필수 투자는 지속하겠단 입장이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금융위기였던 2008년과 2009년의 업계 케팩스(CAPEX·설비투자비) 절감률에 버금가는 상당한 수준의 투자 축소가 될 것”이라며 “제품 믹스 및 장비 재배치 등을 고려하고 있어 이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웨이퍼 생산력 감소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내년 SK하이닉스의 D램·낸드 웨이퍼 생산량을 올해 대비 줄어들고 첨단 공정 비중도 당초 계획보다 낮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D램과 낸드를 보면 낸드의 투자 감소 폭이 조금 더 많지만, 크게 차이가 나는 수준은 아니다. D램과 낸드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장비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며 “감산의 경우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웨이퍼 투입을 재검토하고 있다. 전체적인 팹 내의 웨이퍼 수준을 낮추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고, 결과적으로 감산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판단한다”고 부연했다.
SK하이닉스는 공급 과잉으로 인한 업계의 재고가 내년 1분기에 정점을 찍을 수 있다면서 생산 감축을 통해 재고 수위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이를 통해 내년 하반기에는 시장이 안정화되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中 공장, EUV 장비 반입 쉽지 않아···중장기적 생산 거점 다변화 필수불가결”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의 대중(對中)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D램 미세공정을 위해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장비는 중국 공장으로 반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공장, 다롄에 낸드 공장을 두고 있으며 충칭에서는 후공정 라인을 운영 중이다.
노 사장은 “여러 가지 이슈에 따라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다. 그런 측면에서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는 건 중장기적으로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 현재 생산 베이스에 큰 변화를 주는 건 그렇게 쉬운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공장을 운영하기 어렵게 된다고 가정하면 팹이나 장비를 매각하거나 장비를 한국으로 가지고 오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들을 당연히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런 것들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벌어져야 하는 비상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오지 않고 팹 운영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수요 둔화 속에서도 첨단 제품의 비중은 내년에 더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버에서 DDR5 비중은 내년 연간 기준으로 20% 이상, HBM3는 50% 이상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고 내다보면서 성능과 품질을 강화해 해당 제품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 SK하이닉스, 3분기 ‘어닝쇼크’···영업이익 전년比 60% 급감
- 삼성전자·SK하이닉스, 내년 반도체 투자 25% 이상 감소 전망
- 삼성·SK, 中 반도체 수출 통제 1년 유예에 한숨 돌렸다
-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D램 10나노·낸드 400단 한계 극복해야”
- 마이크론, 메모리 감산 나선다···‘반도체 쇼크’ 현실화
- SK하이닉스, ‘메모리 혹한기’ 돌입에 낸드 적자전환 전망
- 삼성전자, 반도체 한파에도 ‘감산 없다’
- SK하이닉스, 불어나는 재고에 차입금 급증···재무건전성 악화
- SK하이닉스, ‘엎친 데 덮친 낸드’···적자 심화에 솔리다임 표류
- SK하이닉스, 낸드 투자 축소에 공정 전환 속도 느려질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