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장 건별 허가 없이 반도체 장비 공급 가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CI. /이미지=각 사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미국 정부가 대중(對中)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사실상 금지한 조치에 대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은 향후 1년간 별도의 심사 없이 장비 반입을 허가했다. 이에 따라 양사는 중국 현지 공장의 생산 차질 우려를 한시름 덜게 됐다.

1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같은 내용을 통보했다. 앞서 상무부는 지난 7일(현지시각) 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 조치를 발표하면서 외국 기업의 현지 생산시설은 개별 심사로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상무부의 1년 유예 조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건별 허가 없이 장비 수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 조치 이후 원활한 반도체 공급을 위해선 지속적인 장비 반입이 필요하단 점을 미국에 강조해왔다. 이를 감안해 미국 당국은 양사가 별도 심사 없이 장비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각각 낸드플래시와 후공정 공장을 운영 중이며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다롄에 낸드, 충칭에 후공정 라인 등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가 시안 공장에서 양산하는 낸드 물량은 전체 생산량의 40%가 넘고, SK하이닉스도 우시 라인의 D램 생산 비율이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중국에서 반도체 제품 생산을 지속할 수 있도록 미국과 원만하게 협의가 됐다”며 “앞으로도 우리 정부와 함께 미국 상무부와 긴밀히 협의해 국제질서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중국 공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양사의 중국 공장 가동에 차질은 생기지 않겠지만, 1년을 유예한 만큼 불확실성은 여전하단 지적도 나온다. 1년 후에도 장비 수입이 가능할지 불투명한 만큼 한국 정부는 향후 장비 수입을 허용하는 범위에 대해 미국과 계속 협의할 예정이다.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한 조치는 중국의 반도체 영향력 확대를 우려한 규제로 분석된다. 미국이 중국에 수출을 제한한 장비는 18나노미터(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14나노 이하 로직반도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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