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버 투자 위축으로 부정적 영향 불가피
D램 가격 하락에 미국의 GPU 수출 제한까지 겹쳐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 현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 현장. /사진=삼성전자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국내 반도체업계가 엔비디아와 AMD에 인공지능(AI)용 최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중단하라는 미국 행정부 규제의 부정적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조치로 중국에 데이터센터용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현지 업체들의 서버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단 우려다. 서버용 D램 수요가 감소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AI용 GPU 중국 수출 제한 상황과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양사는 단기 실적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업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 세계 서버 수요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중반 수준이고, 여기서 상당수는 일반 기업용 제품”이라며 “중국의 서버용 D램 비중은 5% 정도로 봐야 하는데,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D램 수요 감소가 3분기 실적에 당장 반영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D램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국면에서 악재가 겹친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지난해말부터 하락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인 DDR4 8GB(기가바이트)의 지난달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85달러로 전월(2.88달러) 대비 1.04% 떨어졌다. 같은 제품의 현물가격도 2.56달러로 11주 연속 하락세다. 수요 부진 여파로 D램 가격은 이번달에도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엔비디아 'A100'. /이미지=엔비디아
엔비디아 GPU 제품 'A100'. /이미지=엔비디아

앞서 미국 행정부는 최근 엔비디아와 AMD에 AI용 GPU의 중국 수출을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수출이 제한된 제품은 엔비디아의 ‘A100’과 ‘H100’ 등이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는 중국에서 확보한 4억달러(약 5400억원) 규모의 수주액이 증발할 위기다. 중국 AI용 GPU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은 90%가 넘어 현지 업체들은 해당 제품이 투입되는 서버 증설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서버용 D램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꺾인 올초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한 제품이란 점에서 양사에 미칠 타격이 더 클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IT 기기 판매량이 감소해 PC와 모바일용 D램 가격은 올초부터 하락세였으나 데이터센터용 제품 수요는 강하게 유지되면서 서버용 D램이 부진을 상쇄했다. 양사 D램 매출에서 서버용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IT 전략담당 상무는 “엔비디아 제품의 중국 수출 중단은 추가적인 D램 가격 하락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단 분석도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7월 14나노미터(nm) 이하 최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수출 통제조치를 강화하는 등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재료공학부 명예교수)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국 기업에 메모리 반도체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도록 미국 및 중국과 협의해야 한다”며 “우리 기업들이 양국에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정부의 외교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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