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월 영업이익, 전년比 약 49%↓···업황 악화에 가동률 낮춰 메모리 감산 돌입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3분기 실적 감소 전망···“내년 설비투자 축소 불가피”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마이크론이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감으로 시장 예상치보다 30% 가까이 낮은 분기 실적 전망을 발표했다. 내년 설비 투자 규모는 올해보다 30% 축소하고, 가동률을 낮춰 감산에 돌입해 업황 악화에 대응하겠단 계획도 밝혔다. 수요 부진으로 반도체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하며 생산량 조정이란 ‘극약 처방’을 꺼낸 셈이다.

마이크론의 분기 실적 발표와 시장 전망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앞서 이뤄져 업황을 가늠할 수 있는 풍향계 역할을 한다. 마이크론이 ‘반도체 겨울’을 공식화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마이크론 본사. /사진=연합뉴스

◇마이크론, 내년 웨이퍼 장비 투자 50% 줄인다

마이크론은 30일(한국시간) 실적 발표를 통해 회계연도 4분기(6~8월) 매출 66억4000만달러(약 9조5000억원), 영업이익 15억2100만달러(2조17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7%, 48.5% 감소했한 수치다. 마이크론이 60억달러대 매출을 기록한 건 지난해 2분기(2020년 12월~2021년 2월) 이후 6분기 만이다.

아울러 내년 1분기(9~11월) 42억5000만달러(6조 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시장 전망치인 60억달러(8조5800억원)를 29.2% 하회하는 수치다. 마이크론이 제시한 매출 가이던스는 최근 5년 동안 가장 낮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조치,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환경 등 전례 없는 사건들이 전반적인 수요에 영향을 미쳤다”며 “최종 시장에서 고객들의 재고 조정도 수요 약세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올해 스마트폰과 PC 판매량이 전년 대비 각각 한 자릿수 후반, 10%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크론은 내년 회계연도 설비투자 규모를 80억달러(11조4000억원)로 전망했다. 올해보다 30% 줄어든 수치다. 웨이퍼 장비 투자는 50%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요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가동률을 낮춰 생산량을 조절하겠단 설명이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IT 전략담당 상무는 “시설 투자를 줄이면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중장기적인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즉각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서 가동률도 선별적으로 낮추겠단 의미”라고 부연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의 설비투자 축소는 지난 분기 컨퍼런스콜 때도 밝힌 내용이지만, 이번에는 웨이퍼 투입량까지 줄인다는 내용을 공식화했다”며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재고가 그만큼 많다는 건데, 마이크론은 메모리 시장이 침체에 빠진 2019년 수준으로 반도체 업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HBM3 D램 제품. /사진=SK하이닉스

◇메모리 가격도 하락세···“감산, 고려할 수 있는 옵션 중 하나”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도 빨라질 전망이다. 마이크론은 수요 급감으로 올해 D램과 낸드 모두 공급 증가율이 수요를 크게 웃돌 것으로 관측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4분기 D램과 낸드 가격이 전 분기 대비 각각 최대 18%, 20%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성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40% 이상 감소한다고 내다보고 있다.

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내년 설비투자 규모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양사는 지난 7월 열린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단기 설비투자 속도 조절을 시사한 바 있다. 마이크론이 감산에 나서면서 메모리 수급이 다소 개선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상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내년 설비투자 규모 축소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양사가 다음달 컨퍼런스 콜에서 가동률을 조정하겠다고 발표할지는 알 수 없지만, 마이크론이 선별적인 축소에 나섰기 때문에 비슷한 인식을 가져간다면 고려할 수 있는 옵션 중 하나로 대두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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