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반도체 영업이익,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시장 수요 위축에도 중장기 회복 대비해야“
“파운드리, 내년 하반기 수요 회복 전망“

삼성전자 사업 부문별 영업이익 추이. /자료=삼성전자,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에도 인위적 감산을 고려하지 않겠단 입장을 재확인했다.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달러 기준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가 예상되지만, 중장기 수요 회복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투자는 기존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파운드리 부문은 고성능 컴퓨팅(HPC)과 자동차용 제품 수요 확대에 힘입어 내년 하반기 시황 회복을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27일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개최하고 이 기간 메모리 반도체 평균판매가격(ASP)이 전 분기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고 밝혔다. D램과 낸드플래시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 성장률)는 각각 10% 후반, 한 자릿수 후반으로 감소하면서 3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5조12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9.1% 줄어든 수치로 삼성전자는 4분기에도 완제품업체들의 재고 조정 여파로 메모리 시황 약세를 예상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D램 중심 하반기 시황 개선 전망···낸드는 회복 가능성 낮아”

삼성전자는 메모리 수요가 급감하는 상황에도 감산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린 ‘테크 데이’ 행사에서 인위적 감산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 “내년에는 데이터센터 증설 확대와 신규 중앙처리장치(CPU)를 위한 DDR5 채용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 일부 외부 기관에서 D램 중심으로 (내년) 하반기 시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며 “현재 시점에서 시장 수요가 위축된 게 맞지만, 중장기 관점에서 수요 회복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낸드 시장은 D램과 달리 내년 시황 회복 가능성을 낮게 전망하고, 재고 관리와 원가 절감에 집중할 예정이다. 고용량과 솔루션 제품에 대한 수요는 견조한 만큼 서버용 16테라바이트(TB)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공급 확대에 나선다.

설비투자 역시 중장기적 수요 관점에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제시한 올해 연간 기준 반도체 시설투자 전망은 47조7000억원으로 전년(43조6000억원) 대비 증가하지만, 이는 환율 상승 영향으로 달러 기준으로 소폭 감소가 예상된다. 

한 부사장은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는 기존 계획대로 진행하려고 한다”며 “내년 투자는 거시경제 이슈가 있고, 시황 불확실성이 커서 중장기 관점에서 시나리오를 갖고 논의하고 있다. 다만 앞으로 클린룸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가 이미 예정돼 있기 때문에 설비투자 조정으로 인해 전체 케팩스(CAPEX·설비투자비) 변동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LPDDR5X D램 제품.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바퀴 달린 서버’ 차량용 제품 확대

파운드리는 내년 하반기 시장 회복을 예상하며 HPC 중심의 제품 공급을 확대한단 방침이다. 성숙 노드도 고객 맞춤형 공정을 개발해 수요 적극 대응에 나선다.

강문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수요 불확실성이 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적체된 재고 소진과 HPC, 오토 등 응용처의 수요 견조로 업황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는 삼성전자가 갖고 있는 고객 수요 데이터에 의한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첨단 공정 투자와 신속한 램프업(생산력 확대), 수율 개선, 고객사의 멀티 벤더 전략 활용 등으로 선단 공정에서 시장 점유율을 더 확보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오는 2030년 메모리 시장에서 서버, 모바일과 함께 자동차용 제품이 3대 응용처로 성장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고사양 라인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향후 자동차용 제품을 ‘바퀴 달린 서버’란 개념으로 구체화할 예정이다.

한 부사장은 “기술과 품질에 집중해서 고객과 신뢰를 쌓았고, 7년 연속으로 매출 신기록을 달성 중”이라며 “안전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품질과 안전에 더욱 집중해서 차량용 반도체 시장 성장에 적극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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