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나노 양산 빨랐지만 중요한 건 ‘대형 고객사’
TSMC는 거래선으로 애플 확보···양사 격차는 더 벌어져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TSMC가 파운드리 최첨단 공정인 3나노미터(nm) 양산 기념식을 개최한 가운데 애플 프로세서인 M2 칩을 3나노 공정으로 대량 생산할 전망이다. 3나노 양산 시점은 삼성전자가 TSMC보다 6개월 빨랐으나 TSMC는 업계 ‘큰손’인 애플을 거래선으로 두고 있는 만큼 선두 추격을 위해선 대형 고객사 확보에 속도를 내야 한단 지적이다. TSMC가 3나노 생산에 돌입하면서 삼성전자의 기술 선점 효과가 옅어졌단 분석도 나온다.
2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TSMC는 이날 대만 타이난에 위치한 18팹(공장)에서 3나노 양산 기념행사를 열고 제품 로드맵을 발표했다. 18팹은 5나노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이 이뤄졌으나, 3나노 반도체 라인도 신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생산에 돌입한 3나노에 이어 오는 2025년에는 2나노 제품을 양산하겠단 목표다.
◇TSMC 3나노 고객사는 애플···“삼성전자, 3나노에서 큰 주문 없어”
TSMC가 이날 3나노 양산 기념식을 개최한 건 삼성전자를 의식한 행보란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업계 최초로 3나노 반도체 양산에 돌입했다. 고성능 컴퓨팅(HPC)용 제품을 초도 생산한 데 이어 모바일 시스템온칩(SoC) 등으로 응용처를 확대할 예정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TSMC의 3나노 기념식은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라며 “3나노 생산이 TSMC보다 빨랐다는 걸 알리기 위해 삼성전자가 양산 시작을 공개했는데, 이와 마찬가지로 TSMC도 3나노 일정이 뒤처지지 않는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측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TSMC는 3나노 제품을 애플에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IT 전문매체 맥루머스와 나인투파이브맥 등은 TSMC의 3나노 공정이 애플의 M2 프로 칩에 적용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M2 프로 칩은 내년 출시가 점쳐지는 애플의 프리미엄 노트북인 맥북 프로와 소형 PC인 맥 미니 등에 탑재될 전망이다.
TSMC와 달리 삼성전자는 3나노 제품 거래에서 확보한 대형 고객사가 많지 않다. 삼성전자가 지난 6월 3나노 양산을 발표했을 당시 고객사는 중국 비트코인 채굴용 반도체 팹리스업체인 판세미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문연구원은 “삼성전자가 3나노 양산은 먼저 시작했지만, 수율을 높이면서 대형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애플이나 엔비디아 등은 TSMC를 선호한다”며 “삼성전자 3나노에서 큰 주문은 아직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기술 선점 효과 퇴색···새로운 전략 필요”
3나노 수율 확보와 안정성 측면에서도 TSMC가 더 유리하단 분석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에 차세대 트랜지스터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TSMC는 기존 핀펫(FinFET) 공정을 각각 적용했다. 성능 측면에서는 GAA가 우위에 있지만, 기술적 난도가 높아 수율과 안정화 측면에서는 기존 핀펫 공정을 활용한 TSMC가 유리할 수 있단 평가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도입한 GAA는 새롭고 공격적인 구조”라며 “핀펫 구조는 채널 3개면을 게이트로 감싸는 형태로 4개면을 둘러싸는 GAA보다 성능 면에서는 떨어지지만, 효율성이 뛰어나고 안정화도 빠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TSMC가 3나노 제품을 생산하면서 삼성전자의 기술 선점 효과도 많이 퇴색됐다. 기술적인 상징성은 있지만, 파운드리 산업의 핵심은 고객사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양사 격차는 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지난 3분기 기준 56.1%로 삼성전자(15.5%)보다 40.6%포인트 높다. 지난 2분기 격차는 37%포인트였으나 3분기 들어 더 벌어졌다.
이 교수는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격차 확대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파운드리사업부를 분사하고 전문성을 살리는 방법 등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