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승인 이후에도 해외 경쟁당국 허가 나야 최종 통합
EU, 에어캐나다·대우조선해양 등 합병 불허 이력
양사 통합의 경우 중복 직항 노선 적고 한국 고객 많아 가능성 낮다는 의견도
중국, 경쟁제한성 있는 노선 많아···자국 산업 보호 위해 반대 가능성 있어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향후 해외 경쟁당국들의 승인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필수신고국가들이 양사 결합을 승인하지 않으면 합병이 무산될 수 있어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르면 이달 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허락하는 대신 통합 항공사 독과점을 해소하기 위해 조건부 승인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공정위는 두 기업 결합을 승인하되 시장경쟁이 제한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시정조치 조건을 내걸었다.
독점이 우려되는 노선에 대해선 운수권(노선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 및 슬롯(항공기가 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을 회수해 다른 항공사에 재배분하는 방식으로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해외 경쟁당국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합병을 위해선 미국, EU, 중국, 일본, 영국, 호주, 싱가포르 등 7개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동안 전세계 항공업계에선 수많은 합병이 있었고 해외 경쟁당국이 승인을 불허한 경우가 드물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도 순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EU가 해외 기업결합 심사에 대해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이 변수다. EU는 지난해 에어캐나다와 에어트랜샛과의 합병에 반대해, 최종적으로 에어캐나다가 인수를 자진철회했다. 또 EU는 최근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불허한 이력이 있다.
다만 업계에선 유럽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건에 대해선 반대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유럽 중복 직항 노선은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독일 프랑크푸르트,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4개 노선 뿐이다. 대부분 직항 노선으로 운영하는 대서양 노선과 달리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노선은 경유 대체 노선이 많다. 대한항공은 이를 EU 측에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양사 유럽 노선 탑승객 중 90%가 한국 국적이고, 해외 대형항공사와 경유노선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EU가 반대할 이유가 있을까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항공자유화지역으로 운수권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결합 승인을 반대할 명분이 낮은 상황이다.
일각에선 오히려 중국에서 예상치 못한 반발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중국 노선에 대해 단일 국가 중에선 가장 많은 노선(18개)에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중 인천~장자제, 부산~칭다오 노선은 결합 후 독점 노선인 것으로 결론 냈다.
또한 중국 정부의 경우 그동안 자국 항공산업 육성 및 보호를 위해 의도적으로 해외 항공사에 운수권이나 슬롯을 배분하는데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했으며, 관련해 근접국가인 한국의 거대 항공사 출범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막대한 인구와 관광 수요를 바탕으로 그동안 자국에 유리한 방식으로 항공 협정을 해왔다”며 “중국 정부의 경우 정치적 이슈나 미국과의 관계 등을 이유로 양사 통합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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