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유럽 등 중·장거리 노선은 비용 문제 등으로 현실적으로 운영 쉽지 않아
기대 했던 몽골·일본·중국 인기 노선은 재배분 대상서 제외

공정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승인하며 일부 노선에 대해 슬롯 및 운수권 반환을 지시했으나, LCC 업계는 사실상 혜택을 보기 쉽지 않아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공정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승인하며 일부 노선에 대해 슬롯 및 운수권 반환을 지시했으나, LCC 업계는 사실상 혜택을 보기 쉽지 않아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건부 승인을 결론 낸 가운데,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는 결과에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양사 통합에 따라 미주와 유럽 노선 관련 운수권 및 슬롯을 재배분하더라도 LCC 입장에선 당장 갈 수 있는 곳이 없는데다, 몽골 노선과 같은 ‘알짜 노선’의 경우 반납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2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승인하며,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 운수권 및 슬롯을 회수해 다른 항공사에 배분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양사 통합으로 인해 국제선 65개, 국내선 22개 노선이 중복되며 이 중 국제선 26개 노선, 국내선 14개 노선은 경쟁 제한 요소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공정위는 슬롯의 경우 경쟁 제한이 있는 26개 국제선 및 8개 국내선에 대해 반납할 것을 지시했다. 운수권은 유럽 프랑크푸르트, 런던, 파리 로마, 이스탄불과 중국 장자제, 시안, 선전, 베이징 그리고 시드니, 자카르타 등 총 11개 노선을 다른 항공사로 이전할 방침이다.

공정위에서 운수권 및 슬롯을 이전하기로 한 유럽, 미주 노선의 경우 당장 갈 수 있는 LCC는 제한적이다. LCC는 그동안 단거리 노선 위주로 수익을 냈으며, 최근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가 중장거리 노선 취항을 준비하고 있지만 재배분 대상 노선 취항까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티웨이항공은 이날부터 에어버스사의 중형기 ‘A330-300’ 항공기를 도입해 올 상반기까지 총 3대로 늘릴 계획이다. 에어프레미아는 보잉사의 중형 항공기 ‘B787-9’를 올해 4대, 2024년에는 10대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양사가 재배분 노선에 대응하긴 쉽지 않다. 티웨이항공이 도입하는 A330의 경우 현실적으로는 동유럽까지만 운항이 가능하며, 서유럽이나 미주 노선은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하다. 에어프레미아는 미국을 중심으로 취항할 계획이나 미주 노선 같은 장거리 노선의 경우 마일리지가 중요한데, 마일리지를 공유하는 글로벌 항공 동맹체(얼라이언스)에 속한 통합 항공사에게 경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또 소수 항공기로 유럽·미주 노선을 운영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항공기 고장이 발생할 경우 대체편을 띄워야 하는데, 10대도 되지 않는 항공기로는 신속 대응이 불가능하다. 중대형 기재를 늘리기 위해서는 그만큼 해당 면허가 있는 조종사나 정비사 등 인력을 추가 채용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특히 중·장거리 노선의 경우 대체편이 늦어질 경우 단거리 노선 보다 승객들의 불편함이 큰 것은 물론, 그동안 승객들이 지내야 할 숙박시설도 확보해야 한다.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를 제외한 이스타항공,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는 중거리 이상 노선을 운항할 여력이 없다. 제주항공은 내년부터 737-MAX 8기종을 도입하며 당분간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할 계획이다.

LCC가 분개하는 더 큰 이유는 기대했던 인기 노선 운수권이 빠져서다. 특히 LCC 업계가 문제 삼는 곳은 몽골 울란바토르 노선이다.

몽골 노선의 경우 과거 대한항공이 독점하다가 지난 2019년 한국-몽골 항공회담을 통해 추가 운수권을 확보했으나 아시아나항공이 이를 가져갔다. 양사가 통합하면 사실상 독점이 되는 셈이다.

공정위는 몽골항공이 해당 노선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어, 경쟁 제한성이 없다고 봤고 운수권을 회수하지 않았다.

LCC 업계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몽골 노선은 연간 40만명이 이용하는 노선으로, 여행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성수기에는 비슷한 거리의 노선 대비 운임이 2.5배에 달한다. 그만큼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과거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등은 해당 노선에 부정기편을 띄우며 운수권 확보를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포~하네다 노선도 논란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경쟁제한성을 판단할 때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을 ‘서울 출발’ 노선으로 하나로 묶어 판단해 경쟁제한성이 낮다고 봤다.

LCC 업계 관계자는 “김포공항이 도심과 가까운데다, 비즈니스 수요 중심의 수익성이 높은 알짜 노선인데 공정위는 LCC가 인천~나리타 노선에 취항한다는 이유로 일본 노선 경쟁 제한 우려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김포와 인천이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실제론 서로 대체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 시스템 ‘에어포탈’에 따르면 일본 불매운동이 터지기 전인 2018년 기준 인천~하네다 여객은 38만2240명이었는데 비해, 김포~하네다 여객은 208만1923명으로 5배 이상 차이가 났다.

중국 노선도 논란이다.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출장 등 비즈니스 수요가 상당한데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운수권 배분에 인색해 LCC들이 탐내는 노선이다. 하지만 이번 공정위가 발표한 중국 운수권 재배분 대상은 장자제, 시안, 선전, 베이징(부산) 등 4곳 뿐이다.

LCC 관계자는 “공정위가 경쟁 제한성을 판단하는 근거로 국내 승객들의 외항사 선호도가 낮아 독점이 우려된다고 해놓고선 중국 노선에 대해선 중국 대형 항공사가 운항 중이라는 이유로 경쟁 제한 우려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상하이, 칭다오, 홍콩, 옌지 노선의 경우 4개 이상의 경쟁사가 운항하고 있으며 베이징(서울), 창사, 다롄, 광저우 노선의 경우 중국 국제항공, 동방항공 남방항공 등 3개사 점유율이 34~50%에 달하는 등 독과점 우려가 낮다는 이유로 반납 노선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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