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내년 1분기 내 기업결합심사 발표 예정
해외경쟁당국 심사도 표류 중인 가운데 승인 불허 가능성도···에어캐나다, EU 반발에 인수 불발 선례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 기업결합심사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 기업결합심사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심사가 결국 내년으로 미뤄졌다. 당초 공정거래위원회는 올 연말까지 기업결합심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양사 통합에 따른 독과점 우려 등으로 인해 심사가 지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공정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결합심사는 올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1분기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두 기업 결합심사를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밝힌바 있으나, 독과점 및 항공권 가격 인상 우려 등을 고려해 일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정 지연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의 경쟁제한성 이슈를 살펴보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대한항공 통합 건은 들여다본지 1년도 지나지 않았다”며 “현대중공업의 경우 3년 이상 걸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승인하더라도 해외 경쟁당국에서 불허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 경쟁당국에서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지난 4월 EU는 에어캐나다와 에어트랜샛 인수에 반대하기도 했다. EU는 캐나다 항공사 합병으로 인해 유럽과 캐나다간 항공편 경쟁성을 감소시켜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가격 인상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에어캐나다는 캐나다 1위 항공사이며, 에어트랜샛은 3위 항공사다.

공정위 심사가 오래 걸리는 것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국내 1~2위 항공사 통합이라는 점 때문이다. 두 항공사 통합이 이뤄질 경우 유럽, 미국 등 중장거리 노선은 사실상 독점 형태로 바뀌게 된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는 143개 국제선 중 양사 통합으로 인해 점유율이 50%를 넘는 곳은 32개(22.4%)다. 특히 뉴욕, 로스앤젤레스, 바르셀로나, 시드니, 시카고 등 노선은 양사 점유율이 100%에 달한다.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 기준 미주 노선 점유율은 대한항공 51%, 아시아나항공 24%로 양사가 75%를 차지했다. 여기에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를 맺은 델타항공(11%)까지 더하면 86% 수준까지 치솟게 된다.

여기에 계열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까지 합치면 독과점 우려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박상혁 의원에 따르면 국내 공항에서 운항 중인 435개 노선 중 통합 항공사가 독과점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노선은 50.8%인 221개에 달한다. 2019년 221개 노선에서 이용객의 절반 이상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계열 LCC를 이용했다.

독과점 우려에 공정위는 운수권과 슬롯을 다른 항공사에 재분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통합 항공사 운수권 재배분시 국내 항공사보다는 외국항공사에 더 많은 혜택이 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LCC 규모를 고려하면 장거리 노선 운수권을 재배분하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운항 규모가 줄어들 경우 인력 구조조정 우려도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으나, 운수권 재배분을 통해 운항 규모가 줄어들 경우 인력 수요도 그만큼 축소되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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