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참고인 채택 과정 지난 국회 답습 분위기···“‘군기잡기’ 인식 여전”
신청사유 구체적 명시 필요성 제기···“‘이슈몰이’보다 차별화 노력 필요해”
연휴 직후인 오는 7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국정감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1대 국회의 초선 의원 비율이 높은 만큼 당초 기대를 모았던 첫 국감이지만, 예전 국감을 답습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증인·참고인 채택 과정에서 매번 비판됐던 ‘기업 줄세우기‧길들이기’ 등 모습이 재연되고 있고, 구체적인 쟁점 없이 ‘이슈화’에 집중한 증인·참고인 신청이 이어지고 있어 국회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다.
국회 정무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원회의 증인·참고인으로 채택된 기업인은 총 82명이다.
정무위의 증인·참고인은 서보신 현대자동차 사장, 조정열 에이블씨엔씨 대표,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사장, 이광일 GS건설플랜트부문 대표,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 서황욱 구글코리아 총괄전무, 이윤숙 네이버쇼핑 사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강성모 우리은행 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 부행장, 장영채 NH투자증권대표,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등이다.
과방위에서는 낸시 메이블 워커 구글코리아 대표, 레지날드 숀 톰슨 넷플릭스서비스코리아 대표, 강국현 KT커스터머 부문장, 유영상 SK텔레콤MNO사업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이태현 웨이브 대표,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 정진수 엔씨소프트 수석부사장 등이 증인·참고인 명단에 올랐다.
또한 산자위 국정감사 증인·참고인 명단에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 김동욱 현대자동차 전무, 장현식 코리아하이테크 대표, 김경호 테슬라코리아 대표, 오세철 삼성물산 부사장, 김석기 삼성전자 부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 이감규 LG전자 부사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 강신봉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회장 등이 포함됐다.
해당 증인·참고인 중에는 현재 문제가 제기되거나 각 분야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한 답변이 필요한 인사들도 일부 포함되긴 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참석이 불필요한 인사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는 시각이 많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감인데 소관 상임위에서 이 정도 급 대기업 임원·임직원, 관심 받는 기업 인사 불러야하지 않냐’는 의원들의 인식이 여전하다”며 “코로나19로 경제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도 말 그대로 국감을 통한 ‘군기잡기’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인·참고인 신청 과정에서 신청 사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사유가 분명해야 국감이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실시될 수 있어 ‘맹탕국감’의 오명을 벗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과방위의 경우 낸시 메이블 워커 구글코리아 대표는 현재까지 국감 출석 여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고, ‘구글플레이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공식화했다. 인앱결제 강제 정책이 핵심 현안이지만 이에 대한 논의가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라며 “무더기 증인·참고인 신청에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국감이 실질적인 기능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슈화에 함몰된 증인·참고인 신청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과방위는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인기 캐릭터 ‘펭수’를 참고인으로 채택했고, 법제사법위원회는 유튜브 스타 이근 대위 채택 여부를 논의 중이다.
이 대위의 경우 육군의 총검술 폐지정책 관련 군사법원 국감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위를 증인으로 채택할 시 ‘펭수’와 함께 국감의 희화화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교육위원회에서도 이른바 ‘랍스터 급식’으로 화제가 된 바 있는 김민지 전 세경고 영양사가 참고인으로 신청되기도 했다. 급식 예산의 효율적 활용, 메뉴 개발 등을 질의한다는 사유였지만 현재는 철회된 상태다.
이와 같은 행태에 대해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펭수’의 국감 출석은) 미국 의회에 미키마우스가 출석하는 꼴 아니냐”며 “수익 배분 구조를 따지려면 EBS 사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인기인의 유명세에 편승해서 여론을 선동하는 것은 나쁜 정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증인·참고인 채택 과정에서 의원들의 ‘무리수’가 남발하고 있는 것이 시기·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21대 국회에 대중적 인지도가 절실한 초선 의원들이 대거 입성하면서 ‘헛발질’이 나고 있는 것 같다”며 “순간적인 ‘이슈몰이’보다는 지난 국회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 차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여야소(大與野小) 정국 속에서 여당 의원들이 국감을 강하게 실시할 유인이 별로 없고, 아직 ‘뱃지’를 단지 약 5개월 밖에 되지 않은 의원들의 보폭은 좁을 수밖에 없다”며 “내년쯤 돼야 내부고발, 당내 갈등 등이 본격화되면서 제대로 된 국감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