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 불구 지난해 운전기사 갑질논란으로 빛 바래…3세 경영인으로서 역량 시험대 올라
올해는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50대를 맞이하는 시기다. 건설업계의 젊은 ‘40대 기수론’의 한 사례로 소개됐던 그다. 50대의 첫 시기인 만큼 첫 걸음부터 잘 떼야 하는 과제가 그에게 있다.
지난해 이 부회장은 출발은 좋았다. 경제제재 이후 이란 건설사업 최초 수주, 터키 현수교 프로젝트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좋은 실적을 거두며 올해(2017년)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운전기사 갑질논란으로 물의를 빚으면서 이런 성과가 빛이 바랬다.
올해 이 부회장은 어떤 행보를 보일까. 대림산업은 지난해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다만 건축 부문 위축우려로 주가가 약세를 나타냈다. 아울러 미국 에탄크레커(ECC) 플랜트 공장 설립과 맞물려 석유화학 부문 수익성 악화도 우려되고 있다. 경영자로서 50대에 들어선 이 부회장의 역량을 결정지을 중요한 시기가 막을 올렸다.
◇ 2015년 3세 경영시작…이듬해 운전기사 갑질로 이미지 먹칠
이 부회장은 2010년 대림산업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다음해 대표이사에 부임하며 사실상 대림산업의 최고경영자에 등극한다. 또한 2015년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 I&S의 합병을 통해 대림그룹의 지배권을 확보하며 ‘3세 경영’을 시작했다.
40대 ‘젊은 피’인 그가 그룹 전반의 경영권 획득 이후 대림산업은 좋은 실적을 보였다. 대림산업은 2015년 연결 기준 매출 9조5137억원, 영업이익 2718억원, 순이익 217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대비 매출은 2.36%,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흑자전환했다. 대림산업은 건설업계를 덮친 '해외 플랜트 현장 수익성 악화' 여파에서 빠른 회복세를 나타냈다.
◇ 부친은 문화 ‘애호가’, 절약정신 실천해
이 부회장의 아버지인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은 문화 애호가로 유명하다. 이에 대림산업은 문화방면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대림산업은 본사 로비에 영국 아티스트 그룹인 ‘트로이카’의 클라우드(CLOUD) 작품을 전시했다. 구름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여느 건설사 로비와 다른 모습이다. 이준용 명예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종종 대림산업이 경영하는 미술관에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역시 아버지와 더불어 문화에 관심이 많다. 그는 대림미술관 관장을 맡아 작품 전시 등을 큐레이터와 직접 의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선친처럼 이 부회장도 집무실에 비서를 따로 두지 않고 수행비서만을 둔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3명의 대표이사 역시 동일하다. 집무실에 화장실을 설치하지 않고, 외부 직원 화장실을 이용하는 검약도 닮았다.
◇ 지난해부터 실적개선 기대감 키워
이해욱 부회장의 지휘하에 대림산업은 지난해부터 실적개선 기대감을 키웠다.
대림산업은 최근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12월 이란에서 2조3036억원의 정유공사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란 경제제재 이후 국내외 건설사 중 첫 대형 수주다. 아울러 프로젝트 수주금액이 국내 건설사의 역대 이란 내 실적 가운데 가장 많다. 또한 지난달에는 사업규모 3조5000억원대의 터키 현수교 프로젝트를 수주(대림산업, SK건설, 터키 리마크‧야프메르케지 컨소시엄)했다.
지난해 실적도 긍정적이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매출 9조8540억원, 영업이익 4250억원, 순이익 3116억원(잠정실적)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직전해 대비 매출액 4%, 영업이익 56%, 순이익 44%가 증가한 수치다. 매년 문제 법인으로 지적된 사우디 현지법인(DAS)의 영업손실폭도 같은 기간 2181억원에서 371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 이해욱 부회장 50대 진입
이해욱 부회장은 올해로 50대에 진입했다.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되지만 오너경영인인 만큼 연임이 유력하다. 하지만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험난한 시기가 닥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림산업의 건설 부문 실적악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건설 부문에서 매출 7조5796억원, 영업이익 132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직전해 대비 8.3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9.6% 감소한 수치다. 이로 인해 대림산업의 주가는 실적발표일인 지난달 24일 다음날 전일 종가(8만4700언) 대비 3.06% 하락한 수치를 보였다. 10일 종가 기준 1주당 8만4000원으로 가격이 올랐지만 여전히 실적발표 이전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대림산업의 실적을 이끈 석유화학 부문 위축 가능성도 제기된다. 롯데케미칼이 미국 화학사 엑시올(Axiall)과 합작한 에탄크레커(ECC) 플랜트 공장이 올해 준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CC 공급과잉으로 인해 대림산업의 유화 부문 실적악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앞서 기자와 통화한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 대림산업의 석유화학 부문 실적은 보수적으로 분석된다”며 “미국내 ECC 물량과 대림산업 (석유화학) 제품의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결국 이해욱 부회장의 50대 성적은 주택을 비롯한 건축과 해외 부문 실적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건축 부문은 올해 실적개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기존 주택분양 물량에서 나온 분양대금이 올해부터 실적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올해 주택 분양물량(1만5000가구)을 지난해 (2만3000가구)대비 줄였음에도 전문가들이 대림산업의 실적개선 가능성을 점치는 부분이다.
이광수 연구원은 “올해부터 주택 부문에서 분양대금이 유입되기 시작한다”며 “지난해와 달리 올해 대림산업 실적개선은 건축 부문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해외 부문 실적개선 가능성도 변수다. 대림산업은 최근 해외 토목공사 수주를 늘리고 있다. 국내 인프라 발주물량 축소를 만회하기 위한 방안이다. 아울러 이란을 비롯한 중동 플랜트 물량 추가 확보를 대립산업은 목표로 삼았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매출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11조, 영업이익은 주택사업 실적 증가를 바탕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한 5300억원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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