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황금기 재현 과제…부동산경기 하강속 유동성 개선 극복해야
‘초고대문명설’이란 가설이 있다. 과거 고대 문명이 현실에 버금가는 과학기술(전투기, 핵무기 개발)을 보유했다는 주장이다. 한화건설 임직원에게는 이런 초고대문명설이 황당하게 보이지 않을 듯 싶다.
최광호 한화건설 사장은 지난달 12일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17 경영설명회’에서 매출 4조원을 목표로 설정했다. 최광호 사장의 목표치는 이미 한화건설이 지난 2013년(연결 기준 4조971억원) 달성한 수치다. 한화건설은 2015년 연결 기준 매출 2조9800억원을 기록했다. 한화건설에 있어 2013년이 초고대문명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최광호 사장이 밝힌 매출 4조원은 달리 말하면 한화건설에 있어 ‘과거의 영광 되살리기’에 해당한다. 실적개선 목적으로 임명된 최광호 사장의 책임감이 커지는 대목이다.
◇ 역성장 거듭한 한화건설
지난 2013년을 초고대문명이라 할 만큼 한화건설은 이후 매년 역신장을 거듭했다. 한화건설은 지난 2013년 매출액 4조971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4년 3조3209억원, 2015년 2조9763억원으로 하락세를 탔다. 아울러 2014년과 2015년 각각 영업손실 4110억원, 4394억원을 기록하며 최악의 2년을 보냈다. 해외 플랜트 부문 원가율 상승으로 인한 비용부담이 원인이다.
이로 인해 한화건설은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015년 12월 한화건설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한단계 강등했다. 2년 연속 누적 영업적자가 원인이다.
아울러 한화건설은 건설사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이 회사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2014년 9위를 기록한 이래 2015년에 이어 2016년 11위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시공능력평가액은 1조원 가량이 증발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건설사 간 자존심 대결로 이어질 만큼 건설업계에서 중요시하는 지표다. 한화건설은 10위권에서 벗어나는 굴욕을 맞았다.
이에 한화건설은 구원투수로 최광호 사장을 지난 2015년 6월 전격 선임했다. 정기 조직개편 이전 이뤄진 ‘깜짝’ 인사였다 .최광호 사장은 1977년 한화건설 입사 이래 부사장 직위까지 오른 ‘샐러리맨 신화’로 평가받았다. 당시 최장수(7년) 건설사 CEO인 전임 이근포 사장이 ‘실적부진’으로 물러났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 최광호 사장, '광폭' 실적개선 행보
최광호 사장 부임 후 부임 후 한화건설은 강도 높은 인력조정을 감행했다. 한화건설은 지난 2015년 9월 초부터 임직원 200여명을 감축했다. 이는 당시 전체 임직원의 9%에 해당하는 수치다. 실적개선의 일환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구조조정과 더불어 최광호 사장이 부임한 이래 한화건설은 실적개선을 이어갔다. 한화건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6827억원, 영업이익 112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전화했다. 최광호 사장 부임 1년차를 맞은 지난해 들어 한화건설은 매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또한 한화건설은 최광호 사장 부임 이후 수주잔고가 늘어났다. 지난해 3분기 한화건설의 수주잔고는 18조9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해말(18조5000억원) 대비 증가한 수치다. 저가수주를 지양하고 손익과 현금위주의 선별수주로 최광호 사장이 실적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한화건설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4분기 이후 한화건설의 주요 공사 현안인 얀부, 마리픽 등 준공 정산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나 (실적)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한화건설의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달성 가능성을 높게 분석했다.
◇ 특유의 형님 리더십, 일처리로 비스마야 프로젝트 직접 챙겨
최광호 사장은 부임 이전부터 사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평상시 직원들을 잘 챙기는 ‘형님 리더십’을 발휘하는 덕장 스타일이라고 한화건설 측은 밝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의리경영’과 일정부분 절충점이 있다.
최광호 사장은 일을 꼼꼼이 챙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2012년 이라크 비스마야 프로젝트 수주도 당시 최광호 사장이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프로젝트는 계약금액만 11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km 떨어진 비스마야 지역에 1830ha(550만평)에 분당급 규모의 신도시를 개발하는 공사다. 비스마야 프로젝트는 한국 건설사가 단일 수주한 프로젝트로는 해외건설 사상 최대 규모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광호 사장은 부임 이후에도 직접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를 챙기고 있다. 지난 2015년 12월 최광호 사장은 이라크 총리를 직접 예방한 뒤 비스마야 건설공사 대금 약 2000억원을 수령했다. 최광호 사장의 예방은 지난 2014년 8월 아바디 이라크 총리가 취임한 이후 국내 기업인 중에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다.
비스마야 프로젝트는 한화건설에게 애물단지로 전락할 뻔 했다. 공사대금을 회사 측이 원활히 수령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사업규모가 큰 만큼 추가원가 발생폭도 클 수 밖에 없다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3개 신평사는 지난 2015년 한화건설의 신용등급 강등 시 해당 사항을 문제 삼았다.
비스마야 프로젝트는 이제 한화건설에 복덩이로 작용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지난 1월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대금 약 6800억원을 수령했다. 이를 통해 한화건설은 해당 프로젝트의 공사 미수금을 전액 수령했다. 해당 기성수주로 한화건설 측은 부채비율 개선, 차입금 감축 등의 실적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 최광호 사장 올해 넘어야 할 산 많아
한화건설은 최근 뉴스테이 부양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반면 이같은 실적개선 움직임과 별개로 여전히 최광호 사장이 올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유동성 확보가 올해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화건설이 올해 금융기관에 반환해야 할 단기차입금은 총 9728억원에 달한다. 아울러 한화건설은 올해 450억원의 사모사채를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화건설의 지난해 3분기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총 1872억원이다. 한화건설의 지급여력을 넘는 부채상환이 올해 대기하고 있다.
아울러 분양사업도 한화건설의 올해 실적을 가늠하는 주된 요소다. 올해 한화건설은 4825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부동산 경기 하강 조짐이 보이고 있다. 올해 분양성적이 저조하면 한화건설 실적에 큰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한화건설은 전국에 총 5561가구의 주택을 공급했다. 주택시장 경기 호황을 통한 막대한 분양대금 유입이 한화건설 실적개선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올해 분양성적이 한화건설 매출 4조 달성에 중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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