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위기서 실적개선 이끌며 연임 가도…오너경영 복귀 가능성 상존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헨리 4세’에 쓴 구절이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에게 막중한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GS건설 경영에 참여했던 GS그룹 오너일가는 왕관의 책임감에 걸맞는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GS건설은 지난 2013년 1조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오너일가인 허명수 사장은 이에 대한 책임으로 회사 경영에서 물러났다. GS건설의 ‘최고영영자(CEO)’란 왕관은 비(非)허 계열 전문경영인 임병용 사장에게 수여됐다.
임병용 사장은 취임 이후 왕관의 무게를 훌륭히 견뎌냈다. 그는 부임 후 2년차인 2014부터 영업이익을 흑자전환 했다. 지난해까지 포함해 3년 연속 흑자달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GS건설의 급한 불을 끈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지난 2016년 왕관 소유권을 3년 더 인정 받았다.
하지만 왕관을 쓴 非허씨인 임병용 사장은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순이익은 그의 임기 동안 매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외 부문 수익성 악화 여파가 여전히 지속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오너일가가 다시금 GS건설의 경영에 참여한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非허 시대를 이어가기 위해 임병용 사장의 ‘책임감’이 막중해질 수 밖에 없다.
◇ 2013년 대규모 손실… 왕관 무게 못견딘 허명수 사장
GS건설은 2007년부터 오너 경영체제로 돌입했다. 김갑렬 전 대표이사 사장(이하 사장)을 대신해 허명수 사장이 GS건설을 이끌게 됐다. 허명수 사장은 허창수 현 GS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허명수 사장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연간 영업이익 5000억원 가량을 달성하며 순조로이 GS건설을 이끌었다.
하지만 허명수호(號)는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GS건설은 지난 2012년 영업이익 1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지난 4년 간 평균 실적 대비 저조한 실적이다. 해외 사업장 저가수주 여파다. 해외 부문에서 추가원가가 발생하며 GS건설은 서서히 실적부진을 보였다.
2013년에 이르러 GS건설은 대규모 ‘어닝쇼크’에 직면한다. 그해 1분기 GS건설은 5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다. 창사 이래 가장 큰 손실이다.
실적부진의 책임으로 허 사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후임으로 2013년 6월 전문경영인인 임병용 사장이 선임된다. 임병용 사장은 경영지원총괄(CFO)에 인선된 지 6개월 만에 사장 자리에 파격적으로 승진했다.
◇ ‘재무통’ 임병용 사장, 카리스마로 전권 거머져…非허 시대 개막
임병용 사장 인선은 당시 업계에서 ‘의외’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른 건설사 최고 경영자와 다른 이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임병용 사장은 1991년 LG 구조조정 본부 입사 이래 LG텔레콤 영업마케팅 본부장, GS 사업지원 팀장 및 경영지원 팀장, GS스포츠 대표이사를 역임하는 등 건설사 재직경험이 전무했다. ‘건설사는 경영자는 업종 특성상 건설업 경험자가 맡아야 한다’는 업계 통설에 정반대되는 인사다. GS건설의 실적을 수습하기 위해 내실 다지기에 능한 ‘재무통’을 이례적으로 선임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임병용 사장은 회사의 기대에 부응했다. 2013년 영업손실 1조314억원을 기록한 이래 GS건설은 2014년과 2015년 각각 영업이익 127억, 1382억원의 ‘흑자전환’을 이뤘다. 재무통 경력에 입각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저가수주 지양이 성과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임병용 사장이 부여받은 막강한 권한도 회사의 실적개선에 도움이 됐다. 임병용 사장 부임 이후 GS건설은 해외사업총괄, 경영지원총괄, 국내사업총괄의 ‘3총괄체제’에서 CEO 직할체제로 전환했다. 대표이사가 종전 4명에서 허창수‧임병용 2명으로 줄었다. 임병용 사장이 권한을 행사하기 용이한 구조가 됐다.
임병용 사장 특유의 카리스마에 입각한 업무추진력도 실적개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있다. 지난 2013년 1분기 해외사업 원가율 상승분을 선반영해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도 당시 임병용 CFO의 주장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이나 재무 담당자의 경우 해외 사업장의 손실을 임기 내 반영하지 않으려 한다. 임기가 지난 후 손실이 실적에 반영되면 후임자에 책임전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재무 담당자가 손실을 선반영하는 것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임병용 사장은 임기 3년 간 왕관의 무게를 훌륭히 견뎌냈다. 실적개선에 대한 공로로 임병용 사장은 지난 2014년말 유임됐으며 2016년에는 재선임에 성공했다.
◇ 오너일가 경영 참여 가능성 커져…非허 시대 마감될까
임병용 사장은 2019년 3월까지 임기가 보장된다. 하지만 남은 기간 ‘非허 시대’를 유지하기 위해서 넘어야할 과제가 많다.
무엇보다 해외 사업장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GS건설은 임병용 사장 재임기간 내내 연간 순손실을 기록했다. 해외 사업장에서 추가원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지난해도 GS건설은 영업이익 1430억원을 거뒀지만 순손실을 202억원 기록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해외 사업장이 분포된 플랜트 부문을 중심으로 원가율이 100%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해말로 준공일이 예정된 해외 사업장 양도일이 미뤄지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올해 해외사업장의 추가손실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너일가의 경영권 참여 가능성도 임병용 사장 임기에 변수가 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2015년 12월 허윤홍 사업지원실장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허윤홍 전무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허윤홍 전무는 지난 2013년 상무로 승진한 이후 2년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또한 2013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허명수 GS건설 부회장이 지난해 베트남 방문, ‘건설인 신년인사회’에 참여하는 등 대외노출 빈도를 늘리고 있다. 일각에서 ‘GS건설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오너일가의 경영권 복귀 명분이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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