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위드미와 신세계건설…과도한 그룹 의존도·부채비율 낮춰야

건설업계는 올해를 '위기의 한해'로 진단하고 있다. 대내외 건설시장 경기 불확실성 때문이다. 대내적으로 정부 부동산 규제·주택공급과잉, 대외적으로 미국 금리인상, 중동 업황 악화가 손에 꼽힌다. 그만큼 기업경영을 책임지는 CEO들의 경영능력이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각 건설사의 올해 과제와 경쟁력, CEO의 올해 경영구상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위드미는 3무(無) 정책을 채택했다. 24시간 영업, 위약금, 로열티를 모두 없앴다.” 윤명규 전 위드미 대표이사가 본지와의 인터뷰 당시 밝힌 말이다. 

윤명규 신세계건설 대표 / 사진= 신세계그룹

윤명규 대표는 2년간의 이마트위드미 생활을 접고 지난해부터 신세계건설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이례적인 인사란 평가가 다수다. 그는 1989년 신세계그룹 입사 이래 29년 간 유통 부문에 종사한 ‘유통맨’이기 때문이다.

 

건설 업계는 스스로 “건설은 업종 자체의 특수성이 있다. 전통적 건설 종사자가 아닌 유통 종사자가 온 것은 독특한 인사”란 평가를 내놨다. 윤대 표의 인사이동은 위드미점포수를 2014년 501개에서 2년새 3배(1704개) 넘게 늘린 윤명규 대표의 ‘3무(無)에 기반한 공격적 영업’에 대한 공로를감안한 것이라는 후문이다. 


신세계건설은 윤명규 대표가 재직했던 이마트위드미에 비해 매출규모만 10배가 넘는 신세계그룹 내 대형 계열사다. 또한 시공능력평가순위도 ▲2012년 46위 ▲2013년 39위 ▲2014년 36위 ▲2015년 33위 ▲2016년 22위를 기록하는 등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더구나 건설은 안정적 그룹물량이 담보됐기에 종전과 같은 ‘공격적 영업’이 필요한 사업은 아니라는 평가다.

하지만 그가 몸 담게 된 신세계건설에서 종전의 '없애는 無'와는 다른 '풀어내는 해(解)'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마트위드미와 신세계건설의 닮은 듯 다른 모양새 때문이다. 높은 부채, 높은 그룹 의존성이 문제로 지적된다. 두가지 문제를 해결할 윤명규 대표이사의 2解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 그룹물량에 호황 누려…의존도 높아 위기대처 능력 떨어져

신세계건설은 지난 2013년 국내 사업에 호되게 데었다. 부동산 시장 악화로 인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채무 현실화 때문이다. 신세계건설은 당해 113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로 인한 여파로 자기자본 비중이 2012년말 1601억원에서 2013년 280억원으로 급격히 감소하며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하지만 그룹물량이 늘며 신세계건설은 실적반전을 이뤘다. 매출액이 2014년 8360억원에서 2016년 3분기 1조818억원으로 성장했다. 영업이익률도 ▲2014년 3% ▲2015년 3.9% ▲2016년 1분기 5.1% ▲2016년 2분기 4.46% ▲2016년 3분기 4.34%로 개선됐다. 높은 채산성을 지닌 그룹물량 덕택이다.

잇따라 발주될 그룹물량도 윤명규 대표에게 긍정적인 신호다. 그룹의 실질적 경영자인 정용진 부회장은 사업확장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 마련한 ‘비전 2023’에 따라 10년 간 총 31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또한 지난 9월 개장한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하남에 이어 고양 삼송, 안성, 인천 청라·송도 등에도 쇼핑몰 개장이 계획됐다. 신세계건설 실적개선에 긍정적인 신호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신세계건설의 신용등급을 각각 A-->A,  A-/안정적-> A-/긍정적으로 상향했다. 

하지만 높은 그룹물량 의존도는 신세계건설에 부담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신세계건설 전체 매출액에서 신세계그룹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38.10%에서 2015년 46.44%로 늘었다. 지난해에도 매분기 4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룹물량이 줄어든다면 신세계건설의 실적도 동반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윤명규 대표가 재직했던 이마트위드미 역시 높은 그룹 의존도를 보였다. 위드미는 2014년 이래 2년 연속 영업손실(2014년 140억원, 2015년 262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그룹 차원에서 유상증자 등의 자금지원을 통해 사업이 유지된 바 있다. 이마트위드미에 이어 신세계건설에서도 '부채 해소'는 윤명규 대표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신세계건설 역시 이를 감안해 올해 경영목표 중 하나로 '사업다각화'를 내세운 상황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신세계건설은 그룹물량이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이에 윤명규 대표의 이마트위드미 시절 영업능력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 안정적 실적이 보장된다"며 "다만 신세계건설의 그룹물량 의존도가 높은 부분은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 물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매년 투자를 늘리는 만큼 당장의 위험부담은 적다. 하지만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사업다각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높은 부채비율이 걸림돌로 작용

윤명규 대표이사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로는 높은 부채해소가 있다. 

신세계건설은 부채비율이 동종 업종 평균과 비교해도 매우 높다. 지난 2013년 대규모 손실 발생 때 1871.5%를 기록한 뒤 ▲2014년 2282,9% ▲2015년 629.9% ▲2016년 1분기 591.40% ▲2016년 2분기 568.30% ▲2016년 3분기 516.1%로 매년 400%가 넘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높은 부채 역시 이마트위드미와 신세계건설의 공통점이다. 이마트위드미의 부채비율은 ▲2014년 1692.12% ▲2015년 439.56%로 높았다. 또한 이마트위드미는 지난해 2분기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갔다. 

경기도에 위치한 골프장인 트리니티CC에서 발생하는 입회권이 신세계건설 부채비율 확대에 영향을 주고 있다. 신세계건설은 지난 2015년부터 사실상 무차입금 경영 중이다. 골프장 입회금 덕분이다. 골프장 입회금이 2013년 대규모 손실을 만회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다만 분양대금의 성격인 골프장 입회금의 90% 이상이 유동부채로 인식되며 부채비율이 늘었다. 유동성 골프장 입회금은 ▲2014년 1951억원 ▲2015년 2410억원 ▲2016년 1분기 2498억원 ▲2016년 2분기 24987억원 ▲2016년 3분기 2531억원으로 증가추세다.

신용평가사 역시 해당 입회금의 반환여부를 포함한 부채비율 및 상환여력을 신용평가 등급 산정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마트위드미에 이어 윤명규 대표가 신세계건설에서 직면하게 될 과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올해 신세계건설의 경영목표는 2가지다. 첫째는 그룹 핵심지원 사업으로 성장기반 확보, 둘째는 외부 수주경쟁력 강화다"라며 "해당 사업계획으로 정상적 사업이익 확대를 통해 부채비율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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