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배 전 대표와 카카오 임직원 간 대화 근거 ‘시세조종’ 주장
배 전 대표 “원아시아 공모의도 없어”···원아시아 대표, 최근 구속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 사진=연합뉴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카카오 법인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배 전 대표와 카카오 경영진 및 그룹 투자 담당 임직원 간 녹취록,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근거로 배 전 대표 등이 하이브의 SM ‘공개매수 방해’ 목적으로 시세 조종을 했다 강조했다. 배 전 대표가 ‘공개매수 저지’란 용어를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공모 혐의를 받는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에 직접 도움을 요청한 점이 확인됐단 이유에서다. 당시 원아시아 자회사 그레이고는 SM 고가 매수에 참여했다. 배 전 대표 측은 그레이고의 SM 주식 매입은 추후 확인된 사항일 뿐이라며 원아시아와의 공모 사실 등을 거듭 부인했다.

29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5형사부(부장판사 양환승)는 배 전 대표 및 카카오 법인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관련 5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달초 배 전 대표가 보석 석방된 후 열린 첫 공판기일이다.

배 전 대표와 카카오 법인은 지난해 2월 SM 경영권 인수전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2400여억원을 투입, SM 주식 시세를 하이브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가격을 높게 설정할 목적으로 총 553회에 걸쳐 고가 매수 등 시세 조종한 것으로 조사됐다. SM 시세 조종 혐의와 관련 수사선상에 오른 경영진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를 비롯해 배 전 대표, 김성수·이진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 등이다.

◇ “배 전 대표, ‘공개매수 저지’ 표현 사용” VS “의미 달라”

이 가운데 진행된 5차 공판기일에서 양측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대한 설명을 기반으로 배 전 대표의 SM 시세 조종 혐의를 다퉜다.

검찰은 배 전 대표가 임직원과의 대화에서 하이브의 ‘공개매수 저지’란 표현을 사용한 점을 지적했다. 검찰이 공개한 배 전 대표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비서실장격인 황태선 카카오 경영쇄신위원회 상임위원 간 카카오워크 대화 내용에 따르면 배 전 대표는 “하이브의 SM 공개매수를 저지할 수 있다”며 투자심의위원회 개최를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검찰은 카카오 투자실 소속 직원들 간 대화에서도 고가 매수에 대한 문제의식이 드러났고, 당시 김기홍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장내매수에 반대했던 점 등을 근거로 전사적으로 범범행위 여부를 인식하고 있었단 점을 강조했다.

검찰은 “투심위에서 김 CFO는 장내매수에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김 CFO는 카카오엔터 대표인 김성수에게 ‘이런 걸(장내매수) 하지 않아야 당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과 ‘중요한 일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며 “피고인이 제안한 것이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란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말단 직원들이 옆에서 보면서 “이게 맞나”라고 할 정도면 내부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라며 ”피고인도 ‘위험한 인수전’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냐. 전사적으로 장내매수를 통한 저지 행위가 범법행위란 걸 알고 있단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 전 대표 측은 ‘공개매수 저지’란 표현은 SM 시세를 조종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실패하게 만들겠단 것이 아니라, SM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겠단 의미라고 반박했다.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성공하더라도 카카오가 SM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하면 하이브의 SM 인수를 막을 수 있다고 봤단 설명이다.

배 전 대표 측 법률대리인은 ”배 전 대표가 말한 공개매수 저지는 설령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성공하더라도 더 많은 지분을 우리가 확보하면 SM 인수를 저지할 수 있단 걸 의미한다“며 ”시세를 높여 공개매수 응할 사람이 없어 실패하게 만든단 의미가 아니다. 지분을 최대한 확보해 하이브가 SM을 인수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공개매수 저지의 함축적 의미다. 공개매수 저지란 표현을 두고 유죄로 보는 것은 실체와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 檢 ”그레이고, SM 고가매수···배 전 대표·원아시아 공모 정황“

양측은 배 전 대표와 원아시아 간 공모 의혹에 대해서도 공방을 주고받았다. 먼저 검찰은 당시 원아시아 자회사 그레이고(과거 카카오 계열사)가 하이브의 SM 주식 공개매수 과정에서 SM 주식을 고가 매수한 점을 문제 삼았다.

검찰은 ”배 전 대표와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간 대화 내용을 보면 배 전 대표는 원아시아와 카카오의 밀월관계 관한 언론 보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입장 물었다“며 ”배 전 대표는 원아시아를 지칭하며 ‘우리와 아무것도 없지만 내가 도와달라 한 게 맞다’며 원아시아와 공모해 매집했음을 자인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또 강 실장은 배 전 대표를 두고 ‘그렇게 공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5%룰 공시는 위반하면 되지’라고 했다“며 ”그러면서 강 실장은 ‘왜 처음부터 원아시아를 끼워 넣었냐’고 배 전 대표를 탓하고 있다. 또 ‘그레이고의 대주주인 카카오엔터, 원아시아가 같이 샀기 때문에 커넥션이 없다고 해도 누가 믿겠냐’고 했다“고 강조했다.

배 전 대표 측은 원아시아와 공모하지 않았단 입장이다. 실제 그레이고가 SM 주식을 고가매수한 당시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단 것이다.

한편 카카오의 SM 시세 조종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원아시아 대표 A씨는 지난 27일 구속됐다. 증거 인멸과 도주의 염려가 있단 게 법원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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