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주주총회서 임기 만료되는 사외이사 2명 재선임 의결
경영상 변수 최소화 의도···매각 재추진 유력하나 과정 순탄치 않아
변수로 수익성과 건전성 주효···높은 저축성보험 비중 및 낮은 지급여력비율 관건
포트폴리오 개선과 인수자 자본 확충 부담 줄여야···미래 기대이익 관점서 긍정적이지 못해

ABL생명 여의도 사옥 전경 / 사진=ABL생명 제공
ABL생명 여의도 사옥 전경 / 사진=ABL생명 제공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ABL생명이 임기 만료 사외이사들을 전원 재선임했다. 매각을 재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한 가운데 경영상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향후 매각 과정에서 핵심 변수로 수익성과 건전성 문제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ABL생명은 이날 열린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두 명을 재선임했다. 앞서 ABL생명은 오는 31일 임기가 만료되는 사내이사 송민용 CFO(최고재무책임자) 전무와 이장영·김종열 두 사외이사의 재선임을 요청한 바 있다. 대주주인 중국 보험그룹 안방보험이 지분 100%를 보유한 만큼 이사 후보자들의 선임은 확정 사안이었는데 주주총회를 통해 이를 최종 의결한 것이다.

송 전무는 삼정회계법인 출신의 재무 전문가로 지난 2010년 ABL생명에 합류했다. 2022년 9월 사내이사에 선임돼 기존 사내이사였던 왕루이 CIO(자산운용 및 투자총괄 부사장)의 사임으로 발생한 공백을 메웠다. 

이 사외이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지내고 있고 금융감독원 부원장과 금융연수원 원장을 역임한 관 출신 인사다. 김 사외이사는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겸임교수로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상무와 하나HSBC생명(현 하나생명) 부사장, AIG손해보험 부사장 등을 거친 보험 전문가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3월 임기를 시작한 1년차 사외이사다.

3명 이외에 임기가 만료되거나 중도 교체되는 이사는 없다는 점에서 이사회를 변동 없이 구성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안방보험이 속해 있는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한국 보험시장에서 철수를 준비하는 만큼 기존 이사진을 교체해 경영 안정성을 굳이 훼손할 여지를 조성하지 않는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향후 매각 과정이 순탄치 않다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실제로 ABL생명은 지난해 매각을 시도했으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실패하면서 딜이 무산된 바 있다. 초기 관심을 보였던 사모펀드(PEF)들과 BNK금융지주 등은 중도에 인수 의사를 취소한 것이다. 약 3000억원 수준의 ABL생명 몸값을 두고 원매자와 매각자 간 의견차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자보험그룹이 ABL생명에서 매각 과정을 경험한 지난해 이사진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에서 올해 안에 매각을 재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지만 적정 기업가치를 두고 매각과 인수 측 의견차가 빚어지면 결국 불발 가능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변수로는 수익성과 건전성이 주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ABL생명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상 수익성에 불리한 저축성보험의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저축성보험은 일시적으로 환입되는 금액이 커 단기간에 외형을 불리는 데는 유리하나 이차마진(이자율 차이에서 발생하는 마진)으로 수익을 내는 특성상 수익성이 높은 편은 아니다. 

과거 1999년 독일 알리안츠그룹에 매각되면서 ABL생명은 저축성보험 중심의 영업에 매진했다. 지난 2022년 기준 ABL생명의 저축성보험 비중은 42%에 육박한다. 이후 저축성보험의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보험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있으나 여전히 높은 저축성보험 비중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낮은 지급여력비율에 따른 건전성 부담도 관건이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것으로 대표적인 재무건전성 지표다. 지난해까지 사용되던 지급여력비율에서는 부채를 원가로 평가하는 반면 지난해 초 도입된 신지급여력비율에서는 자산과 부채 모두 시가로 평가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ABL생명의 신지급여력비율(K-ICS)은 168.1%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권고 기준인 150%는 상회하지만 생보업계 평균인 224.5%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건전성이 탁월하다고 평가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급여력비율이 낮으면 인수사 입장에서는 자본 확충 부담이 커진다. 시장금리 상승 국면에서 채권 발행을 하면 이자 부담이 커지는데 불확실성이 큰 매물이라면 당초 참여 의지가 꺾일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인 포트폴리오 개선과 함께 인수자 자본확충 부담을 줄여줘야 매물 매력을 높일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미래 기대이익 관점에서 긍정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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