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계양 2026년 입주 목표로 착공
공사비 문제로 사업 지연 가능성도
공공부문 사업장, 유찰·중단 속출
공사비 개선 나섰지만···분양가 상승 복병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인천계양을 시작으로 3기 신도시가 착공에 나섰지만 입주까지 가는 길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공사비 상승 여파로 사업 지연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공공부문 사업장에선 공사비 문제로 갈등을 빚거나 사업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적정 공사비를 마련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는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본청약 시 당첨자들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천계양 이어 고양창릉·남양주왕숙·부천대장·하남교산 연내 착공 목표 

29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계양 테크노밸리 공공주택지구가 오늘부터 주택 착공에 들어간다. 계양지구가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지 4년 5개월 만이다. 인천계양은 귤현동·동양동·박촌동 일대 333만㎡에 조성되며 공공주택 9000가구를 포함해 총 1만7000가구가 들어선다.

이번에 착공하는 물량은 계양지구 28개 주택 블록 중 2021년 7월 사전청약을 받은 A2(747가구)와 A3블록(538가구) 총 1285가구 규모다. 본청약은 오는 9월 진행한다. 2026년 12월 입주가 목표다. 인천계양 서울 접근성이 우수해 실수요자 관심이 많다.

인천계양지구 위치도 / 자료=국토교통부
인천계양지구 위치도 / 자료=국토교통부

정부는 인천계양을 시작으로 나머지 4곳(고양 창릉·남양주 왕숙·부천 대장·하남 교산) 신도시도 올해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겠다는 목표다. 착공 물량은 고양 창릉 2000가구, 남양주 왕숙 4000가구, 하남교산 1100가구, 부촌대장 2500가구 등 약 1만 가구 규모다. 이들 지구의 본청약은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공공부문 사업, 공사비 문제로 ‘올스톱’ 

다만 분양과 입주가 정부의 계획대로 이뤄질진 미지수다. 공사비 갈등에 따른 사업지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최근 공공주택 사업지에선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거나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갈등을 빚고 있는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장은 전국 62곳(4만8000여가구)에 달한다. 위례신도시 ‘A2-6블록 공공임대사업’은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시공사 GS건설·계룡건설이 공사비를 두고 갈등을 겪었다. 공사비 상승에 따른 추정 손실액은 268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또 부산 에코델타시티 공공주택사업(18·19·20블록)에선 대우건설·DL이앤씨·GS건설 컨소시엄이 추정손실액이 1360억원에 달한다며 발주처인 부산도시공사와 갈등을 빚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 사업장에서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민간사업자가 공사비에 부담을 느끼고 사업권을 자진반납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취소된 공공지원 민간임대사업은 파주운정 F-P3(812가구) 파주와동 A2(858가구), 평택고덕 A56(1499가구) 등이 있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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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B노선이 지나는 삼성역 복합환승센터도 사업차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2공구 건설공사는 서울시가 2022년 말부터 다섯 차례 발주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공사비로 1년 넘게 유찰이 반복되고 있다. 2공구는 영동대로 코엑스사거리에서 휘문고교 사거리 일대를 공사하는 현장으로 사실상 삼성역 복합환승센터를 짓는 구간이다. GTX-A와 C노선, 위례신사선 등의 역사가 이곳에 모인다. 복합환승센터 건설이 지연되면서 GTX-A노선 전구간 개통도 2028년에서 2029년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이밖에도 서울 대심도 빗물 배수 터널(9936억원)와 일산 킨텍스 제3전시장(6169억원) 등 1000억원 이상 책정된 대규모 공공사업 8건이 유찰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공사업은 국민 세금으로 추진하다보니 최대한 기업 이윤을 적게 배정하고 이마저도 기획재정부 심의를 거쳐야 한다”며 “공사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지금 같은 국면에선 시공사가 원하는 만큼 공사비 증액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증액분에 대한 심의를 받을 때도 관행적으로 예산이 삭감되는 일도 부지기수다”고 덧붙였다.

◇정부 공사비 산정 개선 추진···“분양가 상승 불가피···본청약 이탈 가능성도”

공공부문 공사 지연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적정 공사비 반영을 위해 공공부문에 적정단가 산출과 물가상승 반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어제(28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하며 공공부문 공사비에 대해 현재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직접 공사비 산정기준을 입지와 층수 등 시공 여건 맞게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급등한 물가 상승분이 공사비에 적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물가 반영 기준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문제는 공사비가 오른 만큼 분양가도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이다. 3기 신도시는 공공택지인 만큼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 민간 아파트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는 점이 특징이다. 인천계양의 A2블록 전용면적 84㎡은 사전청약 당시 분양가격이 4억9000만원대였다. 인근 박촌동 ‘계양하늘채파크포레’(2023년 4월 준공·546가구) 전용면적 84㎡가 올해 1월 5억6000만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양가격이 비슷한 수준으로 오를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가 계속 오르고 있어 본청약시 확정 분양가는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부동산 시장 침체 속 신축 아파트들도 가격이 많이 떨어진 만큼 3기 신도시 분양가는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 본청약을 포기하는 수요자들이 속출할 가능성도 있다”며 “3기 신도시 완성이 순항하기 위해선 각종 변수들을 고려한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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