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새벽부터 서울 시내버스 파업 돌입···상당수 시민 파업 사실 몰라 ‘당황’
지하철 증차 등 당국 대책에도 시민 불편···11시간 만 노사 합의로 운행 재개

28일 오전 서울 광진구의 한 시내버스 차고지. 파업으로 모든 차량들이 운행을 멈추고 차고지에 서 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28일 오전 서울 광진구의 한 시내버스 차고지. 파업으로 모든 차량들이 운행을 멈추고 차고지에 서 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28일 오전 서울 광진구의 한 시내버스 차고지. 평소 같으면 차량 운행으로 한산해야 할 공간이지만, 시내버스가 가득차 있었다. 차고지 앞 정류소에 있던 한 여성은 “어제까지 파업얘긴 전혀 듣질 못했는데, 아침에 갑자기 운행은 안한다고 한다”며 “마을버스는 다닌다니 그거라도 타고 전철역까지 가야겠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버스 대부분이 운행을 멈추면서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파업 자체를 모르거나 당일 안내문자나 방송을 보고서야 알게 돼 당황스럽단 반응이었다. 당국은 지하철 증차 등 대응에 나선 가운데, 오후에 노사가 임금협상에 합의하면서 퇴근길 교통대란은 피할 수 있게 됐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28일 새벽까지 조정회의를 열었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서 이날 오전 4시부터 서울 시내버스는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서울 시내버스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전체 서울 시내버스 7382대 중 절대 다수인 7200여대가 운행을 멈췄다. 시민 상당수는 파업 사실 자체를 몰랐다며 당황스러워 했다. 서울 건대입구역 인근에서 만난 민모씨는 “원래 시내버스를 타고 어린이대공원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정류장에서 파업 사실을 알고 급한대로 마을버스를 타고 여기서 내려 출근하려고 한다”며 “지각은 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만난 김윤정(29)씨는 “자고 일어나 안내문자 받고 파업인줄 알았다”며 “정류장 전광판에 운행하는 버스가 없어 어리둥절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버스가 운행을 멈추면서 서울시, 자치구 등은 지하철 증차, 대체차량 운행 등 대응에 나섰다. 시는 전날부터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해 파업상황을 실시간 점검하고 있고, 자치구들은 지하철역 연계 무료셔틀버스를 안내했지만, 시민들의 불편을 막진 못했다. 

서울 종각역 인근 한 버스정류장. 파업으로 버스 운행이 중단돼 기다리는 사람 없이 한산한 모습이다. / 사진=최성근 기자
서울 종각역 인근 한 버스정류장. 파업으로 버스 운행이 중단돼 기다리는 사람 없이 한산한 모습이다. / 사진=최성근 기자

광화문에 직장이 있다는 김 모씨는 “지하철역이나 차량 내 사람들이 평소보다 훨씬 많았다”며 “밀치는 사람도 있어 불쾌했다”고 말했다. 강동구에 거주하는 다른 직장인은 “무료셔틀버스를 운행한다는 구청 문자를 보고 집앞에서 이용했는데 이용객이 많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서울 시내버스 파업은 그간 임금인상, 호봉제도 개선 등을 두고 누적된 노사 견해차가 터졌단 분석이다. 노조 측은 “임금 호봉별 시급을 12.7% 인상하고 정년 이후 차등지급을 폐지해야 한다”며 “현재 물가인상분을 반영한 것으로 인천, 경기지역으로 이탈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사항”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측은 최근 5년간 물가상승률과 임금인상률과 비교하면 과도한 요구이며, 정년 이후 차등지급은 정년연장에 따라 만들어진 제도로 이를 없애는 것은 무리란 입장을 고수했다. 전날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6.1% 인상 절충안을 내놓았으나 중재에 실패하면서 2012년 이후 12년만에 파업이 현실화됐다. 

다만, 파업 돌입후에도 노사는 서울시 중재 속에 실무진간 물밑 대화를 이어갔고, 파업 개시 11시간여만인 이날 오후 임금협상에 합의했다. 노사는 임금인상률 4.48%, 명절수당 65만원 조건에 동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늘 오후 3시부로 시내버스 전 노선의 정상 운행을 즉각 실시한다”며 “파업 대비 추진됐던 비상수송대책을 즉시 해제하고 대중교통은 정상 운행한다”며 “연장예정이었던 지하철, 전세버스 등 대체 교통 투입은 현행 운행으로 변경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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