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로 KDB생명 우회 보유···만기 다가와
KDB생명 직접 소유해 건전성 개선 방안 검토
자본여력 빠듯해···대규모 자금 투입가능 '미지수'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 사진=산업은행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 사진=산업은행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산업은행은 사모펀드를 통해 KDB생명 주식을 간접 보유하고 있는데, 펀드 만기가 다가오자 회사를 직접 소유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KDB생명의 자본건전성 등 경영 상황을 개선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의 자본여력이 넉넉치 않은 만큼 KDB생명을 자회사로 둬도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 지분 95.7%를 보유한 사모펀드(PEF)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는 내년 2월 만기가 도래한다. 이 펀드는 2010년 산은이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호생명(현 KDB생명)을 인수할 때 조성했다. 산업은행은 이 펀드의 지분 85.7%를 가지고 있다. KDB생명의 최대주주는 사실상 산업은행인 셈이다. 

산업은행은 만기를 앞두고 KDB생명을 어떻게 할지 장고에 들어갔다. 일각에선 산업은행이 펀드를 청산하고 KDB생명을 직접 자회사로 편입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펀드를 설정한지 13년이 넘었기에 더이상 연장은 어렵다는 판단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펀드 출자자(LP)인 국민연금과 코리안리 등에 의사를 타진 중이란 소식도 들린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을 직접 소유하면 회사의 체질을 대폭 개선해 다시 매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은 그간 KDB생명 매각을 총 여섯 번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특히 지난해엔 하나금융지주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거래 성사 직전까지 갔지만 결국 하나금융이 인수를 포기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KDB생명의 모기업이 된다고 하더라도 상황이 달라질지는 미지수란 의견이 나온다. KDB생명이 매각되지 않은 핵심 이유는 낮은 자본건전성이다. KDB생명의 작년 9월 말 기준 새 지급여력비율(K-ICS·킥스)는 60%로 법정 기준치인 100% 대비 크게 낮다. 이마저도 지난해 하나금융에 회사를 넘기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만들어진 결과다.  

/자료=산업은행,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문제는 현재 산업은행이 KDB생명에 대규모 자금을 보낼 정도로 자본 여력이 넉넉지 못하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3.4%로 당국이 권고하는 수준인 13%를 겨우 넘었다. KDB생명의 킥스 비율을 당국 권고치인 15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투입해야 할 금액은 약 1조5000억원 정도다. BIS비율은 은행의 자기자본을 분자로, 자산에 위험가중치를 적용해 산출한 위험가중자산을 분모로 해 측정한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면 추가 자금을 투입할 때마다 BIS비율 하락 효과가 발생한다.  관련 규정상 은행에 있어 보험사는 비연결대상이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의 전체 자기자본(약 37조, 보통주) 규모를 고려했을 때 KDB생명의 자본 규모는 위험가중치 250%가 적용돼 위험가중자산에 포함된다. BIS비율의 분모가 커지므로 지표도 하락한다.

더구나 산업은행은 지난해 BIS비율 하락의 주된 원인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큰 점도 부담이다. 산업은행은 관계기업인 한국전력이 대규모 적자를 낸 탓에 실적이 크게 깎였다. 한전의 전체 손실 중 지분율 지분율(32.9%) 만큼을 손익계산서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최대주주로 있는 HMM의 주식 가치가 하락한 점도 BIS비율이 내려간 또 다른 원인이다.

올해 한전의 실적이 나아질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HMM 주가도 연 초 상승하더니 최근 다시 내려갔다. 지난해 HMM 매각에 실패한 만큼 당분간 HMM 주가 변동에 따른 위험성은 안고 갈 확률이 높다. 두 악재가 다시 겹치면 KDB생명에 내려보낼 자금 여력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펀드를 청산하고  KDB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것은 여러 방안 중 하나일 뿐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