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주총 안내장 통해 지난해 예상 실적 공개
1%대 매출성장률 기록···“IPO 급하지 않다” 강조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수년째 적자를 이어가는 컬리가 지난해 적자폭을 40%가량 줄였다. 지난해 컬리 목표였던 수익성 관리가 통한 모양새다. 컬리는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간 월간 EBITDA(상각전영업이익) 흑자에 성공한 가운데 컬리도 쿠팡처럼 ‘계획된 적자’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현재 흐름대로라면 컬리는 연내 기업공개(IPO) 재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컬리가 최근 주주들에게 발송한 안내장을 통해 지난해 예상 실적을 알렸다. 컬리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9% 성장한 2조773억원, 영업적자는 143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폭을 줄였다.

◇적자폭 줄였지만···매출 1%대 성장에 물음표

컬리가 지난해 40% 가까이 영업손실을 줄인 것을 두고 유통업계선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컬리가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는 평가와 동시에 매출성장률이 둔화했다는 이유에서다. 그간 컬리는 높은 매출성장률로 이목을 끌어왔기 때문이다.

컬리 최근 5년간 실적 추이. / 자료=컬리, 표=김은실 디자이너
컬리 최근 5년간 실적 추이. / 자료=컬리, 표=김은실 디자이너

최근 5년간 컬리 실적을 보면, 컬리 매출성장률은 ▲2020년 55.3% ▲2021년 38.9% ▲2022년 23.3% ▲2023년 1.9% 등이었다. 유통 기업들이 온라인으로 옮겨간 상황에서 컬리는 매출성장률을 높게 유지해 투자를 지속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컬리는 수익성 관리에 신경 썼다. 김슬아 대표가 지난해 1200억원의 투자를 추가 유치하기로 하면서 2023년 말까지 연결 재무제표상 흑자를 내지 못하면 기업가치를 스스로 낮추겠다는 옵션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외부 투자자와 맺었던 계약으로, 컬리는 수익성 개선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었다.

컬리는 올해 물류 경쟁력 강화, 추가 투자 유치를 통해 신선식품 온라인시장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다. 유통업계에선 컬리가 쿠팡처럼 연내 흑자 달성에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다. 컬리는 뷰티 컬리 ‘최저가챌린지’ 등을 통해 신규 고객을 확대하고 화장품, 패션, 주얼리 등 판매 품목을 늘리며 거래액 늘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고수익성 뷰티 카테고리 매출 비중 확대와 업계 경쟁 완화에 따른 바잉파워가 개선됐고 물류센터 신규 오픈에 따른 물류 효율화와 각종 변동비성 비용 절감으로 판관비율이 하락한 점이 고무적”이라며 “비우호적인 외부환경 속에서도 신사업을 통해 매출이 증가하고 창립 이래 집행됐던 대규모 투자가 점차 끝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컬리가 인정받은 기업가치 및 물류센터 현황. / 자료=신한투자증권, 표=김은실 디자이너
컬리가 인정받은 기업가치 및 물류센터 현황. / 자료=신한투자증권, 표=김은실 디자이너

컬리 관계자는 “작년은 온라인 시장이 전반적으로 성장 자체가 덜했던 시기고, 성장보다는 실적 개선에 포커스둔 것이 사실”이라며 “월간 흑자도 내고 있고, 역성장한 것은 아니여서 시장 상황을 봤을 때 나쁘지 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성장에 초점을 두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무기한 연기’ 컬리, IPO 재도전 탄력 받을까

컬리는 IPO를 무기한 연기했다. 컬리는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 IPO 절차를 밟았지만, 자금조달 시장이 얼어붙으며 지난해 1월 IPO를 연기했다. 앞서 컬리는 기업가치 4조원을 인정받았으나 지난해 2조9000억원대로 줄어든 상태다.

그러나 유통업계에선 컬리가 앞으로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선 결국 IPO를 통한 자금 조달이 필수라고 전망한다.

컬리 관계자는 “IPO 시장이 완벽하게 좋아졌다고 보기에는 증시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면서 “현재 물류센터를 비롯해 추가 발생하는 투자비용이 없고, 컬리 운영 과정에서 현금이 유입되는 상황이라 상장을 급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올해도 ‘성장’에 초점을 맞춘 컬리는 내실을 지속 다지면서 외형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컬리는 신사업으로 퀵커머스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 아직 사업 방향, 지역 등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최근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사업 전개를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컬리는 영남권 샛별배송 서비스 적용 지역을 경주시와 포항시까지 넓혀 물류망을 강화했다. 해당 지역은 국내서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중 컬리가 처음으로 진출한 곳이다. 컬리는 2015년 수도권을 기반으로 샛별배송 서비스를 개시한 뒤 충청권과 대구, 부산, 울산, 양산, 김해, 창원 등으로 서비스 권역을 늘려왔다.

컬리 관계자는 “IPO는 시점을 정해두기 보다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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