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28일 정신아 대표 선임···언론·검찰 출신 사내이사로
노조 “쇄신 말하지만, 변화 느껴지지 않아”

정신아 카카오 신임 대표이사. / 사진 = 카카오
정신아 카카오 신임 대표이사. / 사진 = 카카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카카오 정신아 호(號)가 28일 공식 출범했다. 정신아 신임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사법리스크를 해소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신사업을 통한 실적 개선이란 과제를 안게 됐다.

이를 위해 카카오는 AI 전담 조직을 신설해 AI 기술 및 서비스 강화에 나서는 한편, 언론·검찰 출신 인사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해 준법·리스크 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이날 카카오는 제주도 카카오 본사에서 제29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정 대표이사를 신규 선임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대표로 내정된 정 신임 대표는 그간 카카오 쇄신TF장,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전략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카카오의 쇄신 방향성 설정 및 세부 실행 방안을 수립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정 신임 대표는 AI 중심의 신성장동력 확보, 책임지는 의사결정 구조 구축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 신임 대표는 “사내외의 기대와 주주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이루기 위해 쇄신 작업에 속도를 더하겠다”며 “카카오만이 할 수 있는 AI 기반 서비스 개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 또한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는 AI 기술 및 서비스 강화를 위해 전사에 흩어져 있던 관련 팀을 모아 AI 통합 조직을 꾸린다. 해당 조직 산하엔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를 실험하는 조직을 만들어, 빠른 실행과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도모한다. 카카오가 보유한 플랫폼 개발 경험에 최신 기술을 더해 ‘일상 속 AI’ 시대를 선도하려는 것이란 게 회사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는 이상호 전 SK텔레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최고AI책임자(CAIO)로 영입했다. 이 CAIO는 SK텔레콤 AI사업단장, 다음 검색부문장, 다이알로이드 창업자 겸 대표, 네이버 검색품질랩장 등을 역임한 AI·데이터 전문가다.

카카오는 빠르고 명확한 의사 결정을 위한 조직개편도 단행한다. 의사결정 단계를 간소화하고 조직 및 직책 구조를 단순화해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핵심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기존의 사업 및 목적별로 파편화돼 있던 기술 역량 또한 결집시켜, 기술부채를 해결하고 테크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고자 한다”며 “사업 성격에 따른 유연한 조직 구축 및 운영으로 업무 중복과 사일로 현상을 해소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카카오가 보유한 플랫폼 비즈니스 역량을 극대화하고 이용자에게 최상의 고객 경험을 지속 제공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카카오는 이번 주총에서 권대열 CA협의체 ESG위원장과 조석영 CA협의체 그룹준법경영실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권 신임 이사는 조선일보 논설위원 출신으로, 카카오 커뮤니케이션실장과 대외협력(ER)실장, 최고리스크책임자(CRO), 기업디지털책임(CDR)랩장 등을 역임했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 조 신임 이사는 검찰 재직 당시 기업·금융 분야에서 장기간 수사 업무를 맡았고, 최근 CA협의체 그룹준법경영실장을 지냈다. 이들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며 선진적 거버넌스 체계 수립 및 윤리 경영에 전문성을 발휘할 예정이다.

신규 사외이사로는 함춘승 피에이치앤컴퍼니 대표와 차경진 한양대 경영정보시스템 전공 교수를 선임했다. 함 대표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대표를 역임한 재무 및 자본시장 전문가다. 차 교수는 데이터 및 AI 분야 전문가로서 해당 분야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미래 성장 전략과 사업 기회 발굴을 지원한다.

카카오 노동조합인 크루유니언 카카오지회가 28일 카카오 주주총회가 열린 제주 스페이스닷원 앞에서 경영쇄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사진 = 카카오 노조
카카오 노동조합인 크루유니언 카카오지회가 28일 카카오 주주총회가 열린 제주 스페이스닷원 앞에서 경영쇄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사진 = 카카오 노조

카카오가 쇄신 의지를 거듭 밝혔지만, 내부 신뢰 회복은 과제로 남았다. 실제 정 신임 대표는 과거 카카오뱅크 상장 직후 70억원대의 스톡옵션 평가 차익을 거둬 ‘먹튀’ 논란의 중심에 선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CTO를 카카오 CTO로 내정해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분식회계 혐의로 금융감독원이 해임을 권고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를 연임시킨 탓에 인적 쇄신 의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카카오 노동조합은 이날 주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부터 카카오는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 사법적 리스크와 도덕적 리스크가 결합돼 도무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모든 영역에서 쇄신을 외치지만 호기롭게 시작한 몇몇 대표 교체 외에 구체적인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다. 준법과 신뢰위원회의 권고 사항도 구체적인 개선방안이 나오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위기에서 신뢰, 충돌, 헌신의 가치를 지키기보다 크루에 대한 통제와 감시가 더 심해지고 있다. 경영 위기에 대한 책임을 크루에게 전가하고 경영진은 회사를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여기는 것만 같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명확한 비전과 방향성을 제기하는 리더십과 크루에 대한 동기부여, 투명한 소통과 규정 및 제도의 운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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