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e=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 GTX-A노선(수서역~동탄역) 개통 호재로 동탄역 일대 아파트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동탄2신도시에 역세권 강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2024년 2월) 경기도 화성시 오산동 모 아파트(전용면적 102㎡, 34층)가 역대 최고가인 22억 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지하철 노선 개통을 눈앞에 두고 전고점을 갱신한 것이다. 지난해 9월 동일면적 대비 1억 원 오른 가격인데, 서울과의 거리가 상당한 수도권 외곽 신도시임은 차치하고, 부동산 시장 침체기임을 감안할 때 깜짝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록 국지적이지만 GTX 개통이라는 초특급 호재가 지역아파트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셈이다.

현대사회에서 집은 거주목적의 보금자리이자 동시에 재테크목적의 투자처로 자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 이후 본격적인 산업화 및 경제성장의 과정을 거치면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의 대량공급 필요성이 커졌는데, 이 무렵 등장한 아파트가 국민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면서 명실공히 거주와 투자(재테크)를 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주거용 부동산 상품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역세권이란 지하철역이나 기차역을 중심으로 반경 800m(도보 1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지역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가 역세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도시화가 심화될수록 교통난 여파로 역세권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과 역세권이 부동산 가격을 좌우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건으로 자리할 것이라는데 있다. 주거용 부동산을 고를 때 역세권이 거주와 투자를 겸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코 실(實)일 것이다. 하지만 역세권에 대한 실체적 검증과 경제성분석, 시장분석 없이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가 잘못된 선택을 할 경우 부동산이라는 상품의 속성상 거액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그 후유증은 클 수밖에 없다. 이는 분명코 허(虛)일 뿐이다.

그렇다면 거주와 투자를 겸할 수 있는 주거용 부동산은 어떤 모습이고, 또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할까? 생각건대 호황기에는 시세상승을 주도하되, 불황기에도 쉽사리 가치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통상 거주와 투자를 겸할 수 있는 주거용 부동산이 갖춰야 할 요건으로는 교통(도로 및 철도), 단지규모, 학군(학교 및 학원), 커뮤니티시설, 쇼핑시설(백화점 및 대형할인마트), 조망권 등이 있다. 다만 현대사회로 진화할수록 인구유입 및 직주근접에 따른 도시집중화가 심화되는 점을 감안할 때 교통요건, 특히 역세권은 거주와 투자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최고의 선택지로 볼 수 있다.

역세권의 주된 기능은 교통체증으로 인해 길에서 낭비되는 시간을 절약해주는데 있다. ‘시간은 돈’이라는 말이 당연시되는 현대사회 속에서 직장인에게 출퇴근 시간을 줄여준다는 것은 역세권 주거용 부동산의 효용가치를 최대화시키는 것과 동일시된다. 효용가치가 커질수록 역세권에 수요가 몰리니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다만 역세권이라도 다 같은 역세권이 아니라는 것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역세권의 형태에 따라 부동산의 효용가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같은 수도권지하철이라도 노선에 따라 부동산의 효용가치가 다르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부동산의 효용가치를 최대화시키는 역세권으로는 지하철 2호선, 3호선, 7호선, 9호선, 분당선, 신분당선을 들 수 있다. 물론 이들 노선은 여타 노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상승 견인해온 경험치를 가지고 있으며, 서울 강남의 핵심 요충지를 관통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한때 미분양 내지 미입주로 고전했던 판교신도시와 광교신도시가 서울 강남 접근성을 크게 개선시킨 신분당선의 개통과 함께 인기지역으로 급부상하면서 전국구 고가 아파트 단지로 자리매김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최근 GTX발 역세권 호재로 동탄2신도시가 들썩거리는 것도 일견 이와 유사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반면 같은 역세권이라도 상대적으로 부동산의 효용가치를 크게 개선시키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우이신설선, 신림선, 용인선, 의정부선, 김포골드라인 등으로 대표되는 경전철 노선을 들 수 있다. 경전철 노선은 일반적인 지하철 노선에 비해 사람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으로 정시성(定時性)에 취약하고 대량수송이 어렵다는데 있다. 이는 주거용 부동산의 투자목적과도 직결되는데, 특히 출퇴근 내지 등하교 수요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한편 GTX-A노선의 조기 개통을 호재로 특급 수혜지로 꼽히는 화성 동탄2신도시 동탄역(2024년 3월말 개통) 및 파주 운정신도시 운정역(2024년 12월말 개통) 인근 아파트값은 연일 고공행진중이다. 특히 이슈가 된 동탄역 인근 모 아파트의 경우 전용 102㎡가 전고점을 돌파하면서 2024년 2월 역대 최고가 22억 원에 거래돼 화제다. 이는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 오로지 GTX 개통 호재만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저 놀라울 뿐이다.

문제는 해당 아파트값에 GTX발 거품이 잔뜩 들어간 게 아닌지 합리적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는데 있다. 아울러 GTX-A노선의 조기 개통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그렇다면 거품 여부를 객관적인 수치(실거래 사례)로 들여다보자. 동탄역 해당 아파트값을 복수의 상급지 아파트값과 비교해보면 된다. 전용면적 기준으로 3.3㎡당 동탄역 해당 아파트값은 71,300,000원인데 반해, 비교대상인 서울 마포구 역세권 모 아파트값(2024년 1월 거래)은 68,400,000원, 또 다른 비교대상인 판교역 모 아파트값(2024년 1월 거래)은 53,600,000원으로 나타났다. 과연 서울에서도 상급지로 알려진 마포구 역세권 모 아파트와 최상급지 신도시로 꼽히는 판교역 모 아파트를 뛰어넘을 만큼 효용가치가 더 뛰어난 곳일까? 비교해볼수록 의구심은 커질 뿐이다. 초특급 역세권 호재라고 할지라도 투기적 과대평가 매물로 의심되는 경우라면 보다 신중히 접근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물론 선택은 수요자의 몫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