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가까이 신규 IPO 없어···투심 악화에 줄줄이 연기
금리 인하 이슈 및 배당 확대 기대감으로 분위기 전환 가능성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IPO(기업공개)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유독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만이 시장에 나타나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 가파른 금리 상승과 부동산 시장 침체가 투자심리를 억눌렀던 탓으로 분석된다. 다만 금리 인하 이슈가 지속되고 있고 리츠의 배당 기준 개선법이 통과됐다는 점에서 시장 환경은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평가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리츠 IPO가 1년 가까이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4월 10일 상장한 삼성FN리츠 이후 신규 리츠 IPO는 없는 상황이다. 2020년 이후 지난해까지 총 16곳의 리츠가 활발히 상장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모습이다.

리츠 IPO가 자취를 감춘 배경에는 금리 상승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2022년 3월부터 시작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시중 금리가 급격히 상승했다. 리츠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통상 연 6~8% 배당 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하는데, 금리 상승이 절정이었던 지난해의 경우 안전자산인 예금이나 적금, 채권 금리가 이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오르기도 했다. 리스크 대비 리츠 투자의 매력이 떨어졌던 것이다.

여기에 금리의 상승은 리츠의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수익성 훼손 우려까지 불거졌다. 제로 금리 시기에 대출을 일으켜 자산을 매입한 일부 리츠의 경우 고금리 상황과 맞물려 자금 조달 비용이 크게 상승했다. 이에 배당 감소와 주가 하락 등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리츠주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떨어졌다.

부동산 침체 역시 리츠에 부정적이었다. 리츠는 대개 오피스와 호텔, 물류, 주거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는다. 상장 리츠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오피스의 경우 경기 부진과 부동산 침체에 따른 공실률 하락과 자산가치 하락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호텔이나 물류, 주거 리츠 역시 부동산 하락 사이클에서 자유롭진 못했다.

이에 지난해 상장을 추진하려던 리츠들의 스텝이 꼬이게 됐다. 지난해 상장이 예상됐던 대신자산신탁의 대신글로벌코어리츠는 상장을 미루다 지난 25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회사 해산 안건이 가결됐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의 하나글로벌리츠도 지난해 상장을 저울질했지만 결실로 이어지지 못했다.

다만 시장 분위기가 다소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리츠 IPO가 다시금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리츠 투심을 짓눌렀던 시장금리가 연준의 금리 인하로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로 자리 잡은 까닭이다. 이 경우 리츠의 시가 배당률이 부각될 수 있어 긍정적이다. 특히 조달 금리 인하로 수익성 개선 기대로도 이어질 수 있는데 SK리츠의 경우 2월 리파이낸싱을 통해 2년 전 연 5%대의 조달 금리를 4%로 낮췄다. 

리츠 배당과 관련한 제도 개선도 시장 분위기를 바꿀 요인으로 분류된다. 지난달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 이 법안은 리츠 배당 기준 변경을 골자로 한다. 그동안 자산에서 미실현손실인 평가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반영해 배당을 책정했다. 그러나 법 개정으로 자산 평가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이익 배당 한도에서 제외키로 해 배당여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해당 개정안은 올 8~9월 중 시행 예정이다.

증시에서는 이 같은 상황들을 반영해 리츠의 주가 상승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리츠 대표주를 담은 지수인 ‘KRX 리츠 TOP 10’은 올 들어 6.37%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인 3.76%보다 높은 수치다. 이 지수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9.57%의 하락률을 기록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었다.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이미 시장에서는 잠재적인 IPO 후보가 거론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는 오는 4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IPO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6월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리츠는 2022년 7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영업인가를 받았고 미국 개방형 부동산 펀드에 투자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와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서 우려 요인이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최악의 시기는 지났다는 것이 리츠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라며 “상황을 지켜보는 리츠들이 많은 만큼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고 배당 매력이 다시금 부각되면 리츠 IPO도 훈풍이 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