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대행 서비스로 고객 불편 해소에 주력
中 전기차 맞설 가격·유통 경쟁력 확보 필요

캐스퍼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대행 서비스가 안내되고 있다. 현대차는 캐스퍼 온라인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들을 위해 지난해부터 구매대행 서비스를 공식 제공하고 있다. / 사진=캐스퍼 공식 홈페이지 캡처
캐스퍼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대행 서비스가 안내되고 있다. 현대차는 캐스퍼 온라인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들을 위해 지난해부터 구매대행 서비스를 공식 제공하고 있다. / 사진=캐스퍼 공식 홈페이지 캡처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가 오는 하반기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의 전기차 버전 출시를 앞두고, 현재 내연기관차 모델의 100% 온라인 판매방식을 안착시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일부 고객들에게 낯선 온라인 거래가 캐스퍼 전기차 판매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는 모양새다.

28일 현재 현대차는 캐스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신차 구매대행 서비스를 안내하고 있다.

구매대행 서비스는 통상 전시장에서 영업사원을 만나 차량을 구매하는데 익숙해, 캐스퍼를 온라인으로 구매하기 어려워하는 소비자들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 고객이 캐스퍼 전용 고객센터에 전화해 구매대행 서비스를 요청하면 센터 직원이 개인정보 제공 동의 등 절차를 거쳐 구매 과정을 대신해준다.

현대차에 따르면 캐스퍼 출시 후 온라인 상에서 차량 사양 선택, 계약, 결제 등 절차를 진행하기를 어려워하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그간 빗발쳤다. 현대차는 전화로 문의하는 고객들에게 비공식적으로 차량 구매 과정을 지원해오다 지난해 들어 구매대행 서비스를 공식 안내·제공하고 있다.

캐스퍼 전용 고객센터 관계자는 “온라인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이나 차량을 처음 구매하는 고객을 위해 구매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의 경형 전기차 레이EV. / 사진=기아
기아의 경형 전기차 레이EV. / 사진=기아

◇기아, 레이EV로 전기차 내수실적 만회

현대차가 캐스퍼 구매대행 서비스를 전격 도입한 것은 내연기관 모델 뿐 아니라, 추후 출시할 캐스퍼 전기차의 판매를 염두에 둔 결정으로 분석된다. 최근 성장세가 주춤한 전기차 시장에서 볼륨 모델로서 캐스퍼 전기차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모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의 전기차 내수 판매실적은 전년(7만372대) 대비 13.9% 감소한 6만592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기아의 전기차 판매대수도 5만4132대에서 5만1319대로 5.2% 줄었다. 아이오닉5, EV6, 포터 일렉트릭, 봉고EV 등 양사 볼륨 모델을 중심으로 모든 전기차의 판매량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중 기아의 판매 감소폭이 현대차에 비해 작은 것은 대형 전기 SUV EV9과 함께 경형 전기차 레이EV가 가세한 덕분이다. 두 모델은 지난해 6월, 9월부터 각각 출고되기 시작해 월평균 900~1100대씩 판매되며 기아의 전기차 판매 감소폭을 일부 상쇄했다.

이 중 레이EV는 복합기준 205㎞로 비교적 짧은 주행거리를 갖춰 전기차에 대한 한국 소비자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모델로 꼽힌다. 기아는 레이EV에 비교적 낮은 가격을 책정하고 밴 등 목적별 파생 모델을 함께 내놓으며 유의미한 수요를 창출하는데 성공했다.

캐스퍼 생산법인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윤몽현 대표이사(오른쪽)가 광주 소재 공장에서 시험생산 중인 캐스퍼 전기차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광주글로벌모터스
캐스퍼 생산법인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윤몽현 대표이사(오른쪽)가 광주 소재 공장에서 시험생산 중인 캐스퍼 전기차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광주글로벌모터스

◇중국차 저가 공세 초읽기, 캐스퍼 전기차 역할 대두

레이EV의 성과는 정의선 회장 취임 후 현대차가 처음 출시할 경형 전기차인 캐스퍼 전기차의 흥행 여부에 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대차는 캐스퍼 전기차의 실용성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각도로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캐스퍼 내연기관 모델의 플랫폼을 전기차 모델에 공유해 생산단가를 낮출 예정이다. 또한 비교적 저렴하고 안전한 것으로 알려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대신 에너지 효율이 높고 충전 성능이 안정적인 삼원계(NCM) 배터리의 장착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NCM 배터리를 장착한 캐스퍼 전기차는 LFP 배터리에 비해 판매가가 높아질 공산이 존재하지만, 올해 새롭게 도입된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제도에 따라 LFP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보다 더 많은 보조금이 적용된다.

이와 함께 현대차가 캐스퍼 전기차를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온라인에서만 판매할 것으로 전망된다. 캐스퍼 전기차가 온라인으로만 판매되면 유통 마진을 줄여 가격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

현대차의 전기차 전략에 비중있는 역할을 수행할 캐스퍼 전기차가 원활히 판매되기 위해 상품 경쟁력뿐 아니라, 원활한 고객 인도 과정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경쟁력 있는 저가형 전기차를 국내 출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현대차와 기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캐스퍼 가솔린 모델. / 사진=현대자동차
캐스퍼 가솔린 모델. / 사진=현대자동차

업계 일각에서는 캐스퍼 구매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차량을 대면 판매하는 것과 실질적으로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존재한다. 또 전기차 구매 과정이 보조금 신청 절차 등으로 인해 비교적 복잡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시장 직원(카마스터)과 달리 캐스퍼 고객센터는 비대면 방식으로 신차 구매 과정을 일괄 지원하는 점에서 다르다”며 “캐스퍼를 통해 온라인 100% 판매를 도입한 후 이에 대한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사항에 발맞춰 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