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석 대표 “자사주 추가 매입 고려···주주가치 제고에 최선”
자사주 소각은 ‘신중’···“사업전략에 활용할 수 있어”

조기석 DB하이텍 대표가 28일 부천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고명훈 기자
조기석 DB하이텍 대표가 28일 부천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고명훈 기자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DB하이텍의 52주 신저가에 우리 주주 모두는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가가 완전히 곤두박질치고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 회사는 뭔가 좀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업황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건가?”

DB하이텍이 28일 부천 본사에서 제71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장은 소액주주들의 분노 섞인 고성들로 뒤덮였고, 주총 의장을 맡은 조기석 대표이사 사장은 거듭 “죄송하다”는 말로 주주를 달래기 바빴다.

소액주주들의 분노는 ‘올해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다른 회사들의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가는데 DB하이텍은 왜 52주 신저가에 머물러 있냐’는 것이었다.

조 대표는 이에 대해 “전세계 경기가 매우 안 좋고, 반도체만 국한돼서 보면 AI가 뜨면서 관련 엔비디아를 포함해 우리나라는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만들어 납품하면서 주식이 올라갔다. 삼성전자는 만들지 못해서 주가가 올라가지 못하다가, 최근 엔비디아가 삼성전자도 채택한다고 하면서 주식이 움직이고 있다”라며 그러면서 “미국 애플도 주가가 떨어지는 등 AI 관련 주 말고는 상당히 떨어진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 회사 가동률이 현재 75% 정도 되는데 작년까지 캐파를 10% 증량해 기존 14만장에서 오는 4월부터 15만 4000장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는 웨이퍼 투입량을 10% 올려도 작년과 가동률이 똑같게 되는 것이며, 즉 현재의 75%는 작년 기준으로 85%라는 얘기”라면서 “현재 타 파운드리 기업하고의 격차가 가동률 기준으로 15~20% 정도 차이가 나며, 다른 회사들은 아마 올해 적자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시장이 워낙 격렬하게 부딪히고 있고 우리는 장치 회사이기 때문에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라며 “다만 시장 상황이 워낙 안 좋아서 가격이 많이 떨어지는 상황이라 작년만큼의 영업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인데 당초 사업 계획 기준보다는 훨씬 높게 가져갈 수 있도록 다 같이 열심히 뛰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DB하이텍 부천 본사 전경 / 사진=고명훈 기자
DB하이텍 부천 본사 전경 / 사진=고명훈 기자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DB하이텍은 지난해 경영혁신안을 공개하며,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기존 10%대에 머물던 배당 성향을 최대 20%까지 확대하고, 현재 6% 수준인 자사주 비중을 15%까지 확대해 순이익의 30% 이상을 주주들에게 환원할 방침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조 대표는 자사주 매입이 마무리됐냐는 한 주주의 질문에 대해 “1차적인 목표는 끝났고, 이후에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비중을 15% 정도까지 올리는 방안을 갖고 있다”라며, “배당 성향도 현재 10% 수준에서 앞으로는 20%까지 더 늘릴 계획이며, 올해도 주가 상황이 좋지 않아서 1% 추가 자사주 매입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자사주 소각에 대해서는 향후 사업 전략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DB하이텍은 2030년까지 질화갈륨(GaN)·탄화규소(SiC) 등 차세대 전력반도체와 12인치, 신수종 사업 등에 총 4조 7000억원가량을 투입할 계획이다.

조 대표는 “자사주는 전략적인 부분에서 여러 가지 활용성이 있다”라며, “지금 저희가 GaN이나 SiC 등 차세대 전력반도체를 진행하고 있는데 신사업 관련해서 전략선과의 제휴라든지 여러 가지 부분에서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소각도 고려하고 있지만 전략적인 제휴가 필요할 때 활용하지 못하면 또 가지고 있는 현금에서 나가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주주분들의 염려는 잘 알고 있지만 조심해서 잘 쓰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당장 회사가 새로운 도약기에 접어들면서 해야 할 일이 많다”라며, “반도체 로직 계통으로 쭉 가다가 쫓아가기 어려워서 아날로그 반도체로 틀면서 지금 상당한 성과 얻고 있는데 코로나 상황을 겪으면서 중국 파운드리를 포함해 여러 경쟁사가 쫓아가고 있어서 이대로 가면 우리는 또다시 2류 회사로 전락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신성장동력을 SiC와 GaN으로 보고, 이를 위해서는 향후 2030년까지 3조 3000억원 정도가 소요되는데, 현재 다방면의 방법을 찾고 있고 자사주도 그중에 하나로 활용할 수 있다고 이해해주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