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 “검찰·정치권 출신이라 영입한 것 아냐”
르완다법인, 매년 수백억 순손실···“사업 철수 준비 중”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이 28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4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이 28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4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 취임 후 검찰, 정치권 출신 인사를 연이어 영입한 것을 두고 ‘낙하산’ 인사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김 대표가 “검찰, 정치권 출신이라서 영입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달 제22대 총선 이후 검찰·정치권 인사 추가 영입이 있을 것이란 의혹에 대해선 “금시초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28일 KT는 서울 서초구 KT우면연구센터에서 제42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김 대표는 이날 개회사에서 “KT에게 지난해는 위기극복의 한해였다.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구축했으며 안정적인 조직운영과 견고한 실적으로 KT의 저력을 입증했다. 주주가치 측면에서도 한 단계 진화했다”며 “하지만 혁신 없는 회사는 성장하지 못하고, 성장하지 못하는 회사는 많은 결실을 맺을 수 없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KT는 통신 회사란 한계를 넘어 한단계 도약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 이 시대는 AI로 통합된다고 할 수 있는 IT가 산업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의 모든 것을 빠르게 변화시켜가고 있다. KT는 통신 기반에 AI를 더해 AICT 기업으로 빠르게 혁신, 전환해 성장해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 4월 총선 후 정치권·검찰 출신 영입설에 “금시초문”

취임 후 첫 주총 의장을 맡은 김 대표는 이례적으로 주주들과 약 1시간의 질의응답을 통해 인재 영입, 배당 계획 등 경영 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주총에서 한 주주는 “취임 이후 검찰 출신, 정치권 출신의 낙하산으로 보여지는 인물이 대거 임원으로 오게 됐다. KT 혁신을 위해 검찰 출신과 정치권 인사를 영입한 이유가 무엇이냐. 인재가 없어서 외부에서 데려온 건지, KT 내부 사람들을 믿지 못해서인지. 내부 출신들이 배제된 것에 대한 입장은 무엇이냐”며 “또 4월 총선 전후 검찰 출신, 정치권 출신 낙하산이 대거 내려올 수 있단 소문이 있다”고 김 대표 취임 후 연이은 검찰, 정치권 출신 인사 영입에 대해 지적했다.

실제 KT는 지난해 11월 검사 출신인 이용복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를 법무실장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 부사장은 사법연수원 18기(윤석열 대통령은 23기)로 1992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검사로 재직했다.

그는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를 수사했던 특별검사보 중 한 명으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수사를 맡은 수사2팀을 이끌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수사4팀장으로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과 함께 뇌물죄 관련 대기업 수사를 담당했다.

또 김 대표는 지난 1월 감사실장 전무와 컴플라이언스추진실장 상무로 검사 출신 추의정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와 허태원 법무법인 아인 변호사를 각각 영입했다. 지난달말엔 서울고검장 출신 김후곤 법무법인 로맥스 대표변호사를 컴플라이언스위원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대검찰청 정보통신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서울북부지검장, 대구지검장 등을 역임했다. 여환섭 전 법무연수원장(24기), 이두봉 전 대전고검장(25기) 등과 윤 정부의 첫 검찰총장 후보 4인으로 추천된 바 있으며,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같은 우려에 김 대표는 “검찰 출신이기 때문에, 정치권 출신이기 때문에 영입한 사람은 없다. KT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향후에도 KT를 합리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전문성이 탁월하고 경험이 많은 분을 골라 삼고초려해 모셔왔다. 앞으로 KT가 튼튼히 발전하는데 큰 역할을 잘 해내리라 굳게 믿고 있다”고 했다.

이어 “4월 총선 이후 정치권이나 검찰인사가 내려온단 소문은 금시초문이다.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며 “취임 후 영입한 사람은 앞으로 (KT가) 나가야 할 길에, 역량이 전혀 축적되지 않은 영역에 모셔 온 것이다. KT에 와서 KT인이 됐는데 KT인을 왜 배제하겠냐.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직원들의 구조조정 우려가 계속되고 있단 지적에 대해선 ‘인위적인’ 대규모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단 점을 거듭 강조했다. 다만 혁신의 과정에서 합리적인 구조조정은 진행할 수 있다며 직원 감축 가능성은 열어뒀다.

◇ 르완다법인 수천억 적자 우려에 “사업 철수 중”

이날 한 주주가 KT와 르완다 정부가 합작으로 설립한 KTRN의 적자 지속에 대한 의견을 묻자 김 대표는 “지금도 지속적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는 건 아니다. 그간 누적된 손실은 이미 기존 손익에 반영해 정리된 상황”이라며 “앞으로 그 사업은 철수하는 것으로 절차를 밟고 있다. 지금 손실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과거와 같이 대규모 발생하는 건 줄여가고 있다. 정리 과정을 밟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KT는 2013년 이석채 전 회장 시절 1500억원을 투자해 르완다 정부와 합작으로 KTRN를 설립했다. 회사 지분은 KT가 51% 르완다 정부가 41%를 소유하고 있다. 당시 KT는 오는 2038년까지 25년간 LTE 사업권을 독점 확보하는 계약을 르완다 정부와 맺었지만, 지난해 르완다 정부로부터 이를 박탈당했다.

특히 KT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TRN은 ▲2014년 190억원 ▲2015년 287억원 ▲2016년 315억원 ▲2017년 228억원 ▲2018년 292억원 ▲2019년 317억원 ▲2020년 346억원 ▲2021년 288억원 ▲2022년 275억원 ▲2023년 516억원 등의 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이밖에 김 대표는 모바일, 초고속인터넷 등 주요 사업의 점유율 하락세에 대한 주주의 우려엔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고 있고 반전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AI로 통합해 AICT 회사로 거듭나야 근본적으로 고쳐질 수 있다”며 ‘AICT’ 기업으로의 전환이 해결책이란 점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KT는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3가지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주당 배당금은 1960원으로 확정했으며, 다음달 26일 지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KT는 지난 25일 완료한 271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을 포함해 총 5101억원을 주주에게 환원한다. 또 KT는 정관 일부 변경 승인에 따라 올해부터 분기배당을 도입하고, 이사회에서 결산 배당기준일을 결의할 수 있도록 배당 절차를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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