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 LCC 예비입찰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유력 후보 꼽혀···화물사업 경험 및 자금력 강점
“LCC 여객 사업으론 한계···사업 다각화 필요성 높아져”

/ 이미지=정승아 디자이너
아시아나 화물 사업 매각이 진행 중인 가운데 국내 LCC들이 예비입찰에 나서면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이미지=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당초 아시아나 화물 매각에 대한 시장 반응이 예상보다 저조해 실패하는 것이 아니냐는 초기 우려와 달리, 국내 항공사들이 최근 인수 주관사를 선정하고 실사에 나서고 있어 인수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아시아나 화물 매각 예비입찰에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4개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과 매각 주관사 UBS는 이들 4곳을 적격 인수 후보(숏리스트)로 선정했다. 이후 실사가 진행되며, 본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현재 가장 유력시 되는 후보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다.

제주항공은 국내 LCC 1위이며, 지난 2022년부터 화물전용기를 도입해 화물 사업을 현재 진행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화물기 도입 1년 만에 1만8211톤을 수송하며 전년대비(2690톤) 실적이 약 7배 증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화물전용기 2호기를 도입해 화물운송 사업 기반을 다져나갔으며, 지난해에만 2만3071톤을 수송해 화물 매출 267억원을 달성했다.

제주항공은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 초기에만 해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업계에선 사업 인수에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글로벌 컨설팅사를 인수 주관사로 선정하는 등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대주주인 VIG파트너스가 충분한 자금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으며 유력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VIG파트너스는 지난해 말 1조5000억원 상당의 펀드를 만들며 자금력을 확보한 상태다.

또한 최근 이스타항공은 이달 초 화물 항공운항증명(AOC)를 재발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이 화물 AOC를 재취득한 것은 지난 2020년 5월 이후 4년 만이다. 당시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여파로 운항을 중단하며 AOC 효력도 정지됐다.

에어프레미아도 아시아나 화물 인수 의사가 뚜렷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타 항공사 대비 대형기재를 운영하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현재 보잉사의 ‘B787-9’기종을 운영하며 미국,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운항 중이다. 아시아나 화물 사업에서 유럽과 미국 노선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에어프레미아가 가진 중장거리 노선 경험은 인수 작업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풀이된다.

에어인천은 화물 전용 항공사로서 장점을 내세울 전망이다.

이처럼 국내 LCC들이 아시아나 화물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여객 사업만으로는 수익 개선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엔데믹 이후 해외 여행이 급증하며 대부분 LCC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당장 올해부터는 수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인구나 지리적 상황 등을 감안했을 때 해외 여행객이 계속해서 늘어날 수 없는 구조인데다, 항공사간 과잉 경쟁에 따른 항공권 가격 하락 등이 이어져 수익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주요 LCC의 매출액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국내 주요 LCC의 매출액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또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에 따라 통합 LCC 등장 및 티웨이항공 급부상 등의 영향으로 타 항공사 입장에선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기존 LCC 1위인 제주항공의 경우 통합 LCC와 티웨이항공을 견제할 대응 방안이 절실해졌다.

제주항공은 그동안 단일 기종·근거리 위주 운항 등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LCC 시장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이 합쳐진 통합 LCC가 등장하게 될 경우 점유율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 또한 티웨이항공의 성장도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티웨이항공 국제선 여객은 490만여명으로 제주항공(836만명)의 58% 수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엔 티웨이항공 수송객이 543만명으로 제주항공(736만명)의 73% 수준까지 따라왔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시아나 화물 사업 매각의 경우 유럽연합이 원하는 장기적으로 사업 운영이 가능한 회사를 찾는게 우선”이라며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회사들은 제외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LCC의 경우 코로나19 이전 출혈경쟁과 코로나19 위기 등을 겪으며 단거리 여객만으로는 어렵다는 인식이 있어서 장거리나 화물사업으로 변화를 모색하려고 하고 있다”며 “아시아나 화물 사업은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에선 아시아나 화물 사업 매각가를 두고 양측 이견을 좁히는게 숙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아시아나 화물 사업 매각가 추정치로는 5000억~7000억원이 거론되고 있으며, 아시아나 화물 사업 관련 부채 1조원까지 감안하면 1조5000억원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수 후보자들이 해당 금액으로는 인수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매각가는 코로나19 화물 사업 호황 특수기를 감안한 결과”라며 “이 가격이면 굳이 무리하게 인수할 필요성은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나 화물 매출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에는 약 1조2000억원대였으나, 코로나19 기간인 2022년엔 약 3조원을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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