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 전 상무 측의 자사주 전량 소각 안건, 주주총회서 부결
북미·유럽·중국서 교체용 타이어 수요 회복···합성고무 판매량 증가 예상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금호석유화학이 경영권 분쟁의 일단락과 글로벌 합성고무 시장의 업황회복 등에 힘입어 올해부터 호실적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회사 측은 지배구조 확립에 힘입어 기존 사업 및 신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해, 북미·유럽 등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제품 판매량을 늘린다는 목표다.

금호석유화학의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잡고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의 전량 처분·소각 등을 주요 안건으로 설정해 주주 제안으로 이사회에 제출, 주주총회에서 표결에 부친 것이다.

박 전 상무 측은 자사주 소각으로 주가를 상승시켜 주주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명목을 내세웠다. 자사주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 환원 정책이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발행 주식을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소각을 통해 주식 총량이 감소하면, 수요 대비 공급이 줄어 일시적으로 주가가 오를 수 있다. 코로나19로 증권 시장이 맥을 못추던 시기 많은 기업들이 주가 방어를 목적으로 선택한 방법이기도 하다. 선진국의 경우 자사주 소각을 배당보다 더 강력한 주주 환원 정책으로 보기도 한다.

금호석유화학은 박 전 상무 측의 자사주 전량 소각 주장이 주주가치를 높이려는 목적이 아닌 경영권 분쟁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될 수 있는 회사 지분이 소각되면, 박 전 상무 측이 확보 지분을 무기로 주총 등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다.

단, 박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의 주주 제안은 주총에서 부결됐다. 주총에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 한국상장사협의회 부설 기구인 지배구조자문위원회 등은 해당 제안에 반대 입장을 낸 바 있다. 기업 경영 및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석유화학 시장의 위기 상황에 기업 지분을 전량 소각하는 것은 경영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총에서 입증됐다”며 “박철완 전 상무의 경영권 분쟁 시도가 일단락되면서 불황을 극복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아 주주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금호석유화학의 친환경 합성고무 등으로 생산된 금호타이어 제품. / 사진=금호타이어
금호석유화학의 친환경 합성고무 등으로 생산된 금호타이어 제품. / 사진=금호타이어

금호석유는 본래 사업 및 신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캐시카우인 합성고무 시장이 북미와 유럽, 중국 등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면서 조금씩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합성고무 부문의 지난해 매출 비중은 34%다. 합성고무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부타디엔(BD) 등으로 생산되는 금호석유의 간판 제품이다. 50여년이 넘는 시간을 거치며 미국 엑손모빌, 네덜란드 아란세오 등과 어깨를 견주는 합성고무 생산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금호석유화학 합성고무 부문은 타이어용과 의료용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타이어용 제품은 글로벌 상위권의 생산능력을 보유 중이며, 의료용의 경우 세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미와 유럽, 중국 등에서 교체용 타이어에 대한 수요회복이 나타나고 있다”며 “제품 판매량 증가와 함RP 고부가가치 합성고무 생산 비중도 늘려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가는 2020년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전기차의 타이어 교체 주기가 도래하면서, 금호석유의 실적이 올해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올해 예상 매출은 6조7697억원, 영업이익은 3641억원이다. 매출은 7.1% 영업이익은 1.5% 증가한 수준이다. 이어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6297억원으로 올해 예상치보다 72.5%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금호석유화학은 “핵심 사업인 합성고무 시장의 회복에 힘입어 경쟁력 강화와 함께 새로운 사업기회 발굴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준비된 기업이 미래를 선점할 수 있는 만큼 차세대 먹거리를 찾기 위한 투자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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