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압박 속 6번 회의 끝에 이사회 인사 마무리
'중앙회 몫' 기타비상무이사 인선은 발표 안해
그간 비전문가·중앙회장 측 인물이 차지

서울 서대문 NH농협금융지주 사옥 / 사진=NH농협금융지주
서울 서대문 NH농협금융지주 사옥 / 사진=NH농협금융지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NH농협금융지주가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 가까스로 이사회 인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의 몫인 기타비상무이사 인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선 당국이 농협금융의 지배구조를 특별히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이 자리에 금융 전문가를 선임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전날 6차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사외이사 후보자를 결정했다. 농협금융은 오는 29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외이사 선임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사회 인사를 위해 임추위가 여섯 번 개최된 건 이례적이다. 지난해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임추위는 세 번 열리는 데 그쳤다. 

농협금융이 긴 고민 끝에 이사회 인사를 완료한 이유는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금융당국의 요구 때문이다. 당국은 금융지주와 은행의 이사회가 ‘거수기’에 전락했다고 판단, 지배구조 개선을 은행권에 강하게 주문했다. 이사진 선임 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이사회의 전문성·다양성을 끌어올리라고 요구했다. 이를 통해 경영진에 대한 사외이사의 견제 기능을 강화하라는 주문이다. 

농협금융은 신규 사외이사로 길재욱 한양대 교수를 후보로 추천했다. 길 교수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 위원장, 기획재정부 기금평가단장, 한국증권학회 회장 등을 지낸 자본시장 전문가다. 최근 문제가 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 등 금융상품 관련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결정이다. 농협금융의 최대 계열사인 농협은행은 대형 시중은행 가운데 홍콩H지수 ELS를 KB국민은행 다음으로 많이 팔았다. 

이와 함께 농협금융은 기존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서은숙·하경자 사외이사에겐 추가 임기 1년을 부여했다. 함유근·남병호 사외이사는 3년간의 임기를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이에 농협금융의 사외이사는 기존 총 7명에서 6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농협금융은 공석이었던 기타비상무이사 인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기타비상무이사는 기업의 주요 주주가 경영에 참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농협금융은 중앙회의 100% 자회사인 만큼 중앙회가 추천한 인물이 기타비상무이사 자리에 임명된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인선을 완료한 상황”이라면서 “다음 달 1일에 정식 임기가 시작되는데 그 이후에 누군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중앙회가 이번엔 기타비상무이사 자리에 금융 전문가를 내려보냈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그간 중앙회는 금융업과는 관련이 없는, 중앙회장 측 인물을 배치했다. 그러다 보니 중앙회장이 바뀔 때마다 기타비상무이사도 교체됐다. 지난달 물러난 안 전 이사도 이성희 전 농협중앙회장 사람으로 알려졌다. 안 이사는 남서울농협 조합장으로 금융 전문가는 아니다. 반면 다른 대형 금융지주들은 기타비상무자리는 은행장 등 금융업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 맡고 있다. 

금융당국은 농협금융의 기타비상무이사가 전문성이 떨어지는 점에 대해 문제 삼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당국은 최근 농협금융의 지배구조에 대해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이달 초 NH투자증권 대표 인사에 중앙회가 직접 개입하려고 하자 금융당국은 정면으로 반대한 바 있다. 농협의 소유구조는 중앙회→농협금융→금융계열사(은행, 증권 등)으로 이어지기에 NH투자증권 인사는 농협금융을 거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주주의 몫인 기타비상무이사도 업권 관련된 전문성을 갖춰야한다”라면서 “이번에도 금융 전문가가 임명되지 않으면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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