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비용 부담 줄었지만 카드론 대출 금리 높아져
연체율 상승과 건전성 리스크 감안해 금리 높게 책정
변수로 지난 12일 시행한 정부의 대규모 신용사면 거론
카드사마다 리스크 관리 촉각···도덕적 해이까지 맞물려 연체 상승 속도 빨라질 개연성 있어

약 300만명에 대한 대출 원리금 연체 기록을 삭제해주는 신용사면이 지난 12일 시작됐다. 서민들의 재기를 돕는다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저신용 차주의 카드 이용이 늘어나 잠재 부실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약 300만명에 대한 대출 원리금 연체 기록을 삭제해주는 신용사면이 지난 12일 시작됐다. 서민들의 재기를 돕는다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저신용 차주의 카드 이용이 늘어나 잠재 부실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카드업계의 조달비용 부담이 줄어들고 있지만 카드론 대출 금리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들이 건전성 리스크를 감안해 카드론 금리를 높게 책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그 원인으로 지난 12일 시행한 정부의 대규모 신용사면이 꼽히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곳 전업카드사의 평균 카드론 금리는 14.4%로 집계됐다. 3개월 전(14.3%)보다 1%포인트 높아졌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롯데카드가 15.58%로 가장 높았고 우리카드 14.87%, 하나카드 14.70%, 신한카드 14.36%, 삼성카드 14.15%, 국민카드 14.30%, 현대카드 12.9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감당해야 할 자금 조달 비용을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신용등급이 AA+인 신한·삼성·KB국민카드 등 카드 3사의 3년물 여신전문금융사채(여전채) 평균 금리는 연 3.876%로 나타났다. 3개월 전인 11월 말 기준 4.285%와 비교해 0.409%포인트 떨어졌다.

카드론 금리는 여전채 금리 수준과 직결된다. 은행처럼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통상 대출 등 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70% 가량을 여전채 발행으로 조달한다. 여전채 금리는 지난해 10월 말(4.939%) 연중 최고점을 찍은 뒤 금리인하 전망세에 점차 하향 안정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통상적으로 여전채 금리는 카드론 등 대출상품의 금리에 2~3개월의 기간을 두고 반영영된다. 하지만 조달 비용 부담이 완화되고 반영 기간이 충분히 지났음에도 카드론 금리가 떨어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핵심적인 이유로 건전성 리스크를 꼽고 있다. 카드론은 상품 특성상 별다른 심사 과정을 거치지 않아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많이 쓰이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빚을 낸 다중채무자로 한 번이라도 이자를 갚지 못하면 줄줄이 연체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해 전업카드사의 연체율은 1.63%로 전년 말(1.21%)보다 0.42%포인트 올랐다. 이는 2014년 이후 9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무엇보다 최대 변수는 지난 12일 신용사면을 받은 자영업자 등 약 300만명 가운데 무려 15만명이 신용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부실 차주들이 신용사면을 받으면서 카드론과 같은 급전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데 아무래도 연체 등 잠재 부실이 늘어날 개연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12일 최대 329만 서민 및 소상공인의 연체 이력을 삭제하는 대규모 신용사면을 시행한 바 있다. 개인 264만여명, 개인사업자 17만5000여명의 연체기록이 이날 즉시 삭제됐다. 역대 신용사면 중 가장 큰 규모다. 연체자가 원활한 금융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지만 여신업계에서는 신용 대사면에 따른 채무자들의 연체 이력 삭제가 상당한 리스크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연체 기록이 없는 만큼 다른 소비자와 같은 기준을 적용해 한도를 부여하는데 현 시점에서 새 가입자들의 자금력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체 기록이 삭제된 이후의 주머니 사정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경기가 계속 나빴던 만큼 자금력이 크게 개선됐을 가능성이 낮아보인다"고 설명했다.

카드업계 전반에 걸쳐 건전성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카드사마다 리스크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체율 증가와 함께 대규모 신용사면이 카드사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설명이다. 

우리카드는 대상자에 따라 거치기간과 최장 만기 전략을 재설정할 계획이다.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펼치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건전성 현황 뿐만 아니라 향후 변화를 추정할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비슷한 신용사면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일종의 도덕적 해이까지 맞물리면서 연체 상승 속도가 빨라질 개연성이 있다"며 "연체율 증가세를 면밀히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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