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급등에 기부채납 부담까지 더해져, 공급 활성화 걸림돌 우려

노경은 금융투자부 기자
노경은 금융투자부 기자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시 부동산 공급정책인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의 인기가 신통치 않다. 신통기획 후보지 발표 당시만 하더라도 신속한 사업 추진을 지원한다고 해 기대감이 상당했다. 하지만 신통기획 후보지 가운데 그 자격을 반납하고 일반 재건축으로 선회하는 곳도 나왔다.

취지는 좋았다.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 서울시가 공공성과 사업성이 균형을 이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행정절차를 간소화해 정비사업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속도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다.

그러나 신통기획을 택한 상당수 조합들은 선심성 인허가의 댓가는 가혹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가 임대 가구를 지나치게 많이 요구하던지, 과도하게 기부채납 시설 설치를 바란다는 것이다.

일례로 서울시 1호 신통기획 사업지이던 송파구의 한 아파트는 임대 예상가구가 541호였는데 주민들이 이를 두고 과도하다며 반대해 신통기획 사업 대상에서 빠진 후 일반 재건축 정비계획으로 돌아섰다.

동작구 상도15구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시가 기존 정비계획 절차를 축소하는 대신 신속한 재개발을 추진할 수 있게 한다는 명목으로 해당 구역에 소방시설 부지 기부 및 설치를 제안했다. 조합원 다수는 반발했다. 이미 서울시 요구를 받아들여 배드민턴장·수영장·주차장 등이 들어서는 건물도 조합비용으로 신축해 기부채납하기로 결정했는데, 여기에 소방서 부지까지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인 것이다. 결국 소방서 건립은 취소됐다.

이뿐만 아니다. 직접적인 금전적 부담뿐 아니라 추후 단지의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요구도 서슴지 않는다. 서울시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 특별계획구역 내 가장 우수한 입지로 꼽히는 압구정3구역 조합에도 단지 중앙을 관통하는 공공보행로 조성을 기부채납으로 요구하고 있다. 입주민 외 이웃까지 돌아다니도록 허용하면 입주민이 내야 할 단지 관리비용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도 있다. 이때문에 일부 조합원은 신통기획을 철회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조합에는 용적률을 400%로 높여주는 조건으로 노인보호시설을 지을 것을 요구했다. 주민들은 아무리 종상향에 따른 기부채납 시설이라지만 시유지도 아닌 민간 아파트 단지 내에 노인성 질환을 겪는 노인들을 위한 치료 시설을 짓는 게 말이 되냐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통기획 사업장에서 지자체의 기부채납 등 요구조건을 이유로 갈등이 끊이질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사비 급등에 기부채납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주택시장 공급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취재 중 만난 서울의 한 재개발 조합장은 “시공사나 조합이나 이익 추구 집단 아닌가. 원자잿값이 많이 올랐으니 그들이 공사비 올려달라 하는 것도, 우리가 수익성을 위해 못 올린다고 갈등이 생기는 것도 모두 이해가 갈 것이다. 그런데 지자체의 요구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신통기획의 성공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사업방식을 차치하고 서울 내 공급을 유도해 주택가격의 안정화를 지향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지자체는 인허가권을 무기 삼아 요구만 할게 아니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합리적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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