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고법 재판부, 28일 선고 하루 앞두고 변론재개···항소심 심리만 3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지사 / 사진 = KT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지사 / 사진 = KT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28일로 예정됐던 KT의 주주대표소송 선고가 미뤄졌다.

법원은 황창규, 구현모 등 전 임직원들이 재직시절 이른바 ‘상품권깡’ 사건 등 비정상적인 방법이나 회계 조작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재원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행위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 그 시점에 적절한 조치를 했다면 과징금 등을 피할 수 있었는지 추가설명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민사5-3부(재판장 조효정 부장판사)는 전날 KT소액주주들이 회사 임원들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 항소심의 변론재개를 결정했다.

원고(KT소액주주 35명)는 피고(이석채 전 회장 등 13명)가 KT 전·현직 이사로 재직하면서 이사의 감시 의무를 위반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2019년 5월 총 572억8300만 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배상액은 항소심 과정에서 800억원 대로 늘어난 상태다. 이 소송은 1심에서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청구가 기각됐으며, 2021년 7월 항소가 접수돼 3년가량 심리가 진행됐다.

시사저널e가 확보한 석명준비명령에 따르면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 양측에 총 3가지 사안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첫째는 ‘상품권깡 불법 후원’ 사건 관련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제재와 관련한 임직원들의 인식 여부와 관련된 석명 요청이다.

재판부는 “KT는 1999년부터 미국 해외부패방지법의 적용을 받게 됐고, 미국 SEC가 KT에 대한 혐의를 포착해 조사를 시작한 시점은 2017년 3월로 보인다”면서 “KT가 뉴욕증시 상장으로 인해 미국 부패방지법(FCPA) 적용 대상이 됐다는 점에 관한 KT 임원들 사이의 주지 여부 및 황창규, 구현모의 각 임원 재직 시점에 ‘상품권깡’ 등 비정상적 방법이나 회계조작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재원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행위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 그 주장과 근거를 제시하라”라고 요구했다.

KT의 경우 국내 일반적인 기업과 달리 부패범죄에 관해 미국 SEC에 의한 조사 내지 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임직원들이 사내 교육이나 그 밖의 경로 이를 인식했는지가 재판부의 물음이다.

두 번째 석명준비사항 역시 상품권깡 관련 내용으로, 재판부는 “피고 구현모는 법인자금을 마치 개인 돈인 것처럼 개인 명의로 국회의원에게 기부하는 행위를 직접 실행했다”면서 “구현모가 KT의 불법적인 비자금 조성 사실을 알 수 있었는지, 구현모가 비자금 조성 사실 및 정치자금법 위반인 점을 2016년 9월에 알았다면 그 시점에 적절한 조치를 할 경우 KT가 SEC로부터 조사나 과징금 내지 추징금을 면하거나 줄일 수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주장 및 근거를 제시하라”라고 밝혔다.

이밖에 재판부는 피고 측에 황창규, 구현모의 재직기간에 내부회계통제 및 반부패정책 등 KT에서 시행한 적절한 조치를 간략히 정리, 열거하고 추가 입증하라고 요구했다.

‘상품권깡’ 사건 관련 KT법인이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확정받고, 미국 SEC의 과징금 부과가 결정된 만큼 재판부는 판결 논리를 다지기 위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KT는 2014년~2017년 상품권깡으로 11억5000만원의 부외자금(장부에 기록되지 않는 자금, 비자금)을 조성해 그 중 4억3790만원을 임직원 명의로 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360회에 걸쳐 불법 후원금으로 건넸다. SEC은 지난 2022년 2월17일 KT가 한국과 베트남에서 공무원에게 부당한 대가를 제공하는 등 해외부패방지법을 위반했다며 350만 달러의 과징금과 280만달러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상품권깡 사건으로 불리는 정치자금법위반 및 업무상횡령 관련 손해 외에도 ▲무궁화위성 3회 매각 ▲재단법인 미르 및 케이스포츠 불법 출연 ▲플레이그라운드 부당 광고수주 ▲중요통신시설 등급 허위신고 및 관리·유지의무 부주의로 인한 KT 아현국사 화재 손해 등이 원고의 청구 요지다.

한편 KT는 8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정주주총회를 개최한다. 분기배당 도입 및 배당기준일 변경과 관련된 정관 변경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이 의안 주요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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