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AI 규제 법안 입법, 기업 영향 주목···국회 관련 법안 논의 부진·방향성도 문제 지적
5월 세이프티 써밋서 글로벌 규제안 가시화 관측···“가치관 충돌 등 영향평가 선행돼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세계 각국이 인공지능이 지닌 위험성을 제어할 제도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규제를 따르지 않으면 판로가 막히는 방향으로 글로벌 산업 환경이 움직이고 있지만, 국내 법안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AI 규제입법시 일자리 등 영향평가가 선행돼야 하고, 기업들이 저작권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부분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필요하단 조언이 제기된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AI)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자 전 세계적으로 AI 제도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최근 AI가 인간 통제를 벗어나 재앙적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단 정부 의뢰 보고서가 나온 가운데 AI 관련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30여개 주에선 AI로 만든 영상·이미지 합성 조작물인 딥페이크 방지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유럽연합(EU)은 법제화까지 완료했다. 최근 유해한 AI에 대한 규제를 포괄적으로 정리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조작이나 기만 기술 등을 사용하거나 나이와 장애 또는 사회적 취약성을 이용한 AI 시스템을 금지시켰고, 공공장소에서 얼굴인식 시스템을 작동하거나, 사회적 점수 매기기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AI 시스템을 금지했다. 

/ 표=김은실 디자이너
/ 표=김은실 디자이너

EU는 이용자 중심으로, 미국은 기업 자율로 각각 규제를 통해 글로벌 AI 주도권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단 분석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AI 관련 입법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선 AI 산업을 육성하고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기본법안이 지난 2020년 처음 발의된 이후 더불어민주당 정필모·민형배·이용빈·윤영찬, 국민의힘 윤두현·이상민, 개혁신당 양향자 의원 등이 각각 대표발의한 AI 관련 법안들을 묶어 지난해 2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대안을 도출했지만, 이후 논의는 멈춰있다.

AI 기본 법안은 위험성 관리보단 관련 산업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단 분석이다. 국회 관계자는 “AI 규제는 세계적인 트랜드인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EU 법안보다 너무 약하단 문제제기가 있었고, 여야가 대치하는 상황도 있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딥페이크 등 AI로 인한 문제점이 다방면으로 부각되면서 위험성 관리에 방점을 둔 입법 움직임이 있지만, 추진동력은 받질 못하고 있다. AI 기술을 이용해 콘텐츠를 제작할 경우 해당 콘텐츠가 AI 기술을 이용해 제작했단 사실을 의무적으료 표기토록 한 법안이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문체위 관계자는 “법안을 두고 상임위 내 여야간 큰 이견은 없지만 정부가 좀 소극적”이라며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한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번 총선에 공천받질 못하면서 자동 폐기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AI 서비스가 최소한의 규제를 적용받는 흐름으로 가고 있단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영국에서 중국 등 28개국 이 참석한 세이프티 서밋에서 EU 법안보다 강도가 다소 낮은 AI 글로벌 규제에 대해 논의했다. 오는 5월엔 우리나라에서 열릴 땐 규제안이 좀 더 가시화하면 이를 토대로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AI 규제 입법시 영향평가가 선행돼야 한단 조언을 내놓는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AI 시스템이 도입이 됐을 때 사라지는 직업, 실직자 발생 등을 포함해 우리나라의 전통적 가치관과 부딪히는 부분 등을 면밀히 검토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전략, 대안까지 마련해 AI를 도입해야 한다”며 “국가가 모든 걸 다 할 순 없으니 AI 도입하려는 회사들은 자체 영향평가를 해 보고, 공유하는 사회적 규제 안에 들어와야 하고 결국 인증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AI 서비스에 필요한 여러 조건들을 다 갖췄을 때 인증을 받고 국내에서 받은 인증이 글로벌 인증으로 호환되는 방향이 바람직하단 설명이다.

저작권 문제는 기업에게 부담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학습 데이터에 대한 저작권을 일부 인정해주면 나머지도 잠재적으로 다 인정해줘야 한다. 김 교수는 “현재 저작권 이행의 구체적 방법이 없는데 이걸 법적으로 규제해버리면 기업 입장에선 굉장히 난감한 상황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저작권으로 가는 건 맞지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기업이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2~3년 정도 주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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