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운용과 점유율 격차 1%대로 축소···2015년 9월부터 지킨 3위 ‘흔들’
50억 이하 ETF는 가장 많은데 ‘머니마켓 ETF’ 등 소수 ETF에 쏠림 현상
김영성 대표 출범 후 인사 내홍···CD금리 ETF로 시장점유율 반등 시도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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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국내 ETF 시장의 ‘양강’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이어 10년 가까이 3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KB자산운용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ETF 시장점유율 하락세가 올해 초 김영성 대표 취임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 4위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점유율 격차는 어느덧 1%대까지 좁혀졌다.

여기에 김 대표가 삼성자산운용 출신 ETF 인력을 외부 영입하면서 기존 인력들이 잇따라 이탈하는 등 적지 않은 내홍도 겪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이른바 '파킹통장 ETF'라고 불리는 CD금리 추종 ETF를 출시하면서 점유율 반등을 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존 KB자산운용의 파킹통장 ETF인 머니마켓 ETF가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CD금리 ETF가 성공할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 ‘4위’ 한투운용 추격권에 들어온 ‘3위’ KB운용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KB자산운용의 전체 ETF 순자산총액 합은 10조3353억원으로 전체 ETF 순자산총액 138조8422억원의 7.4%를 기록했다.

이는 삼성자산운용(39.9%)과 미래에셋자산운용(37.0%)에 이은 ETF 시장점유율 3위에 해당한다. KB자산운용이 국내 ETF 시장점유율 3위에 오른 것은 지난 2015년 8월부터다. 이후 KB자산운용은 지금까지 ‘양강’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뒤를 잇는 3위 사업자로서 확고한 자리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시장점유율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반면 4위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점유율을 높이며 격차를 좁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말 KB자산운용의 시장점유율이 8.9%, 한국투자신탁운용이 4.7%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하지만 전날 기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시장점유율은 5.6%(77조3481억원)으로 KB자산운용과 격차는 1.8%P에 불과하다. 지난 2022년 한국투자신탁운용이 ‘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삼성자산운용 출신 배재규 대표를 영입한 이후 KB자산운용과 시장점유율 차이가 1%대로 좁혀진 것은 이달이 처음이다.

시장점유율뿐만 아니라 금액 기준 순자산총액 격차도 좁혀지고 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3조8349억원가량 차이났다. 하지만 전날 기준 격차는 2조6005억원으로 줄었다.

단순 시장점유율이나 금액 외에 질적 평가로 보면 한층 더 심각하게 볼 여지도 많다.

전날 기준 KB자산운용 120개 ETF 가운데 순자산총액 1조원 이상 ETF는 3개다. 순자산총액 1위는 지난해 5월 출시한 ‘파킹통장 ETF’인 머니마켓액티브 ETF(1조6221억원)다. 2위는 KBSTAR 200 ETF(1조3421억원), 3위는 KBSTAR 종합채권(A-이상)액티브 ETF(1조1472억원)다.

반면 무려 23개 ETF는 순자산총액 50억원 미만이다. 자본시장법상 순자산총액이 50억원 미만인 ETF는 상장폐지할 수 있다. 국내 증시에서 순자산총액 50억원 미만인 ETF는 82개인데 이 가운데 KB자산운용이 가장 많다. 두 번째로 많은 한화자산운용(13개)의 두 배 수준이다. KB자산운용 내 ETF 종목간 빈익빈부익부도 극심한 것이다.

반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84개 ETF 가운데 파킹통장형 ETF가 전혀 없다. 순자산총액 1조원 이상 ETF도 없다. 순자산총액 50억원 이하 ETF는 8개에 불과하다. KB자산운용과 달리 시장점유율 뻥튀기를 위한 금리형 ETF 없이도 KB자산운용과 격차를 좁히고 있고 특정 ETF 쏠림현상도 덜한 셈이다.

◇ 김영성호 반전 카드는 CD금리형 ETF?

올해 초 KB자산운용 신임 대표에 선임된 김영성 대표는 삼성자산운용 출신으로 지난 2016년 KB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으로 합류했다.

김 대표는 ETF 시장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삼성자산운용 출신들을 외부에서 영입하며 적극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김 대표는 김찬영 전 한국투자신탁운용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을 신임 ETF사업본부장으로 영입했고 최근 노아름 키움투자자산운용 팀장도 ETF운용실장으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기존 ETF마케팅본부를 이끌었던 금정섭 본부장이 한화자산운용으로 떠나고 차동호 KB자산운용 ETF솔루션운용본부장도 키움증권으로 이동하는 등 적지 않은 내홍도 겪고 있다.

김 대표가 외부 영입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ETF 시장점유율 제고라는 성과를 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KB자산운용은 이날 KBSTAR CD금리 액티브(합성) ETF를 상장했다. 이 ETF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추종하는 ETF로 국내 ETF시장에서 순자산총액 1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과 같은 파킹통장 ETF다.

전날 기준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은 순자산총액이 7조6123억원,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는 7조1725억원에 달한다.

결국 KB자산운용 역시 파킹통장 ETF 출시 이후 계열사 및 기관 유동자금을 유치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KB자산운용은 지난해 5월 또 다른 파킹통장 ETF인 KBSTAR 머니마켓액티브를 출시한 이후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해당 ETF는 제공금리가 연 4% 수준으로 출시 이후 순자산총액이 1조6221억원으로 불어났다.

다만 최근 파킹통장 ETF 출시가 모두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은 변수다. 전날까지 국내에는 총 10개의 파킹통장 ETF가 상장되어 있었다. 모두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성격이 강하다.

후발주자로 뒤늦게 참여한 파킹통장 ETF의 경우 당초 예상과 달리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해 3월 상장한 HANARO KOFR금리액티브(합성)의 경우 순자산총액이 125억원에 불과하고 지난해 11월 상장한 HANARO CD금리액티브(합성) 역시 순자산총액이 113억원에 그친다.

KB자산운용이 독주하고 있는 머니마켓 ETF 경쟁 역시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자산운용은 이날 ARIRANG 머니마켓액티브 ETF를 상장했다. 한화자산운용 역시 ETF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상장전 순자산총액에 해당하는 신탁원본액을 1020억원까지 모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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