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 회장 외부 출신에서 은행권으로 교체
나머지 비은행 계열사도 은행 인물이 차지?
"하이證 인사는 건전성 관리 차원일 뿐" 해석도

황병우 DGB금융지주 차기 회장 내정자 / 사진=DGB금융지주
황병우 DGB금융지주 차기 회장 내정자 / 사진=DGB금융지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하이투자증권 지휘봉이 외부 인사에서 은행 출신 인물로 넘어가면서 향후 DGB금융지주 계열사 인사의 변화폭이 커질지 관심이 모인다. 외부 출신인 김태오 DGB금융 회장은 그간 비은행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는 비(非) DGB 출신 전문가에게 맡겼다. 하지만 지난달 그룹 수장이 은행 출신인 황병우 차기 회장 내정자로 바뀌었기에 하이투자증권을 시작해 비은행 대표들이 은행 인물로 교체될 것이란 전망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은 오는 28일 주주총회를 열고 성무용 대구은행 부행장을 차기 대표로 공식 선임한다. 이달 초 하이투자증권 이사회는 성 부행장을 차기 대표로 내정한 바 있다. 성 내정자는 대구은행에 입행해 30년 넘게 은행원으로 일한 인물이다. DGB금융지주 전략기획부장을 거쳐 DGB금융지주 전략경영본부 부사장, 대구은행 마케팅본부와 영업지원본부 부행장 등 요직을 맡았다. 

하이투자증권이 DGB금융에 편입된 이후 처음으로 은행 출신 인사가 회사 대표가 됐다. 그간 하이투자증권은 외부 출신 인사들이 회사를 이끌었다. 지난 2018년 DGB금융이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한 후 김태오 회장은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출신인 김경규 전 대표에게 회사를 맡겼다. 김경규 전 대표가 3년 임기를 보낸 후엔 이베스트투자증권 CEO 경력이 있는 홍원식 대표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6년간 외부 증권사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이 CEO를 맡은 것이다. 

DGB금융의 최대 비은행 계열사에 은행 출신 인물이 선임되자 업계에선 그룹 인사 변화의 ‘신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태오 회장은 임기 동안 비은행 계열사에 외부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계열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이유와 함께 김태오 회장이 외부 출신이란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룹 수장이 은행 인사인 황 내정자로 바뀐 직후 단행한 첫인사에서 증권 CEO가 은행 출신으로 교체된 것이다. 

이에 나머지 계열사 대표 자리도 은행원들로 채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현재 DGB생명은 교보생명 출신인 김성한 대표가 맡고 있으며, DGB캐피탈은 현대카드 출신인 김병희 대표가 이끌고 있다. 두 대표는 올해 12월에 임기가 종료된다. 특히 김성한 대표는 두 번째 연임에 성공해 올해까지 약 4년의 임기를 채우게 된다.  

더구나 이번 DGB의 인사는 대형 금융지주의 추세와는 반대되기에 인사 변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금융지주는 증권 계열사 CEO는 외부 출신 인물 혹은 해당 계열사에서 경력을 보낸 ‘증권맨’에게 지휘봉을 맡기고 있다. DGB의 경쟁사인 BNK금융지주도 증권 자회사 CEO엔 삼성증권, 유안타증권 등을 거친 외부 인물인 신명호 대표를 선임했다.   

일각에선 DGB 비은행 계열사를 은행 출신들이 다시 맡으면 사업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올해부터 DGB금융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으로 ‘전국구 금융지주’로 탈바꿈 한다. 비은행 사업도 이에 걸맞는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과거처럼 은행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계열사 수장 자리에 임명되면 전국구 금융지주로의 전환 효과도 반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하이투자증권의 인사는 건전성 관리를 고려한 결정일 뿐 다른 계열사 인사와 연결 짓는 것은 무리란 의견도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그간 높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규모를 무리하게 키운 탓에 부실채권이 크게 불어났다. 비용항목인 대손충당금이 급증해 실적은 바닥을 쳤다. 이에 하이투자증권에 대한 지주의 관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지주, 은행에서 주요 자리를 담당한 성 부행장을 임명했다는 관측이다. 반면 DGB생명·캐피탈은 실적이 늘었기에 경우가 다르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소속 증권사 CEO는 증권업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 맡는 상황에서 이번 하이투자증권 인사는 이례적으로 보인다”라면서 “다만 인사는 발표 전날에도 바뀔 수 있기에 나머지 계열사 CEO 인사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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