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남 조현상, 2남 조현문 ‘강요미수’ 사건 증인신문
변호인, 2012년 두 사람 주고받은 이메일 원문 공개
“아무 말 없이 출근 안 해” 2022년 진술서 내용과 배치

효성그룹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 / 사진=연합뉴스
효성그룹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잘못되어 가는 일들은 개선이 안 되고 오히려 계속되고 있으며” “바로잡으려는 사람만 회사, 가족으로부터 내쳐지는 현실에서” “잘못된 인사 행위를 바로잡아달라는 형의 부탁”

이른바 ‘형제의 난’을 치렀던 효성그룹의 2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하 조현문)과 3남 조현상 부회장(이하 조현상)이 2012년 주고받은 이메일 원문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조현문이 아무 말 없이 출근을 하지 않았다’는 조현상의 2022년 진술서 내용과 배치되고 회사의 문제점을 바로잡으려다 퇴사에 이르게 됐다는 조현문의 주장과 맥락이 맞닿아 있는 내용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지난 26일 조현문의 강요미수 혐의 공판기일을 열고 조현상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신문은 조현상이 2022년 2월18일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 대해 조현문이 증거부동의 의사를 밝혀 이뤄졌다. 피고인이 공판에서 증거 부동의 의사를 밝힌 경우, 검사는 부동의 된 증거들을 다시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 형사소송법상 원진술자를 증인으로 신청해 진정 성립을 확인해야 한다.

조현상은 4장 분량의 진술서에서 ‘둘째 형님(조현문)의 효성중공업 PG 경영방식과 관련해서 사내에서 마찰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오래 근속했던 임원들을 쫓아내고 검증되지 않은 외부 인사를 요직에 채용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아버님(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몇 차례 타이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들었다’ ‘둘째 형님은 어느 날부터 회사에 아무 말도 없이 출근을 하지 않더니 시시때때로 가족들을 향해 비난하는 내용의 편지들을 보냈다’ ‘효성 계열사들에 대해 통상적인 수준 이상의 감사를 진행해서 감사 대상 회사로부터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고 적었다.

이 진술서는 2013년 2월 조현문의 대리인 공아무개 변호사가 회사를 찾아와 조현문의 일방적인 주장이 담긴 보도자료 배포를 요구하며, 요구에 응하지 않을 시 조현준 회장(이하 조현준)의 비리 자료를 들고 서초동(검찰)에 가겠다고 했다는 조현문의 강요미수 범죄사실의 전후 배경을 조현상의 입장에서 정리한 것이다.

검찰은 진술서의 내용을 재확인하는 방식으로 약 20분가량 주신문을 간단하게 진행했다.

(왼쪽부터)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 조현상 부회장/ 그래픽=시사저널e
(왼쪽부터)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 조현상 부회장/ 그래픽=시사저널e

◇ 조현상, ‘작은형에게’ 제목의 이메일 보내

반면 조현문 측의 반대신문은 약 1시간30분가량 장시간 진행됐다. 특히 변호인들은 과거 두 형제가 주고받은 이메일을 공개하면서 진술서 내용을 탄핵하려 했다.

법정에 현출된 자료는 조현상이 2012년 9월29일 효성 사내메일을 통해 조현문에게 전달한 ‘작은형에게’라는 제목의 이메일이다. 시점은 조현문이 2012년 3월부터 12월까지 총 9번의 사임서를 회사에 제출하며 출근하고 있지 않던 중간이다.

이메일에서 조현상은 “형하고 대화한 후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형의 심정을 이해하고, 바로 서지 못한 것들은 바로 세워야 함에 생각이 같은 사람으로서, 나는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지만 최선을 다했고 결과들도 나왔다고 생각한다”라고 적었다.

조현상은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잘못된 일들 ▲잘못되어 가는 일들은 개선이 안되고 오히려 계속되고 있으며 ▲잘못한 사람은 반성과 개선은커녕 “아무런 조치도 안일어나네”하며 비웃고 ▲바로잡으려는 사람만 회사, 가족으로부터 내쳐지는 현실에서, 아버지께서 ‘믿고 맡기고 파트너가 되어 같이 개선해야 한다’는 말씀에 개선이 요원하므로 강한 메시지를 드려야 한다는 형의 생각 vs. 그래도 결과가 어찌되는지 보자는 내 생각의 차(차이) ▲잘못된 인사 행위를 바로잡아달라는 형의 부탁 등등 얘기하면 길고 다시 보면 해줄 것들 등으로 구체적으로 적었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조현문은 회사의 문제점을 강경하게 바로잡으려 했는데, 반해 조현상은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현상은 이메일 내용을 설명해 달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오래된 편지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내쳐지는 현실이라고 적었는데 조현문이 회사에 출근하지 않던 배경을 알고 있던 게 아니냐’는 물음에도 “형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고, 조현문의 표현을 가져다 쓴 것일 뿐이다”라고 답했다.

반면 ‘효성그룹의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다소 구체적인 답변을 내놨다. 조현상은 ‘당시 효성그룹의 잘못인 일, 바로잡혀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결국 법적으로 문제가 됐던 것들”이라고 말했다. 2014년 검찰은 조석래와 조현준, 이상운 부회장 등 그룹 임직원 5명을 특가법상 조세 및 특경법상 횡령 및 배임 등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2014년 형사적 문제가 생기기 이전부터 조현문은 문제의식을 갖고 고치려 했던 게 아닌가’라는 물음엔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그렇게 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 조현문의 마지막 메시지도 공개···“조용히 떠나는 게 마지막 선물”

변호인은 2013년 2월27일 조현문이 조현상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도 공개했다. ‘현상아’라는 제목의 글에서 조현문은 “나는 부모님과 형에게 내 사임을 알렸고 네게도 몇 자 적는다. 내가 원하는 것은 아주 조용하고 프로페셔널한 매너로 떠나는 것이다”라며 “나의 조용한 사임이 회사와 가족 모두에게 절대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을 너는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절대 경거망동 하지 말아라”라고 적었다. 이어 “끝으로 내가 이렇게 조용히 떠나주는 것이 너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며 애정이다. (중략) 이제 내가 너에게 주었던 사랑과 네가 나에게 준 이 모든 아픔을 모두 상쇄하고 떠난다”라고 썼다.

조현문 측은 이 메시지를 조현상의 비서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현상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이 클리어하지 않다”라고 답했다.

이날 증인신문은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겼다. 최 판사는 오는 5월13일 재차 조현상을 증인신문 하기로 했다.

조현문은 형 조현준 등 효성 임원진들을 고소·고발해 효성家 ‘형제의 난’을 촉발했다. 조현준은 조현문으로부터 협박을 당했다며 2017년 맞고소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11월 조현문에게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기소 했다. 2013년 2~7월 부친인 조석래 명예회장과 친형 조 회장을 상대로 검찰에 비리를 고발하겠다며 자신이 회사 성장의 주역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 배포 등 피해자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내용이다.

조현문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회사의 위법·부당한 경영 방침에 사임 의사를 수차례 밝혔으나,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퇴사와 관련 보도자료 배포를 요청했을 뿐이란 입장이다.

이 사건은 본래 강요미수가 아닌 공갈미수 사건이었다. 공갈죄는 재산죄라는 점에서 ‘재산상 이익’ 여부가 요건이다. 보도자료 배포는 ‘재산상 이익’이 아니어서 강요미수 혐의가 적용됐다. ‘조현문이 비상장주식 고가 매수를 요청하며 조현준 등을 협박했다’라는 공갈미수 사건은 지난해 10월 고소기간 도과를 이유로 무혐의 처분됐다. 공갈미수는 형법상 ‘친족상도례’ 규정에 따라 친고죄에 해당하므로 고소기간이 6개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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