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도 실리·시너지 기준 신중 집행할 것”
이르면 금주 3만원대 5G 요금제 출시 전망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26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제40기 정기 주주총회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26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제40기 정기 주주총회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정부의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확대를 통한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 정책에 대해 “본업인 통신사업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면서 “주주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6일 유 대표는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에서 열린 제4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부의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정책에 대해 “이달 들어 일부 기기에 대해 공시지원금을 상향 조정하고, 전환지원금을 상향하는 등 정부의 경쟁 활성화 정책에 부응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 지원금이 상향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제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통신 시장 경쟁의 축이 요금 등 상품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돼 온 만큼, 중장기적으로 차별화된 혜택과 서비스를 통해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회사의 전략은 유효할 것이다. 전환지원금 경쟁이 어느 정도 가속화되더라도 주주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 유영상, KT 3만원대 5G 요금제 실효성 비판 의식···“시장수요 고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는 최근 이동통신사업자 변경 시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으로 각각 3만∼33만원을 책정했다. 액수 기준 전환지원금을 가장 많이 지급하는 곳은 KT로 휴대전화 단말기 15종에 요금제에 따라 5만∼33만원을 지원한다.

SK텔레콤은 단말기 13종에 대한 전환지원금으로 13만2000∼32만원을 지원하고, LG유플러스는 단말기 11종에 대해 3만∼3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같은 전환지원금은 지난 22일 방통위원장과 통신3사·제조사 CEO 간 간담회 직후 한 차례 인상된 규모다.

유 대표는 주총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통신사업 수익 악화가) 당연히 걱정된다”면서도 “여러 가지 고객의 환경, 경쟁 환경, 내부 환경을 다 고려해 최적의 방안으로 진행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달 내 출시할 3만원대 5G 요금제와 관련해선 “시장의 수요와 경쟁 상황을 종합해 최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1월 통신사 중 처음으로 KT가 출시한 3만원대 요금제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KT는 월 3만7000원에 4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출시했지만, 데이터 용량이 적어 실효성이 없단 비판을 받았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3만원대 5G요금제를 신고했다. 유보신고제 대상인 SK텔레콤의 새 요금제 검토 기간은 최대 15일이지만, 통신업계에선 이달 내 과기정통부 검토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유 대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동통신 판매장려금 담합 혐의’ 조사에 대해선 “방통위 회의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됐는데, 그 부분은 잘 조정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26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제4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26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제4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 연임 성공한 유영상 “올해 AI 컴퍼니 성과 가시화”

SK텔레콤은 이날 주총에서 유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2021년부터 SK텔레콤을 이끌어온 유 대표는 올해 창사 40주년을 기념해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을 위한 AI 피라미드 전략 실행을 가속하겠단 방침이다. 

유 대표는 “올해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일어난 전쟁은 아직 끝이 보이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급격히 인상한 금리로 인한 경기침체 예상도 많다. 통신사의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또한 5G 시장은 점차 포화하고 있고, 대한민국의 인구감소가 시작됐으며 인건비, 전기료 등 구조적 비용 상승은 지속 중이다. 아직까진 단단한 통신산업의 펀더멘털(기초여건)도 장기적으로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고 했다.

이어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 방향은 바로 AI다. 2022년말 시작된 생성형 AI, 챗GPT 열풍은 전세계로 확대됐고, 이젠 누구도 AI가 미래란 점을 의심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유수의 빅테크가 AI에 뛰어들고, 천문학적인 자본이 AI에 집중되고 있다. 올해는 AI 컴퍼니 성과를 가시화하는 한해로 만들 것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 대표는 앤트로픽, 오픈AI에 이어 최근 구글과도 거대언어모델(LLM)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유 대표는 “한국의 어떤 기업도 오픈AI나 엔트로픽, 구글 등 3대 AI 기업의 투자역량과 기술역량을 가지고 있지 않다. 궁극적으로 3개 회사가 초대형 AI 모델로서 전세계를 선도하리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에이닷엑스를 만들면 적어도 LLM 기술에 대해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갖게 된다”며 “또 아이폰 통화녹음에서 느끼는 것인데, 상당한 비용이 든다. 그것을 에이닷엑스로 바꾸고 싶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은 이번 주총에서 김양섭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사내이사로, 노미경 HSBC 홍콩 아태지역 리스크 총괄을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했다. 아울러 이성형 SK CFO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하며 이사회의 글로벌 투자 및 재무 역량 강화에 방점을 뒀다.

또한 정관 일부 변경을 통해 투자자들이 기말 배당금액을 먼저 확인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배당기준일 관련 절차를 개선했다. 기존 기말 배당기준일을 영업연도 말로 돼 있는 내용을 삭제, 이사회에서 기말 배당기준일을 정할 수 있도록 바꿨다. 새로운 배당기준일 정관은 올해 기말 배당부터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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