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주주총회 상정 안건으로 내부통제위원회 설치 의결
내부통제 선제적 대응···사외이사 그대로 유지해 실효성 여부 놓고 비판 제기
위원회 규정상 최소 2명 이상 사외이사 선임 및 금융당국 지배구조 모범관행 주문 고려해야
금융당국 요구와 맞물려 사외이사 확대 불가피하다는 점 감안 시 유연하게 판단할 것으로 예상

카카오뱅크가 이사회 내 위원회로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하는 정관 변경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카카오뱅크는 해당 안건을 오는 2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카카오뱅크가 이사회 내 위원회로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하는 정관 변경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카카오뱅크는 해당 안건을 오는 2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카카오뱅크가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원회 설치를 명시하는 정관 변경에 나선 가운데 사외이사 수는 그대로 유지해 실효성 여부를 두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내부통제위원회 신설 규정상 최소 2명 이상의 사외이사가 선임돼야 하는데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관행 주문과 맞물려 사외이사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오는 28일 정기주주총회 상정 안건으로 ‘정관 일부 변경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사회 내 위원회로 내부통제위원회 설치, 배당기준일 변경, 분기 배당 근거 규정 마련 등이 핵심이다. 

카카오뱅크의 내부통제위원회는 금융당국 기조와 직결된다. 올해 1월 개정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16조에 따라 금융사들은 이사회 내 위원회로 내부통제위원회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내부통제위원회는 은행 등 금융사의 내부통제 기본방침 및 전략을 수립해 심의하고 의결하는 역할을 한다. 임직원의 직업윤리와 준법정신을 중시하는 조직문화의 정착 방안을 마련하기도 한다.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위원회는 위원장이 사외이사여야 하고 위원회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 따라서 최소 2명 이상의 사외이사가 내부통제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DGB대구은행이 유일하게 이사회 소위원회로 내부통제혁신위원회를 설치했다. 지난해 10월 DGB대구은행은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내에 내부통제혁신위원회를 신설하기로 의결했다. 

앞서 DGB대구은행 몇몇 영업점에서 직원이 고객 몰래 대규모 불법계좌를 개설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에 시중은행 전환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내부통제혁신위원회 설치를 통해 조직 쇄신과 사고 방지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카카오뱅크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021년 카카오뱅크는 첫 금융감독원 종합검사에서 전자금융거래 안전성 확보 의무 위반과 대주주 신용공여 금지 의무 위반, 금융거래정보 제공 사실 통보 의무 위반 등으로 기관주의와 함께 과태료 7660만원과 과징금 7500만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신용공여 금지 규정의 경우 위반 시 10년 이하의 징역과 5억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한 중범죄에 해당한다. 다만 당시 대출 금액이 많지 않고 대출 상환으로 위반 행위가 해소됐기 때문에 기관주의와 과태료 처분에 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지난해 현장점검에서는 경영 유의 2건, 개선 사항 4건을 추가로 지적 받으면서 업무 전반에 걸쳐 미흡점을 드러냈다.

이처럼 내부통제를 엄격히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내부통제위원회 신설이 선제적으로 필요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사외이사 수를 확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르면 금융사 지배구조 개편 요구를 반영한 이사회 구성과 운영 등 안건이 포함돼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통해 "국내 은행의 이사는 평균 7~9명으로 글로벌 주요 은행 대비 매우 적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국내 은행권의) 전체 이사 중 여성 비중은 약 12%고 여성 이사가 없는 은행도 8개에 달해 최근 강조되는 젠더 다양성이 크게 미흡하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사외이사 수를 기존 5명 체제로 유지했다. 현재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김륜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술경영학부 부교수와 김부은 전 서울보증보험 전무가 오른 상태다. 기존 사외이사인 진웅섭 법무법인 광장 고문, 최수열 삼도회계법인 파트너, 황인산 AJ네트웍스 상임 감사는 재선임됐다. 이은경 법무법인 산지 대표와 성삼재 전 SGI서울보증 상무는 주주총회 이후 퇴임한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관행 주문과 함께 금융사별로 일제히 사외이사 확대가 추진되는 가운데 카카오뱅크의 이번 조치에 대해 무늬만 혁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외이사 확대 없이 내부통제위원회만 설치함으로써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의 요구를 감안한다면 향후 사외이사 확대 역시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향후 카카오뱅크의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주문을 고려해 사외이사 확대에 대해 향후 유연하게 판단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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