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삼양사, 2대주주 얼라인과 이사 선임안 경쟁
3대주주 OK저축은행 결정이 표결 좌우할 전망
삼양사, 승리해도 OK저축은행 계속 신경쓰일듯

전북 전주 JB금융지주 사옥 / 사진=JB금융지주
전북 전주 JB금융지주 사옥 / 사진=JB금융지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JB금융지주 이사진 선임을 두고 최대주주인 삼양사와 2대주주인 얼라인 파트너스의 표대결이 치열해지면서 3대 주주인 OK저축은행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삼양사는 이번 표결에서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마음을 놓을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으로 OK저축은행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JB금융지주의 정기 주주총회는 오는 28일에 열린다. 이번 주총의 핵심 사안은 2대주주(지분율 14.04%)인 얼라인 파트너스가 제안한 사외이사 및 비상임이사 선임 건이다. 얼라인은 기존 JB금융의 이사진은 전문성·다양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신규 이사 후보로 이남우, 김기석, 이희승을 추천했다. 이 가운데 이남우는 JB금융 이사회가 얼라인의 요구를 받아들여 직접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김기석, 이희승은 주주제안 후보자가 됐다. 

얼라인의 제안에 대해 JB금융 이사회는 정면으로 반대했다. JB금융 이사회는 “얼라인파트너스가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 중 1인을 수용해 주총에 상정했다”라면서 “이를 넘어서 다수의 이사 선임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은 이사회의 독립성, 공정성 및 균형성을 해치고 이해충돌 위험이 있어 과도한 요구라고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최대주주인 삼양사(지분율 14.61%)는 JB금융 이사회와 같은 입장이다. 삼양사는 JB금융과 50년 넘게 지분관계를 유지하면서 이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 이사회 멤버 가운데 김지섭 기타비상무이사, 성제환 사외이사는 삼양사 측 인물로 분류된다. 더구나 사내이사인 김기홍 JB금융 회장도 삼양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9인 가운데 3명이 삼양사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셈이다.   

최대주주인 삼양사와 2대주주인 얼라인 간의 지분율 차이가 0.6%도 안되는 만큼 표대결은 치열하게 전개된다. 특히 이번 주총 표결은 집중투표제로 이뤄지기에 작년 주총보다 경쟁이 더 심화되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주총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선임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JB금융은 총 7명의 사외이사 및 기타비상임이사 후보자 중 총 5명을 뽑기에 1개의 의결권이 갖는 투표권은 총 5개가 된다. 

JB금융의 전체 지분 37% 가량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결정은 예측하기 힘은 상황이다. 양대 국제 의결권 자문사들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JB금융에 손을 들어줬다. 두 자문사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 반면 세계 최대 국부펀드로 꼽히는 노르웨이연기금도 JB금융 이사회 의견에 전부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예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르웨이연기금은 JB금융의 주주다. 노르웨이연기금의 의사결정은 다른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이에 OK저축은행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OK저축은행은 지분율 10.63%로 JB금융지주의 3대 주주다. 지난해 JB금융 지분을 대거 처분했지만 올해 초 다시 대거 사들였다. 삼양사나 얼라인 입장에서 OK저축은행을 우군으로 만들면 표결 전쟁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을 수 있다. 금융권에선 OK저축은행은 삼양사의 우군이 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삼양사가 이번 표결에서 승리해도 여전히 부담이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OK저축은행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향후 눈치를 봐야할 상황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OK저축은행은 단순투자 목적으로 JB금융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지분을 대거 처분한 점을 고려하면 현재로선 OK저축은행의 실제 지분 보유 목적은 단순투자가 맞다는 평가가 다수다. 

하지만 향후 OK저축은행이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OK저축은행이 속한 OK금융그룹은 최근 그룹 내 큰 비중을 차지하던 대부업을 완전히 접었다. OK금융은 신사업이 절실한 상황이다. 최근 증권사를 인수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시장에 매물이 없어 달성하기 쉽지 않다. 이에 삼양사가 그러했듯이 OK저축은행이 JB금융의 경영에 개입해 이익을 내는 것도 새로운 사업으로 고려 가능하단 관측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OK저축은행이 JB금융 이사회에 대해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는 만큼 이번 표결은 JB 이사회가 지난해에 이어 또 승리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다만 내년에 얼라인이 또 다시 사외이사 선임안을 내면 어찌될지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자료=OK저축은행,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자료=OK저축은행,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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