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 개최
'OCI 통합' 모녀 vs '반대' 형제, 날 선 대립
'D-3' 양측 주주들에게 호소···신경전 고조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한미약품그룹과 OCI 그룹 통합을 두고 오너가 경영권 분쟁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대주주로 그간 ‘키맨’으로 꼽혀온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통합을 반대하는 형제(임종윤·종휸 사장)편에 서면서 국민연금, 소액주주의 표심과 가처분 판결에 따라 통합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 ‘캐스팅보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형제 곁으로

25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임종윤 사장 측을 통해 “임종윤·종훈 형제가 새 이사회를 구성해 회사를 빠르게 안정시키고 기업의 장기적 발전과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후속 방안을 지속 모색하기를 바란다”며 장·차남의 주주제안에 표를 던지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신 회장은 고 임성기 창업 회장의 고향 후배로, 오너 일가를 제외하면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를 가진 개인 최대주주다.

한미약품그룹은 창업주 임성기 회장의 아내인 송영숙 회장과 장녀인 임주현 사장이 한미그룹과 소재·에너지 전문 기업 OCI그룹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결정에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사장이 반대하며 대립하고 있다.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현 이사회와 임종윤·종훈 사장이 각각 제안한 양측의 신규 이사 후보들을 두고 표 대결을 벌인다.

회사의 경영권을 쥐고 있는 모녀(송영숙 회장, 임주현 사장) 측은 OCI와의 통합 추진 배경으로 “과도한 상속세 문제 해결과 경영 안정”을 이유로 들었다. 이들은 유상증자, 구주 매각, 현물출자 등을 섞은 계약으로 OCI홀딩스와 합병을 주도했다. 한미그룹 오너가에 부과된 상속세는 5400억원 규모다. 이 중에서 2700억원 규모를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 지분율./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 지분율./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28일 정기 주총···국민연금·소액주주 표심은?

신 회장이 형제 측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한미 모녀, 형제 측이 특수관계자를 포함해 확보한 지분율은 각각 35.01%, 40.57%로 형제 측이 우위에 섰다. 결국 오는 28일 정기주총에서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표심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연금이 7.66%, 소액주주가 16.77%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모녀와 형제가 이번 주총 표심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판가름 나는 승부여서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을 비롯해 모녀 측으로 분류되는 사외이사 3명 등 총 4명으로 꾸려져 있다.

최대 선임 가능한 이사가 10명인 만큼, 양측은 이번 주총에서 자신들이 내세운 이사를 최대한 많이 진입시켜 이사회를 장악하겠다는 구상이다. 모녀 측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이우현 OCI그룹 회장 등 총 6명을, 형제 측은 본인 2명을 포함해 총 5명을 선임해달라는 안을 제시했다. 이 중 과반을 차지한 후보자가 6명을 넘어서면 다득표순으로 최대 6인까지 이사회에 진입한다.

주총에서 임종윤 사장 측의 후보들이 이사로 선임되면 두 형제가 경영권을 쥐면서 한미그룹과 OCI통합에 제동이 걸린다. 형제 측은 이번 주총에서 신규 이사진을 구성해 경영권 교체하고 OCI그룹과 한미의 통합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모녀 측은 끝까지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해 가족의 상속세에 따른 한미 주식의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연구개발(R&D) 실탄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 D-3, 양측 주주들에 호소·설득 총력전

한미사이언스 주총이 3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양측의 날 선 신경전은 고조되고 있다. 번갈아 입장문을 내면서 막바지 주주 설득전에 돌입했다.

지난 24일 임주현 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OCI와 통합된 이후 한미사이언스 주요 대주주 주식을 3년간 처분할 수 없도록 하는 ‘보호예수’ 방안을 제안했다.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을 향해 ‘3년간 지분 보호예수’에 동참할 것도 요청했다. 또한 한미그룹 측은 본부장 및 계열사 대표 성명서를 통해 한미-OCI그룹 간 통합을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 사장은 “이번 OCI-한미 통합의 대전제는 어머니(송영숙 회장)와 나의 지분을 프리미엄 없이 양도하는 대신 한미그룹 경영을 기존 경영진에 계속 맡겨달라는 것이었다”며 “상속세 문제를 타개하면서도 한미 전통을 지키기 위한 유일한 선택이었는데, 오빠·동생은 가처분 의견서에서도 드러냈듯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매각할 생각만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의 상황이 오빠와 동생의 주장대로 진행될 경우 조만간 오빠와 동생의 지분은 프리미엄과 함께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그대로 한미그룹과 일반주주들의 권익 침해로 직결될 것이므로 보호예수를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25일 형제 측은 임주현 사장의 입장문에 대해 반박 입장을 내놨다.

임종윤·종훈 사장은 “선대 회장이 평생 이룩한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주식에 대해 한 번도 팔 생각을 해본 적 없다”며 “앞으로도 그 어떤 매도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히며 보유 주식 매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엇다. 그러면서 “임주현 사장이 주장한 보호예수 동참 요청의 저의를 밝혀달라”며 반문했다.

형제 측은 “임주현 사장은 지난 1월 회사의 주요 주주들 몰래 50년 전통 한미약품그룹 경영권을 OCI에 통째로 넘기고, 상속세 해결을 위한 합병이었다고 일부 인정한 상황에서 이런 맥락 없는 제안을 갑자기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편 7.66%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은 아직 의결권 행사 방침을 밝히지 않았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은 제각각이다. 앞서 한국ESG기준원은 송 회장 등 현 경영진이 제시한 이사진 후보 6명에 대해서는 불행사, 임종윤 사장 측이 제안한 이사 선임안 5건 가운데에는 4건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다. 글로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는 회사 측 후보 전원 찬성, 임종윤 사장 측 후보 전원 반대를 권고했다. ISS는 양측 모두에 대해 일부 후보 찬성·일부 반대를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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