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 후속 조치 박차···지방의대 졸업생 수도권 유출 방지 ‘핵심’
자율 방점 대책에 우려···“돈으로 의사 못 막아, 공중보건장학제도 반면교사”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지역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비수도권 의과대학 정원을 대폭 늘리면서 지방의대생의 수도권 유출을 막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지역인재전형 강화,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등 자율에 방점을 둔 정부 방안으론 한계가 있기에 의사면허를 담보한 의무복무 제도를 마련해야 한단 지적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에 따른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를 운영하는 40개 대학교 총장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의대 정원 배정에 따른 교육의 질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의료개혁 명분이었던 지역간 필수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 의대 정원 증원 분 중 82%인 1639명을 비수도권 의대에 배정했다. 이에 정원이 크게 늘어난 의대를 중심으로 교육 여건이 부실해지는게 아니냔 우려가 제기된다. 교육부 측은 “이 부총리는 대학이 충분한 준비를 통해 수준 높은 의학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늘어난 의대 정원이 필수진료 및 의료취약지역 의사 부족해소로 제대로 이어지기 위한 정책도 가다듬고 있다. 핵심은 지방 의대 졸업생들이 수도권으로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간 의료계는 의대 정원을 늘려도 현 시스템으론 지역별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강조해 왔다. 실제 지방의대생 상당수가 졸업 후 서울 등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14~2023년 지방의대 졸업생 1만9408명 중 46.7%가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에서 인턴과정을 마쳤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정부는 자율에 방점을 둔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 의대 입시에서 지역인재전형을 확대하고 학생이 지방자치단체나 대학과 계약을 맺어 금전적 지원 등을 약속받는 대신 졸업 후 일정기간 지역 필수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추진한다. 

이를 두고 안이한 대응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역인재전형 확대안은 강제성이 없어 대학이 따르지 않으면 그만이고, 학생 또한 반드시 지역에 남는단 보장이 없다. 의료계 관계자는 “서울 유명 병원에서 인턴 수련해야 나중에 취직을 더 잘할 수 있단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의 경우 공중보건장학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높단 분석이다. 공중보건장학제도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의대, 간호대 학생에게 장학금 등 경제적 지원을 한 뒤 의사 면허를 따면 2~5년간 특정 지방의료원에서 의무 근무토록 하는 제도다. 근무 지역은 정부에 의사충원을 요청한 광역지자체 중 의대생이 선택한다. 2019년 사업 시행 이후 5년간 전국 의대생 모집정원 100명 중 52명만 지원했다.

공중보건장학제도에 지원해 공부한 뒤 면허를 취득하더라도 의무복무를 하기 싫으면 장학금만 반납하면 된다. 의사 면허 취득 후 받는 급여 수준으로 등록금을 반환하는 건 어렵지 않다. 경제적 패널티 수준의 징벌적 배상 수준으로 가지 않는 한, 경제적 지원을 통해 의사들을 의무복무 방식으로 배치하는 정부 정책 방향이 성공하긴 굉장히 어렵단 진단이다.

의사들을 유인할 수 있는 지역의료 인프라를 강화하는데 더해 의무복무를 규정하고 미이행시 자격을 박탈하는 방식의 강제성을 지닌 제도가 필요하단 조언이 나온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국장은 “모든 병원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국립대병원, 지방의료원, 국가지정 병원 등 공공의료기관 정도는 국가가 일정 기간 복무 의무를 부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정원만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강제성을 지닌 배치 같은 별도 양성트랙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에 적극 찬성해온 노동계와 시민단체들도 비수도권 의대 출신 의사들이 지역의료에 종사하지 않고 수도권으로 옮겨가는 악순환을 막을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국회에는 지역 의료에 종사할 학생을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따로 뽑아 10년 근무 의무를 부여하고 불이행시 의사면허를 박탈하는 내용을 담은 야당 발의 법안이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일각에선 직회부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총선 등 일정을 감안할 때 22대 국회에서나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위 관계자는 “선거 국면이라 다들 바쁘고 여야간 이견도 있는 사안이라 21대 국회에선 처리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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