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원도 예병태 이어 ‘불명예 퇴진’
후임자 물색 난항 전망···KG스틸 전철 밟을 가능성도

정용원 KG모빌리티 대표이사가 쌍용차 법정관리인이던 지난 2022년 7월 토레스 미디어 쇼케이스에 참석해 기업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박성수 기자
정용원 KG모빌리티 대표이사가 쌍용차 법정관리인이던 지난 2022년 7월 토레스 미디어 쇼케이스에 참석해 기업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박성수 기자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정용원 KG모빌리티(KGM) 대표이사가 최근 횡령 혐의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하면서, 쌍용자동차 출신 대표의 ‘잔혹사’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KGM은 정용원 대표 논란을 쌍용차 시절 이슈로 구분지으며 기업 이미지를 관리하는 한편, 후임자 물색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 대표는 지난 2016~2018년 기간 쌍용차 기획관리본부장(전무) 시절 다른 임원들과 함께 용역업체들에게 장기 용역 계약을 보장해주고 금전적 대가를 얻은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또한 정 대표가 현금 세탁업체를 거쳐 법인카드로 유흥비용을 간접 지불한 혐의를 뒀다. 이에 따라 전날 오전 경기 평택시 KGM 본사와 임직원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엄기민 KG모빌리티 사장(경영지원부문장(CFO) 겸 사업지원본부장)은 이날 사내 입장문을 통해 “현재까지 제기된 사안은 쌍용차가 인도 마힌드라 그룹(을 대주주로 둔) 시절 일부 임직원의 부정 의혹에서 시작됐다”며 “이번 일을 개개인의 일탈과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철저히 점검하고 자성하는 계기로 여길 것”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가 지난 2009년 쌍용차 경영진에 합류하며 기업의 굴곡진 역사를 함께한 산증인이라는 점에서, 이번 논란에 대한 사내 파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상무보로 선임된 직후, 당시 쌍용차 대주주였던 상하이기차가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 없이 투자 회수를 단행해 어수선해진 사내 분위기를 수습해 왔다.

KG그룹에 편입되기 전까지 전무 직급으로 법정관리인 역할을 수행했고, 지난해 말 기준 현재 2000여만원의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채권으로 묶여있는 상태에서 경영 정상화에 임해왔다.

예병태 쌍용차 신임 대표이사. / 사진=쌍용차
정용원 대표이사의 전임자인 예병태 쌍용차 전 대표이사. / 사진=시사저널e DB

◇예병태 전 대표도 실적부진 책임 안고 해임

쌍용차 수장의 몰락 사례는 정 대표까지 두 대째 이어졌다. 정 대표 전임자인 예병태 전 대표이사는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안고 이사회로부터 해임됐다. 2019년 4월 부임한 예 전 대표는 현대차그룹 사장단 출신으로서, 전임자인 최종식 전 대표이사의 티볼리 론칭 성과에 이어 쌍용차 성장세를 이어갈 임무를 맡았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시국을 맞아 저조한 판매실적을 면치 못하고 임직원 급여를 삭감하는 등 조치를 취하다가 내부 반발에 부딪혀, 2021년 9월 해임됐다. 이후 정용원 대표가 당시 법정관리인으로 임명됐다.

KG그룹은 현재 정 대표 논란을 그룹과 KGM과 무관한 사안이라는 점을 시장에 알리는 중이다. KG그룹 주가가 지난 19일 경찰 압수수색 사실이 알려진 후 저점을 찍는 등, 기업 가치가 악화하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KG모빌리티는 입장문을 통해 “KGM은 기업회생절차를 진행하면서 채무 관계 등이 완벽하게 정리된 클린 컴퍼니로서 본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정용원 KG모빌리티 대표이사(사진 앞줄 오른쪽)와 SNAM사 파하드 알도히시 사장이 지난해 12월 15일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MOU를 체결한 후 악수하고 있다.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뒷줄 오른쪽)을 비롯한 MOU 이해관계자들이 동석했다. / 사진=KG모빌리티
정용원 KG모빌리티 대표이사(사진 앞줄 오른쪽)와 SNAM사 파하드 알도히시 사장이 지난해 12월 15일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MOU를 체결한 후 악수하고 있다.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뒷줄 오른쪽)을 비롯한 MOU 이해관계자들이 동석했다. / 사진=KG모빌리티

◇업계 “정 대표이사 즉각 대체 어려울 듯”···그룹 인재 등판 가능성도

정 대표가 사의를 밝힌 만큼 후임자를 빠르게 선임하는 것이 기업가치 회복에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정 대표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인사를 내부에서 찾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KG모빌리티가 사우디아라비아 SNAM, 중국 BYD 등 해외 파트너사와 전기차 등 사업 분야에 대해 협력하기로 뜻을 모은 것은 정 대표의 주요 성과로 꼽힌다. MOU를 실제 협력 성과로 이어가기 위해 해당 사업을 주도해 온 정 대표의 역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관측이다.

한편 정 대표를 비롯한 이사회가 외부 인사를 찾아 영입하더라도 적합한 인재를 찾는데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정 대표는 스스로 등기 임원직을 내려놓지만 신차 개발 등 현재 맡고 있는 각종 현안을 마무리 짓고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KG모빌리티의 실무별 임원들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정용원 대표가 직접 맡은 현안들을 즉각적으로 타인이 대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곽재선 회장이 지난해 4월 25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비전 테크 데이를 개최한 후 KGM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KG모빌리티
곽재선 회장이 지난해 4월 25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비전 테크 데이를 개최한 후 KGM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KG모빌리티

KG그룹 총수일가가 뒤숭숭해진 KGM 분위기를 다잡고 경영에 나설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 KG그룹은 지난 2019년 철강업체 동부제철을 인수해 KG스틸로 사명 변경한 후 리더십을 내부에서 재정비했다. 동부제철 마케팅영업본부장이던 박성희 전무와 곽재선 KG그룹 회장의 장남 곽정현 사장을 공동 사내이사로 앞세웠고 현재 두 사내이사 체제가 이어지는 중이다.

현재 KGM 경영진 중 KG그룹 인사로 곽재선 회장이 사내이사로 활동 중이고, KG ETS 대표이사를 지낸 엄기민 사장이 사내이사로서 경영지원부문장(CFO) 겸 사업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두 인사 모두 완성차 사업에 대한 전문성이나 경력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쌍용차 시절부터 재직해온 내부 인사 중에서는 이연재 KD사업본부장, 박장호 생산본부장, 이강 디자인센터장, 황기영 해외사업본부장 등 전무급 인사가 포진했다.

KGM 관계자는 정 대표이사 후임자에 관해 “(후보 물색을) 현재로서는 고려하지 않고 서서히 고민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한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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