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매각 후 경쟁력 측면에서 의견 엇갈려···오히려 떨어진다는 지적도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과정서 타 LCC 경쟁력 높아져···제주·티웨이항공 급성장
아시아나로부터 독립 시 항공기 리스 추가 부담도
LCC 통합해도 김해공항 타격 크지 않을 듯···지방공항 노선 확대로 노리는 항공사 많아져

에어부산 항공기 / 사진=에어부산
에어부산 항공기 / 사진=에어부산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에어부산 분리매각 논란이 최근 또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으로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3개사를 합친 통합 저비용항공사(LCC)출범이 준비 중인 가운데, 부산 지역 시민 단체와 상공계를 중심으로 분리매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이들은 에어부산의 경쟁력 강화와 지방공항 활성화, 국가균형발전 등을 이유로 들며 분리매각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에어부산 분리매각 시 대한항공, 아시아나 합병 진행 과정에서 타 LCC가 성장해 오히려 경쟁력이 뒤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산시 시민단체는 에어부산 분리매각에 대한 반대 목소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최근 에어부산 전략커뮤니케이션실이 해체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발이 커졌다.

시민단체는 “소통 부서를 폐기하는 것은 산업은행이 지역 요구를 듣지 않고 일방통행식으로 일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라며 “대한항공의 독점에 정부와 산업은행이 발 벗고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은 오는 2029년 개항하는 가덕도 신공항 성공을 위해선 부산시에 거점을 두고 있는 에어부산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업계에선 에어부산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분리매각이 필요하다고 봤으나, 최근 들어선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우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티웨이항공,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등 타사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올라간 점이다.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에 따른 독점 우려로 파리, 로마, 프랑크푸르트, 바르셀로나 등 유럽 4개 노선을 넘겨받았다. 국토교통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국제선 543만여명을 수송하며, 제주항공(736만명)에 이어 LCC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는데, 추후 유럽 노선까지 운항하게 될 경우 덩치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LCC 1위인 제주항공은 여전히 유럽, 중국, 동남아 등을 중심으로 높은 국제선 실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아시아나와의 격차를 좁힐 정도로 급성장 중이다. 지난 2019년 기준 제주항공 국제선 여객은 836만명으로 아시아나(1379만명)의 60% 수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엔 제주항공 736만명, 아시아나 901만명으로 약 81% 수준까지 격차를 좁힌 상태다.

제주항공은 추후 보잉사 차세대 항공기인 ‘B737-8’ 40대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특히 리스가 아닌 구매기로 계약해 비용 절감 효과에 따른 수익 개선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논의 초기에는 기업회생 및 새주인 찾기로 부진했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국제선 운항에 나선 뒤로 빠른 속도로 제 궤도를 찾아가고 있다.

에어부산이 분리 매각할 경우 진에어·에어서울 통합 항공사를 비롯해 앞서 언급한 회사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이들과 점유율 다툼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부산이 분리 매각해서 지역의 요구대로 부산시에만 집중한다면 결국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라며 “분리매각 여부에 상관없이 에어부산도 인천공항을 포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선 기준 인천공항 이용객은 5552만명으로 전체 여행객(6831만명)의 81%를 차지했으며, 김해공항은 648만명으로 약 9%를 기록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특히 분리 매각 시 아시아나로부터 독립해야 하는데 이 경우 항공기 리스비 등에서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에어부산 항공기 리스 부채를 살펴보면 아시아나로부터 빌린 항공기가 2189억원으로 전체 리스 부채(5842억원)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반면 아시아나 이자율은 4.71%로 다른 리스사와 비교하면 최저 수준이다.

일각에선 에어부산이 통합 항공사가 되더라도 김해공항 경쟁력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LCC 관계자는 “김해공항은 국내 최고 인기 노선인 일본 여행객이 많은 데다, 최근 늘어나는 지방공항발 신규 노선으로 여러 항공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여행객으로 붐비는 김해공항 모습. / 사진=연합뉴스
여행객으로 붐비는 김해공항 모습. /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가덕도 신공항 활성화와 관련해서도 수요만 충분하다면 거점 항공사가 따로 필요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근 항공사들이 인천·김포 공항의 슬롯(공항 이용 권리) 포화로 지방공항 확대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가덕도 신공항을 이용하려는 해외 여행객만 많다면 거점 항공사 없이도 성공할 것이라는 것이다.

또다른 LCC 관계자는 “거점 항공사가 있어야 신공항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 수요만 있다면 항공사들이 알아서 공항을 찾을 것”이라며 “거점 항공사가 있어도 이용객이 없으면 신공항 경쟁력을 높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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