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가족 간 경영권 분쟁
28일 정기주총서 표 대결
모녀 vs 형제 간 감정 싸움
법정분쟁→비방전 격화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기업 경영 경험이 없다”, “67% 주주 권리를 무시했다”, “현실성 없는 주장이다”, “허위 사실에 기반한 비방” 등 격앙된 표현이 난무해지면서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경영권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는 한미 오너가의 다툼이 서로를 ‘까내리는’ 모습으로 비춰지며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한미그룹 일가는 지난 1월부터 모녀(송영숙 회장, 임주현 사장)와 형제(임종윤, 임종훈 사장)로 나뉘어 OCI그룹과의 합병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OCI와의 통합은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아내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주도했다. 한미 오너가는 2020년 임 회장이 사망 이후 가족에게 부과된 540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마련해야 했다. 이를 OCI와 통합으로 상속세를 마련하고, 1000억원대의 한미사이언스 단기차입금 부담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당초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는 오너일가의 상속세 해결을 위해 한미사이언스 지분 11.8%가량을 인수하려 했다. 그러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OCI그룹과의 통합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OCI그룹과의 통합 결정에 임종윤·종훈 형제가 배제됐다. 임종윤·종훈 사장은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 통합을 막기 위해 신주발행에 대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반발했다.

지난달 한미그룹은 “임종윤 사장이 그동안 개인 사업에만 몰두하며 한미약품 경영에는 무관심했다”며 임 사장의 경영 태도와 자질을 지적하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에 임종윤 사장 측은 지난 6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가처분 심문에서 “송영숙 회장은 사진 미술관만 운영했다”며 “선대 회장이 타계하자마자 열흘도 안돼 경영권 장악을 시도했다”며 송 회장의 경영 전문성에 대한 비방을 늘어놨다.

또 21일 임종윤·종훈 사장 측이 주도한 기자간담회에서는 “동생(임주현 사장)이나 어머니(송영숙 회장)는 OCI와의 통합이 경영권을 보장해줄거라고 믿고 있다”며 “경영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는 발언이 이어졌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앞두고 주주들에게 힘을 실어달라는 취지로 읽힌다.

한미그룹은 임종윤·종훈 사장의 기자간담회가 끝나자마자 “고 임성기 회장이 왜 장남인 임종윤 사장을 확고한 승계자로 낙점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봐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형제 측의 기자간담회 발표 내용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한미사이언스 2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 측은 ‘신규 이사 6명 선임안’을 상정하고,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신규 이사 5명 선임 주주제안’을 놓고 표 대결을 진행한다. 정기 주총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 그룹 간 통합 과정에서 양측의 법적 공방이 비방전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그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그룹 모녀 vs 형제간 헐뜯고 비난하는 방식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족 간 교류 부재가 쏘아 올린 경영권 분쟁, 양측의 갈등은 극단적인 언어를 쓰면서 조롱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비방전이 고조될수록 업계의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 어떤 방식이 한미그룹에 더 밝은 미래를 기약할까가 아닌, 누가 더 못났는지 겨루는 경쟁으로 비춰져서다. 

기업의 경영진을 보면 회사의 문화가 보인다. 경영 능력도 중요하지만,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오너가에 대한 기대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인신공격과 흠집내기로 흘러가면서 놓치게 된 오너가의 사회적 면모, 책임.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의 명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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